잡학다식 아키비스트의 수시 건호스. :: '2017/02 글 목록
전시.2017. 2. 28. 21:50





한동안 전시에 뜸했었는데, 올해의 첫 전시로 한가람 미술관에서 열리는 알폰스 무하전을 보고 왔습니다. 알폰스 무하전은 지난 2013년에도 좋은 반응을 얻었었죠. 지인들의 SNS에 감상이 한가득 올라왔던 것이 기억이 납니다. 아래층은 오르셰 미술관 전시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지난번에 왔을 때는 이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이번 전시는 평일임에도 사람이 어마어마하게 많네요. 덕분에 무하전도 적은 인원은 아니었음에도 비교적 쾌적한 느낌으로 감상했습니다.

 

100년 전 즈음의 화가이지만, 오히려 지금 시대와 더 잘 들어맞는 것 같습니다. 테두리선이 강조되어 만화적인 느낌이 특히 강하게 들었는데요. 한 때 게임에서도 카툰렌더링 기법이 유행 이었는데, 그러한 기법을 보는 느낌이었어요. 전시 마지막에는 무하에 영향을 받은 만화 등이 같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익숙한 느낌을 받은 것이 우연이 아니었나 봐요. 무하가 활동했던 시기와 만화, 영화, 사진이 태동했던 시기가 겹친다 하니, 아무래도 이러한 무하의 화풍이 자연스럽게 만화 쪽으로도 넘어간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인상깊은 작품은 무하에게 큰 명성을 안겨 다 준 지스몽다의 포스터입니다. 친구의 부탁으로 연휴기간에 작업을 도와주다가, 당대 최고의 여배우였던 사라 베르나르가 급하게 의뢰했다고 하는데요. 기간도 일주일밖에 주지 않았다고 합니다. 갑작스런 의뢰에 짧은 제작기간 이지만, 당시의 포스터와는 달리 좀 더 길게, 여인 한 명에만 집중한 포스터는 큰 반응을 이끌어냈고, 수집가들은 이 포스터를 가지려고 난리였다네요. 이후에도 좋은 인연이 되어, 사라 베르나르의 공연 포스터를 무하 만의 화풍으로 그려줍니다.

 

다양한 상업적 작품들도 볼 수 있었습니다. 주류 광고 포스터, 과자상자 디자인, 책 겉표지,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 담뱃갑 포스터, 향수 포스터와 디자인 등등. 다양한 상품을 자신의 작품으로 만들었습니다. 전시를 보면서 모교의 조형대학 친구들이 이 전시를 그 때 왜 그리도 많이 찾았었는지 이해가 됐어요.

 

여담이지만, 이런 느낌의 포스터를 다시 볼 수 없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가끔 스타워즈 시리즈와 같이 포스터를 사진합성이 아닌 일러스트로 대신하는 작품들이 있는데, 아예 이런 화풍의 포스터는 없었던 것 같아요. 지금 하기에는 너무 모험인가 봅니다. 특히나 우리나라에서는 더더욱 기대할 수 없겠죠. 


 포스터는 더 많은 대중을 계몽하기에 좋은 수단이다. 일하러 가는 그들은 멈춰서서 포스터를 보게 될 것이고

정신적인 기쁨을 얻을 수 있다. 거리는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전시장이 될 것이다.’


나는 예술을 위한 예술보다는 사람들을 위한 그림을 그리는 화가가 되기를 바란다.’

 

예술가의 임무는 사람들이 미와 조화를 사랑할 수 있게 격려하는 것이다.’


- 알폰스 무하.

 

Posted by 건호스
음악.2017. 2. 27. 15:16


오늘은 월요일 아침이니까, 한 주를 힘차게 시작하는 의미에서 음악으로 시작할까 합니다. 이번에 소개해드릴 곡은 작년에 SM에서 개최한 스펙트럼 뮤직 페스티벌에 내한했던 갈란티스의 곡인 No Money 입니다. 사실 뮤직비디오는 곡 내용과 전혀 따로 인 것 같아서, 의미를 찾으실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아래는 가사입니다.


Sorry I ain't got no money I'm not trying to be funny but I left it all at home today
You can call me what you wanna I ain't giving you a dollar this time I ain't gonna run away
You might knock me down, you might knock me down, but I will get back up again
You can call it how you wanna I ain't giving you a dollar this time I ain't gonna run away (run away, run away)

This time, this time, this time
This time I ain't gonna run, run, run, run
Not this time, not this time
This time I ain't gonna run, run, run, run
Not this time, not this time
Not this time, not this time (time)

Sorry I ain't got no money I'm not trying to be funny but I left it all at home today
You can call me what you wanna I ain't giving you a dollar this time I ain't gonna run away
You might knock me down, you might knock me down, but I will get back up again
You can call it how you wanna I ain't giving you a dollar this time I ain't gonna run away, run away, run away

This time, this time
This time, this time I ain't gonna run, run, run, run...
Not this time, not this time
This time I ain't gonna run, run, run, run
Not this time, not this time
Not this time, not this time
Not this time


가사는 아무래도 해석 하다 보면 사람마다 의견이 다를 것 같아서, 영어 원문으로 올렸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가사를 계속 생각해봤는데, 자기를 계속 괴롭히거나 피곤하게 하는 사람을 마치 거지를 상대하듯 말하는 투인 것 같아요. 노래를 듣다 보니, 환경의 원에서 나를 배제시키는 방법같이 들리더군요.


줄 돈 없으니까, 잡소리 그만하고 꺼져!’ 이 정도가 될까요?

 

뮤직비디오 보다는 가사에 집중해서 들어 보세요. 공식 뮤직비디오를 올렸지만 다른 공연영상이나, 음원만을 들으셔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피곤한 월요일, 흥겨운 내적댄스로 스트레스를 양 껏 날려보내시기를 바라면서, 이만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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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건호스
게임.2017. 2. 24. 22:27







내가 아직 초등학생일 때는, 인터넷도 활성화 되기 전이었고, (모뎀을 통한 활성화는 기억난다. X, 이거 가입하고 비디오도 집으로 왔던 것 같다.) 게임잡지 또한 아직 알기 전이었다. 그저 게임을 좀 안다는 친구들을 통해 학교에서 정보를 공유했다. 정확히 말하자면야 걔네들 형이 잘 아는 것이었겠지만.

 

당시 나는 이름도 잘 몰랐던 KKND1 편 데모버전을 통하여 처음 RTS라는 장르를 접하게 되었고, 이후 맨 처음 사게 된 윈도우 컴퓨터(도스 컴퓨터는 분명 집에 있었는데 어느샌가 사라졌다.)의 레드얼럿을 통해 RTS라는 장르를 제대로 체험할 수 있었다. 당시에 키보드 설정이 맞지 않아, 오로지 마우스로만 근성의 플레이를 했던 것이 기억난다. RTS라는 장르는 나에게 최첨단 컴퓨터에서 돌아가는 게임은 이런거구나!’ 하는, 무언가 하이테크 스러운 인상을 주었다.

 

언급한 게임들은 추후에 또 다루도록 하고, 오늘 소개할 게임은 역사 RTS 게임에서 그 영향을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현대전(C&C), 중세 판타지(워크래프트2), SF(2) 배경은 등장했어도, 실제 역사를 배경으로 하는 게임은 드물었기에,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는 강한 인상을 줄 수 있었다. 1탄은 영문 위키피디아에 의하면 약 300만장 정도의 판매고를 올렸다 한다. 확장팩인 로마의 부흥은 약 100만장 정도의 판매량을 올렸다,

 

필자는 이 게임을 친구들에게 에이지 오브 뱀파이어라는 다소 요상한 이름으로 전해 들었는데, 영어발음을 제대로 인지 못하는 초등학생들의 있는 그대로의 음역이었다. 당시에는 어이없게도 베스트 게임 20하는 식으로 데모버전을 잔뜩 담아다가 파는 CD가 있었다. 물론 불법일 것이다.

 

우연히 그 CD 안에서 발음이 비슷한 것 같은 한 게임의 데모를 발견했고, 나는 곧 빠져들었다.

 

무엇보다, 정교한 그래픽이 일단 눈을 사로잡았다. 당시 2D로 보여줄 수 있는 세밀함을 극도로 끌어올린 게임의 그래픽은, 이뻐 보인다는 말이 제격인 그래픽이었다. 해서 마치 심시티를 플레이 하듯 게임의 건물을 이쁘게 오와 열을 맞춰 건설하려 노력하였다. 물론 타일 자체가 네모지기 때문에 이런 깔끔한 정리는 운영면에서 도움이 된다. 또 유닛 크기도 여타 게임에 비해 컸다. 때문에 굉장히 박력 있는 화면을 볼 수 있었다. 특히 투석기의 돌 투척과, 느리지만 거대한 코끼리 유닛이 강렬한 인상으로 기억속에 남아있다.

 

바이오’, ‘아이오’, ‘온놀롤레하는 수도사의 주문은, 쉬는 시간에 친구들끼리 성대모사하며 장난치기 딱 좋게 유머러스했다. 이것은 나 뿐만이 아니라, 전세계 모든 플레이어들의 공통된 감상으로, 이미 해외에서도 일종의 밈으로 많이 쓰이고 있다. 배경음악도 심히 고전스러운데, 듣고 있으면 인류의 진화와 문명의 태동이 귀를 통하려 흘러가는 것 같은 오묘한 느낌을 가지게 한다.

 

게임플레이면에서도 신선한 것들이 많았다. 선택할 수 있는 문명의 개수가 일단 타 게임에 비해 많았다. 비록 문명 보너스 정도로 구분이 되고, 건물의 스킨만 문화권에 따라 달라진 정도이지만 말이다. 아쉽게도 유닛은 문화권의 구분없이 한 개의 스킨을 공유한다. 이게 문명마다 특성을 지니게 된 것은 후속작인 에이지 오브 미쏠로지부터 였다.

또한 자원의 개수 또한 4개로 다른 게임들보다 많았다. 때문에 운영면에서도 더 꼼꼼한 플레이를 요구했다. 무역도 신선했지만, 특히나 중립 동물들을 사냥한다는 개념이 신선했던 것 같다. 코끼리 잡다 일꾼 여럿 상한 경험, 아마 다들 많이 겪으셨을거다.

 

시나리오는 역사적인 사실을 따라가지만, 게임의 한계상 적당히 각색된 부분들이 많다. 문제가 되었던 것은 야마토 문명의 시나리오 중, 임나일본부 설을 그대로 차용한 부분이었다. 그래서인지 한때 우리나라 유저들에게는 반발이 심했다. 때문에 후속작인 에이지 오브 킹스 에서는 한국문명이 제외된 채 발매되었으며, 스타크래프트와 PC방의 성공으로 한국시장이 주목할 만큼 커지자, 확장팩인 정복자에서는 추가되어 등장하였다.

 

리브레위키에 의하면 베트남에서는 아직도 현역으로 즐기는 듯하다. 사실 사양도 안타고 지나치게 복잡하지 않으면서, 2D로 색 구분이 눈에 확 잘 들어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같이 랜파티를 하거나, 게임 대회를 하기에는 오히려 더 적합하다고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필자의 인생 게임 시리즈의 태동으로서, 정발 되었을 때 구매하지 못함을 아쉽게 여겨 이베이를 뒤져 구매하였다. 한달 가까운 기간이 지난 뒤에 배송되었지만, 인생 시리즈를 다 모았다는 뿌듯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또한 게임을 통해 역사를 배운다는, 실로 어머어마한 당위성을 제공해준 작품이다. 이 게임을 통해 세계사에 흥미를 갖게 되었고, 때문에 긴 시간동안 나의 꿈은 역사학자였다. 그렇게 보면 이 작품은 나의 인생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큰 영향을 미쳤다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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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건호스
영화.2017. 2. 23. 22:48



무료한 금요일 밤. 케이블 TV에서 킬링타임 용으로 본 영화. 그것도 무려 군대 안에서 선, 후임이 옹기종기 휴게실에 모여 군것질하며 보았다. 내 기억엔 이렇게 평화롭게 휴식한 때가 없었던 거 같다.

그리 멀지 않은 미래, 사람들은 피 튀기는 FPS게임과 '닌텐도 위'로 매일매일 운동하는 
것으로는 성에 차지 않았나 보다. 실제 사람이 역할을 수행하는 공간을 만들고, 그 안에 연기자들인 진짜 사람을 아바타 삼아 서로 죽고 죽이는 게임에 열광하게 된다. 배틀로얄 보다는 헝거게임과 비슷한 느낌이라고 할 수 있겠다.

주인공은 그 지옥같은 게임의 랭킹 1위를 고수하고 있는 플레이어의 아바타로 계속되는 무의미한 살육에 지쳐 있다. 해서 게임을 탈출할 기회만을 엿보던 중, 우연한 계기로 자신의 플레이어와 만나게 되고, 이 게임을 만든 개발자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탈출을 감행하게 된다.

영화 '게이머'는 정말 순수한 액션 영화이다. 스토리 자체도 큰 특징이 없이 옛날 비디오용 액션 영화를 보는 것 같이 진부하고 식상하다. 결국 액션에 초점을 두고 봐야하는 영화인데, 그 액션도 썩 탄탄하지가 않다. '게이머'라는 영화제목에 걸맞게 사이버세상에서 진짜 사람들의 피 튀기는 혈투를 보여줄 것 같지만, 정작 그런 장면은 한 두 번 뿐이다.

그나마 주인공이 게임을 탈출하는 후반부에서는 이도 저도 아닌 우직한 맨주먹(정말로 아무런 기술 없는 맨주먹) 액션을 선보인다. 중국 무술 영화나 이종격투기 등의 영향으로 현란한 액션을 보여주는 요즘 영화와는 다른, '람보' '코만도'로 대변되는 예전 액션영화들의 향수가 어렴풋이 느껴 지기도 한다. 


대부분의 부분에서 밋밋함을 보여주는 영화지만, '300'에서 레오니다스 왕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제라드 버틀러의 카리스마는 여전히 빛을 발한다. 허나 그것만으로 두시간 조금 안되는 시간동안 관객을 붙잡을 만한 매력은 없는 것 같다.


안 보고 지나쳐도 무방한, 그저그런 영화들 중 하나이다.


p.s

제라드 버틀러는 자꾸 어중간한 액션 영화에서 모습을 비추는 것 같습니다. 조금 아쉽네요. 사극이나 시대극에서 활약하면 더욱 돋보이겠지만, 작년에 이미 갓 오브 이집트로 너무나 거하게 말아먹었습니다. 이 영화 최근 개봉한 조작된 도시의 예고편을 보고 기억난 영화입니다. 심은경과 안재홍(걷기왕과 족구왕의 크로스오버) 그리고 지창욱이 나오는 영화인데 예고만 봐서는 비슷한 설정같기도 하네요. 저도 참 별영화 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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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건호스
영화.2017. 2. 22. 17:19




호랑이 '리처드 파커' 와의 생존기를 도무지 믿지 못하는 파견직원(혹은 영화속의 소설가) 들을 위해 주인공 파이는 자신의 경험담속의 등장인물들을 인간으로 바꾸어 설명하는데, 이게 굉장히 섬뜩하면서도 진실이 무엇인지 모호하게 만드는 구석이 있다. 아마 진짜 사실은 이 이야기일 것이다.


오랑우탄은 '어머니', 다리 다친 얼룩말은 '고기 스프를 밥에 뿌려 먹는 행복한 불교신자 중국인 선원', 하이에나는 '험악한 프랑스인 주방장' 정도로 대입할 수 있다. 이에 의하면 호랑이 '리처드 파커'의 역할은 결국 주인공 파이의 또다른 모습이 된다. 아래는 우리 가족의 각각의 해석이다.


건호스 ㅡ 호랑이는 결국 파이가 고난을 겪으면서 얻게 되는 신념, 의지, 용기와 같은 상징이자 파이의 성장을 의미한다. 파이는 조난 초반 하이에나가 얼룩말을 공격할 당시에는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하지만,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그보다 더한 맹수인 호랑이를 길들이기(?)까지에 이른다. 나는 리처드 파커가 상징하는 것이 파이가 소년에서 남자로 자라나는 과정이 아닐까 생각했다.


아버지 ㅡ 호랑이는 결국 파이가 짐승의 모습으로 행한 악행의 형상화이다. 후반부 선박회사 직원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에서 파이는 자기 어머니를 죽인 주방장을 결국 죽인다고 말한다. 영화초반에 하이에나를 죽이는 것도 호랑이이며 따라서 아버지는 인간소년의 모습은 극한 상황에서도 인간 본연의 선함을 잃지 않으려는 인간성을 나타내는 것이고, 호랑이는 그 반대되는 측면에서 악행의 형상화라고 보셨다. 해서 결국 영화 대부분은 파이의 내면의 선 과 악, 두 내면의 싸움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어머니 ㅡ 양면성이라는 측면에서는 아버지의 해석과 비슷하지만, 어머니는 호랑이의 모습이 극한 상황에서 드러나는 인간으로 서의 이성이나 도덕, 윤리 관념이 완전히 빠진, 동물 로서의 한 객체를 나타내고, 반대로 소년은 인간이 짐승과는 다르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인 이성, 도덕 등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보셨다. 해서 본능과 이성의 충돌로 볼 수 있다고 말하셨다(영화 속 주인공의 아버지도 이성을 강조한다, 주인공 또한 아버지의 가르침이 없었다면 살 수 없었을 거라는 대사를 말하기도 한다.)


내 나름대로 해석을 더 덧붙여보자면, 영화 제목이 'life (인생)' 인 이유가 영화에서 파이의 생존기 자체가 우리의 인생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의 주된 배경인 태평양은 우리가 살고있는 세상 혹은 미래의 불확실한 삶의 모습이 망망대해로 표현된 것이다. 호랑이 '리처드 파커' 는 우리가 인생에서 마주하는 고난이나 시련을 상징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사람들은 흔히 힘겹고 어려운 시기가 닥치면, 그저 그 순간이 빨리 끝나고 지나가 버리기 만을 바란다. 하지만 결국 그러한 고난들이 갈수록 사람을 한층 더 성숙시켜주고 성장하게 만든다. 호랑이 리처드 파커를 길들이는 파이의 모습처럼. 

파이와 호랑이가 마주하는 영화속의 아름다운 장면들을 보며, 인생도 마찬가지로, 미래의 행복을 기대하며 지금을 참고 버티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살아가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 바로, 기쁨과 행복도 같이 있다는 것이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아닐까.

이렇게 '빨리 가버려라!' 하고 흘려버린 시간들이 모이고 모여서, 우리 인생도 그처럼 '작별인사도 제대로 하지 못한 체' 끝나버릴 수도 있다는 생각 또한 같이 떠올라, 더욱 더 매 순간에 최선을 다해서 살아야 겠다는 교훈을 얻었다.


'영화의 의미가 인생이다.' 라는 생각을 하면서 같이 떠오른 것은 영화 속 에서 '식인섬'이라 불리는 미스테리한 섬 이었다. 이 섬은 낮에는 미어캣들이 빽빽히 뛰어놀고 숲이 우거져 먹을것이 풍족해 보이는, 마치 태평양의 오아시스 같은 모습이지만, 밤에는 돌변하여 섬 전체가 산성으로 변해 주변의 모든 것을 소화시키는 무시무시한 곳이다. (섬 전체 모습을 잡는 장면에서 마치 사람이 누운 듯한 형상으로 나온다.)

파이는 잠시 그냥 여기서 머물러 살까 생각도 하지만, 연꽃처럼 보이는 꽃잎 속에서 사람의 이빨을 보고, 여기에 남아있다가는 결국 자기도 외로움을 견디지 못해 자살하거나 아니면 섬에 흡수되고 말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리처드 파커'를 데리고 다시금 육지를 찾아 항해에 나선다.


'리처드 파커' 가 결국 우리를 성장시키는 발전적 고통. 다시 말해서 성장통이라 생각한다면, 이 식인섬은 인간의 욕망을 상징하는 듯하다. 넘치는 사치와 향락으로 볼 수도 있고, 또한 도전보다는 현실에 안주함을 택하는 나태한 우리의 모습일 수 있다. (대기업과 공무원만 희망하면 미래가 없다던 기사가 떠오른다.)

파이의 항해에서 궁극적 목표는 원래의 세상으로 돌아가는 것인데일견 풍족해 보이는 식인섬은 진짜 목표를 향해 가야할 파이에게 갈등을 준다. 지금 생각하면, 식인섬은 관객에게 보내는 경고이다.

인생도 마찬가지 아닐까? 인간이라면 모두 이루고 싶은 꿈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작 자기가 진정 원하는 것을 이루는 사람은 흔치 않다. 


사람들은 꿈을 향해 뛰면서도 수많은 불안과 유혹에 휩싸인다. 어떤 목표이던 간에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남들보다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은 대게 지루하고 힘들다. (때에 따라서는 물질적인 노력도 필요로 한다!) 반대로 포기는 매우 쉽다.

하던 노력을 안하면 된다. '핑계 없는 무덤 없다' 는 속담이 말해주듯 변명하는 방법도 많다. 하지만 그런 포기가 점점 쌓이면 좌절이 되고좌절들이 쌓이면 결국 사람들은 삶의 의욕을 잃고 무기력해지고 말 것이다. 마치 식인섬에서 치아만 남기고 사라져버린 조난자처럼 말이다

그저 열심히 노오오오오력을 하라는 훈계를 하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삶의 의미를 항상 생각하며 살아가라는 메세지를 영화가 말해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식인섬에서 탈출하는 파이는 위험한 맹수인 리처드 파커를 버리지 않고 기다린다. 목표에 따른 고통이라면 얼마든지 견디겠다는 의지의 표현일수도, 또한 모험을 다시 시작할 맹수와 같은 용기, 본질적인 의문을 잊지 않겠다는 의미라는 생각도 들었다.



드디어 고대하던 육지에 다다랐을 때, ‘리처드 파커는 파이를 놔두고 홀연히 정글속으로 사라진다

나는 지금 어떨까? 지금 내 곁에는 또다른 리처드 파커가 있을까, 아니면 이미 나를 떠나갔을까

만약 나 혼자라면, 나는 충분히 성장했을까?


p.s

예전에 어떤 동네 미용실 사장님께서는 제 머리를 다듬으며, 인도영화가 이렇게 발전했는 줄 몰랐다고 감탄을 하셨습니다. 인도 나오면 다 인도영화죠 뭐. 다른말 안하고 잘 맞춰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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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건호스
게임.2017. 2. 21. 19:23

 









포스트 아포칼립스, 그 중에서도 핵 전쟁 후 황폐화된 세상을 다루는 뉴클리어 아포칼립스의 대명사인 게임이다. 다른 매체에서 영향도 많이 받았지만, 이 게임이 영화나 여타 다른 게임 등에 미친 영향 또한 적지 않다. 이 게임이 발매되었을 때, 나는 고작 초등학교 2~3학년 정도의 나이였기 때문에, 어디서 구하는지도 어떻게 하는지도 몰라 그냥 기억속에 묻어두었던 것이 생각난다. 게이머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겠지만, 꽤나 유명했고 게임 전문지도 아닌 일반 신문에서 이 게임을 소개하는 기사를 내기도 했을 정도였다.

나중에 블로그 등을 돌아다니면서 알게 된 사실은 이 게임이 웨이스트랜드라는 비슷하게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배경으로 하는 게임의 정신적 후속작 내지는 거의 리메이크에 가깝다는 말을 듣게 되었다. 지금은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웨이스트랜드 2 가 발매되고, 폴아웃 시리즈는 엘더 스크롤 시리즈로 유명한 베데스다를 통해 계속 나오는 중이다.

 

디아블로1, 리니지 등이 생각나는 아이소매트릭 뷰의 2d 그래픽으로, 정교한 묘사를 통해 (특히 전투 중에 적군이 터져 나가는 등의 고어한 묘사를 보면 그 정성을 느낄 수 있다.) 핵전쟁 이후의 황량한 세기말적 배경을 잘 표현했다. 물론 요즘 게임에 비하면 기술적인 화려함은 없지만, 워낙 세계관에 맞게 잘 디자인 되었기 때문에 지금 봐도 그럭저럭 넘어가 줄 만하다. 고전의 향수를 지녔다고 할까. 방사능 가득 품은 모래바람이 모니터를 타고 풍겨오는 기분이다.

 

그래픽과 더불어 사운드 또한 게임의 분위기를 한층 살려주고 더욱 몰입하게 만들어준다. 특히 성우들의 연기가 진국이며, 성인 이용가답게 진득한 욕을 거침없이 내뱉는다. 배경음악도 미래적이고, 음산한,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잘 살려 새로운 장소, 위험한 장소에 들어갈 때면 으스스한 기분마저 든다.

 

오랫동안 세상과 단절한 채 지하에서 지냈지만, 정화기가 고장이 나고 이를 수리할 센서를 찾기 위해, 주인공은 볼트라 불리는 방공호 밖으로 나가야 한다. 주어진 시간은 단 150.

게임의 목적에 맞추어 플레이어는 방공호의 뚜껑을 따고 황량한 세상으로 나가야 한다. 미 대륙처럼 보이는 이곳은, 바닷가 지역으로 가면 전부 녹색의 오염된 상태로 인적이 없고, 인적이 드문 곳을 지날 때면, 방사능과 이상한 물질에 의해 변형된 괴물들과 싸워야 한다. 기껏 만나는 사람들도 도적떼 일 수 있으며, 마을 안에도 사기꾼들이 있을 수 있다.

게임은 먼저 게이머를 세상에 풀어놓은 다음에, 메인 줄거리를 알아서 찾아오도록 하고 있다. 일본식 롤플레잉 처럼 스크립트 따라서 자연스럽게 진행을 따라가는 것이 아닌, 광활한 황무지에 던져 놓고 일단 이 마을, 저 마을 다니면서 단서를 찾고 가끔은 문제도 해결해줘야 한다. 그렇게 사람들과 대화하고 동료도 만들며 정보를 얻고, 결국에는 정화기 센서 보다 더 큰 음모를 막는 영웅이 된다.

 

제대로 된 서양식 롤플레잉 게임을 해 본 적이 없던 나에게, 핍보이(게임 상의 스마트폰 비슷한 기기) 안의 전체 맵 부터 등장하여 알아서 게임을 진행해 나가야 하는 점은 처음엔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게임의 방향에 강제로 게이머를 일치시키지 않고 알아서 찾게끔 만들고, 저절로 메인 스토리의 흐름에 따라가게 만드는 방식은 플레이어가 좀 더 자신과 게임 속 주인공을 일치시키고, 이에 몰입할 수 있게 도와준 것 같다.

당연히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 또한 다양하다. 도둑질에 능하다면, 기술을 쓸 수 있고, 힘이 세다면 대화 대신에 주먹을 먼저 들이밀어도 된다. 자율성을 통해 다른 매체에서는 쉽게 제공하기 힘든 강렬한 체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폴아웃은 게임의 본질을 정확히 알고, 그 본분을 다하고 있다 할 수 있겠다.

 

전투는 포인트를 소모하는 턴 방식의 전투이다. 잘 모르겠다면 택틱스류의 너 한번, 나 한번 하는 방식을 떠올리면 된다. 전투에서도 부위별로 상대를 타격하는 것이 가능하며, 역시 게임상의 수치가 뛰어나다면, 한번에 머리나 심장, 그리고 영 좋지 않은 곳을 타격하여 불구로 만들어버릴 수 있다.

실시간에 맛든 요즘 게이머라면, 말만 들어서는 장기나 체스를 떠올리며 맥 빠진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오히려 턴 방식이라 더욱 심장 쫄깃한 일들이 자주 발생한다. 먼저 때리는 놈이 이기는 상황에서, 적에게 턴이 먼저 갔다 던지 하는.

 

버그는 좀 아쉬운 부분이다. 필자의 노트북에서는 어느 마을만 가면 윈도우로 나와버리는 통에 더 이상의 진행이 불가한데, 이것 말고도 많은 버그가 있다 한다.

 

괜히 지금까지 프랜차이즈가 팔팔하게 살아있으며, 오래된 고전을 지금까지 팔고, 꾸준히 업데이트 하는 것이 아니다. 지금도 충분히 즐길 가치가 있으며, 폴아웃을 무슨 핵전쟁 FPS 시리즈 정도로만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한 번쯤 체험해봐야 될 게임이 아닌가 싶다.

 

P.S

현실에서도, 연락처나 집주소는 아무에게나 알려주는게 아니듯 게임에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함부로 우리 방공호 어디에 있어요하고 알려주다가 큰일냈거든요. 줄거리가 무언가 무협스러운 느낌이 있습니다. 주인공이 어떠한 사건을 계기로 하산(여기서는 지상으로)하고, 강호에서 사람들과 뒤섞이며, 의협들과 우정도 만들고, 나쁜 악당과도 맞서는, 써 놓고 보니 딱 무협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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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건호스
영화.2017. 2. 20. 21:46



판타지 장르에서 J.R.R 톨킨이 있다면, 무협소설에서 그 정도 위치에 올라있는 사람으로는 김용을 꼽을 수 있다. 이 영화는 그의 소설 '소오강호'를 원작으로 하여 제작되었다.
사실, 본편이라 할 수 있는 이 영화보다 2편격인 '동방불패'가 훨씬 유명하다. 영화의 제목인 '소오강호'는 극 중 은퇴를 앞두고 있는 두 노고수들이 부르는 노래로,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를 함축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때는 명조 신종 만력 시기
궁에서 은밀히 보관하고 있던 초절정 비급인 '규화보전'이 괴한에게 도둑맞는 일이 벌어지고, 동창에서는 자신들에게 화가 미칠까 두려워 은밀히 '규화보전'을 찾아 나선다. 한 편, 이 사실을 알게 된 강호의 고수들은 저마다 '규화보전'을 얻어 초절정 고수가 되기 위해 은밀히 비급을 찾아 나서고, 강호에 일대 혼란이 일어나는 것이 영화의 주된 내용. 의리는 온데간데 없고, 음모와 배신이 판을 치는 강호의 모습을 보여주며, 이를 통해 헛된 욕망에 휘둘리는 인간의 추악한 면모를 꼬집는 듯하다. 음울한 내용이 될 수도 있으나, 영화는 중간중간 유쾌함을 잃지 않는다.

마치 우리나라 탈춤에서 양반의 권위를 풍자했듯이, 권위를 내세우며, 정의로운 척 하지만 속은 시커먼 창공이나, 화산파의 사부들이 종종 우스꽝스럽게 묘사되고 있다.

요즘 특수효과라 하면 컴퓨터 그래픽을 바로 떠올릴 정도로 CG가 보편화 되었지만, 사실 90년대만 해도 컴퓨터 그래픽은 지금처럼 흔한(?) 것이 아니었고, 이 영화 '소오강호' 에서도 CG 대신, 중국 특수효과 장인이 한 땀 한 땀 정성 들여 수놓았을 아날로그적 특수효과를 마음껏 볼 수 있다. 아련한 향수와 함께, 되도 않는 어설픈 CG를 즐겨 쓰는 지금의 중국영화들 에서는 느낄 수 없는 나름의 무게가 느껴지는 듯하다. 하긴 그것도 어언 십년 전쯤 일이고, 지금은 국내에서 인기가 없어 그렇지, 가끔 유투브 등지에서 최신 영화들의 컴퓨터 그래픽을 보면, 절대 만만하게 볼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2편인 '동방불패'를 제작할 때 '소오강호'를 찍었던 배우들의 네임벨류가 제작자의 성에 차지 않았는지, 주연이고 조연이고 할거 없이 죄다 갈아치운다. 이건 거의 숙청이라고 표현해도 될 정도다확실히 2편이 흥행을 하긴 했지만, 1편을 보면 이 배우들의 속편은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기도 하다. 그렇게 2편에서는 임청하와 이연걸이라는 홍콩영화의 황금기를 떠올리게 하는 배우들이 나온다.



 

- 주제가 소오강호

滄海一聲笑(강호를 바라보며 웃 누나 )

滄海一聲笑

,

,

,

,

,

,

,

창해에서의 한 바탕 웃음,

넘실넘실 해안의 물결.

파도 따라 떠올랐다 가라 앉았다 하니

오늘 아침만 기억날 뿐이네.

푸른 하늘의 웃음

세상의 조류속에 퍼지네.

누가 지고 누가 이길지는 하늘만이 알 뿐,

강산의 웃음은 안개 비와 같고

파도는 활기차게 넘실대니

이 험악한 속세에서 너무나도 아름답구나.

맑은 바람이 웃으니 적막함이 드러나고,

씩씩한 기백은 마음속에 저녁노을을 남기네.

백성들의 웃음, 더이상 적막하지 않고,

씩씩한 기백은 멍하니 웃기만 하네


p.s

주말만 되면 특선으로 틀어주던 더빙판 중국영화들이 그립습니다. 거실에 자리펴고 누워서 황비홍같은 무협영화보면 얼마나 재미있었는지 몰라요. 적벽대전 시리즈 이후로, 국내에서 제대로 흥행한 중국(홍콩?) 영화가 있었는지 기억이 잘 안납니다. 언제 이렇게 위상이 추락한 걸까요? 좀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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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건호스
영화.2017. 2. 17. 15:44



군 복무 시절, 아직 훈련소에 있을 때 주말에 장병 위문 차원에서 시청하였던 영화입니다. 공군이 멋지게 나오는 영화라면, 두 말할 것 없이 톰크루즈가 나오는 탑건이 있는데, 왜 이 영화를 틀어주었는지는 좀 의문입니다. 아마 젊은 친구들이 오래된 고오오오오전은 싫어할 거라 생각했었나 봐요. 그렇게 보게 된 이 영화는 끔찍합니다.

프랑스 영화니까 당연히 라팔 등의 최신예 전투기가 치열하게 도그파이팅을 벌이는 영화를 상상하셨겠지만, 별반 그런 것 없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공중에서 치열하게 추격전을 벌이기는 했던 것 같은데, 대규모 공중전이 일어날 배경이 없는 요즘 세상의 특성상 당위성이 많이 떨어집니다.


모든 이야기의 시작이 되는 첫번째 전투는 에어쇼 도중에 벌어집니다. 한 대가 이상한 기동을 하고 그 근처에 있던 주인공과 주인공의 친구가 이를 저지하러 가죠. 주인공의 친구는 격추 직전까지 몰리나, 주인공은 미사일이 발사되기 직전 불꽃 튀는 것을 육안으로 확인하고, 적기를 먼저 날려버립니다.

하지만 상부에서는 과잉대처를 했다고 이야기하고, 주인공은 난처하게 되는데요. 이를 연구하는 여자 박사가 있는데, 이런 말썽쟁이 천재 파일럿과 여자 박사라는 구도는 탑건 에서 나왔던 그대로입니다. 그냥 둘이서 그림 좋게 티격태격하다가 어느 순간 사랑에 빠져버려요.

두번째 공중전은, 주인공의 말을 믿어주지 않는 박사를 뒤에 태우고, 직접 당시의 급박한 상황을 주인공과 친구가 재연하는 장면입니다. 박사는 이 일이 있은 뒤, 비디오 판독도 열심히 해서 주인공이 무죄라는 것을 밝혀내죠.

다시 기억을 되짚어 보자면, 두번째 행사가 다시 열리는데 여기서 또 악당들이 작당을 합니다. 그런데 우리의 주인공 일행이 이를 간파하고 먼저 출격해서, 이를 격추시키는 것으로 영화의 대미를 장식합니다.

아마 기억을 쥐어짜서 다시 떠올려보자면, 프랑스 전투기를 탈취해서 사고를 일으키고, 이를 이용해 자기들 전투기를 팔려는 기업의 속셈이었던 것 같습니다.


정말 이게 끝입니다. 너무 오래된 기억이라 믿지 못하시겠다면, 영화를 보면 잘 아시게 될 겁니다. 이야기를 전개만 하다가, 나중에 수습이 안되니까 급하게 막을 내린 것을 보는 기분 이에요.

푸른 창공에서 비행기가 기동하는 모습은 물론 멋집니다. 예전 탑건이 그랬고, 아쉬운 작품이었던 우리나라의 리턴투베이스가 그랬고, 이런 류의 영화가 많지 않은지라 이런 장면들은 가치가 있습니다. 허나 이외에는, 전투기를 등장시키기 위해 덧붙인 사족같이 느껴진다고 할까요? 탑건 또한 이러한 문제가 있었지만 크게 도드라지진 않았어요. 프랑스 국내가 아닌 해외 파병 중에 발생한 일로 이야기를 전개했다면 어땠을까요왜 태양의 후예’ 도 가상의 국가를 만들었지 않습니까.


이럴때는 차라리 고질적인 한국드라마식 스토리가 잘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탑건도 청춘물(목표를 두고 경쟁하는 남자들, 운명적인 만남, 아픈 과거 등등)에 전투기와 파일럿이라는 멋진 요소가 결합된 모양이었으니까요. '태양의 후예'를 보면서도 병종만 바뀐 탑건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P.S

너무 오래전에 본 영화인지라, 세부적인 내용은 다른 정보를 믿으시는 게 더 정확합니다. 하지만 감상은 대체로 저와 비슷할거에요. 그리고 미라지 2000 이라는 기종에 대한 홍보가 몇몇 부분에서는 많이 티납니다. 기술적인 강점을 설명하는 대사가 있다던지, 이러한 것들은 군의 지원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장르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지만, 영화가 좀 더 잘 빠졌다면 다른 홍보 없이 전투기의 이미지도 좋아지지 않았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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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건호스
게임.2017. 2. 17. 02:07








여러 비행 시뮬레이션, 헬기를 다룬 코만치 시리즈 등으로 밀리터리 게임의 명가로 알려진 노바로직의 대표작

델타포스 시리즈.

그 첫 시작을 알리는 작품이다.


당시의 FPS 장르는 비좁은 미로, 던젼, 기지 내부등을 샅샅이 뒤지며 길을 찾는 방식의 작품이 대부분이었는데델타포스는 이러한 트렌드에서 과감히 벗어나 현실적인 배경과 광활한 지형을 강점으로 들고 나왔다.

물론, 이전에 듀크 뉴켐 3D 등에서 야외 지형, 스타워즈 제다이 나이트와 하프라이프 등에서도 광활한 지형이 등장하기는 하였으나, 이러한 밀리터리 스타일의 게임으로 넓은 지형에서 실제 작전을 수행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을 델타포스가 그 효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때문에 뒤에 영향을 받을 게임들도 많이 언급할 수 있는데, 일단 레인보우 식스 시리즈로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던 레드 스톰에서는 비슷한 컨셉으로 고스트 리콘 시리즈를 발매하였고, 좀 많이 크게 보아 현대군인이 큰 맵에서 뛰어다니는 걸로 치자면 무수히 많다.

넓은 맵에서 열심히 뛰어다니는 배틀필드 시리즈, 또 보병 시뮬레이션이라 칭해지는 오퍼레이션 플래시 포인트(훗날 아르마 시리즈로 계승, 저작권 회수 후 이름 변경.) 등도 어찌됐건 영향을 받았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콜 오브 듀티 시리즈의 경우에는 원래 델타포스는 부대 마크가 없는데, 이를 착각하고 델타포스 게임의 엠블럼을 도용하였다가 법적인 문제가 생긴 것으로 알고있다.


그래픽은 좀 특이하다. 복셀 엔진이라는 지금도 그렇고 당시에도 잘 쓰이지 않는 엔진을 이용하였다. 이는 2D 도트를 3D의 형태로 구현한 것이라 생각하면 된다. 주로 2D RTS 장르에서 많이 이용되었는데, 대표적으로 C&C 타이베리안 선 등에서 사용되었다. 이를 FPS 장르에 적용하여, 지형은 부드러우면서도 광활한 (자꾸 이 표현을 쓰게 된다.) 넓이를 표현해내고, 그 위에다 3D로 이루어진 사람, 지형지물을 올렸다.

당시의 기술력을 고려해도 무언가 어정쩡한 그래픽으로 좋은 평가는 받지 못했던 것 같다. 직선으로 쭉 이어 그린 듯한 당시의 3D 그래픽보다, 부드러운 지형묘사는 좋았지만, 엔진의 한계로 그 위에 오브젝트를 빽빽하게 올리거나 하지 못했는지, 배경이 다소 심심하다.

인도네시아의 정글로 여겨지는 지형인데도, 나무는 드문드문 있고, 대신 짙은 풀색의 초원과 산이 자리하는 식이다. 때문에 가끔은 내가 베스킨라빈스31 아이스크림 위에서 게임을 플레이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사운드는 현실적인 소리에 집중한 것 같다. 배경음악이라곤 메인메뉴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 전부이며, 게임 안에서는 철저히 총성과, 적들의 목소리만이 울려퍼진다. 그래도 효과음은 상당한 수준이라 말하고 싶다. 각각의 총기에 따라 효과음이 잘 구현되어 있으며, 총을 쏠 때, 무언가 안에 살짝 비어 공명하는 듯한 느낌마저 잘 살렸다.

배경음악에 대해 잡설하자면, 경쟁작인 레인보우 식스 시리즈의 경우 장중한 오케스트라를 통해 마치 90년대 제리 브룩하이머 제작 스타일의 액션영화를 보는 듯하게 한다. 때문에 플레이어로 하여금 무언가 세계평화에 앞장서는 사명감을 팍팍 심어준다.

델타포스 1의 배경음악은 메탈풍(음악에 조예가 깊지 않아 정확하게 장르를 정의하지 못하는 점 양해바란다.)의 음악이다. 마치 전역한 전직 군인이 어느 시골 구석의 펍에서 맥주를 잔뜩 들이키며 할리 데이비슨을 옆에 세워두고 나에게 말을 거는 듯한, 그런 느낌이다. 배경음악에서부터 땀내나는 사나이들의 군대 이야기 같은 느낌을 주는, 진정한 밀리터리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게임플레이는 광활한 지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도록 유도한다. 각 미션마다 지정경로가 있지만 거의 지침 수준이며. 목표에 도달하는 방법은 순전히 플레이어의 자유이다. 지정경로를 무시하고 근처 야산에 올라 적들을 저격한 뒤 유유히 목표지점으로 이동할 수도, 아니면 그냥 적을 무시하고 빙 돌아가 목표만 타격하고, 다시 퇴각지점을 빠질 수도 있는 자유로운 플레이를 유도한다.

자유도가 극도로 제한된 요즘의 레일슈터 게임들을 하다가 이 게임을 하면 단순하면서도, 무언가 현실적이라는 느낌을 받게 된다. 아이러니한 것은, 당시에는 이 게임은 제법 아케이드적인 게임성으로 알려져 있었다는 것이다. 때문에 경쟁작인 레인보우 식스 보다 한 층 접근하기 쉬운 게임으로 여겨졌던 것 같다.

인공지능은 정말로 멍청한 수준이다. 옆에서 동료가 죽어도 반응하지 않는 경우도 많으며, 건물 안의 적들은 그저 게이머가 있는 방향을 향해 건물 안에서 열심히 벽에 총을 쏴대기도 한다. 그럼에도 난이도는 그리 녹록치 않은데, 게이머 또한 한, 두발의 총탄에 바로 사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크립트와 영화적인 연출만 가득 담긴 게임들에 익숙하다면, 델타포스 1은 조금은 심심할 것이다. 허나 반대로 점점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줄고, 플레이 타임마저 줄어드는, 클릭 말고 크게 할 것이 없는 그런 레일슈터 게임들에 질렸다면, 이제 발매된 지 어언 20년이 다 되가는 이 고전명작은 분명히 당신을 즐겁게 해 줄 것이다.


p.s

자세히 보시면, 장갑차 안에 닭이 들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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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건호스
여행.2017. 2. 15. 23:55
















이 작은 카페와 알게 된 것은, 3년 전 서울 기숙사를 신청하여, 홍대 피플이 되보고자 하는 마음에서 였다

기숙사는 침침했지만 처음 홍대에 살게 된 그 기분에 취해 이곳 저곳을 돌아다녔는데, 그 중 한 곳이 이곳이다.


프렌차이즈 커피전문점에 비해 매우 합리적인 가격에 무엇보다 맛이 좋았다. 내가 무슨 커피 전문가는 아니지만

호기심도 많고, 여기저기 다니길 좋아하는 성격에 다 한번씩은 가보는데, 그 중에 여기가 제일 나의 입맛에 맞았다.


사이즈업이 없는게 아쉬웠지만, 워낙 맛있어서 한 모금 살짝 머금어도 충분하다

가끔 드넓은 음료의 바다를 헤치며, 에스프레소의 맛을 찾아야하는 그런 커피를 주는 곳들이 있는데, 분명히 다르다.


때문에 자격증 공부를 한답시고, 노트북 쓰기 좋은 서울 캠퍼스에서 한동안 공부할 때는 

정말 밥 먹듯이 매일 들리는 곳이었다.


여기서 향긋한 커피냄새를 맡으며, 나의 카페모카를 가져갈 때가

당시 나의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을지도 모른다.


한동안 기억에서 잊고 지내다가, 예전 사진첩을 뒤적이다 우연한 기회로 떠올리게 되었다

인터넷에 수많은 엇비슷한 이름을 지닌 장소들이 많아졌기에, 혹여 없어지지는 않았을까 하는 마음에 

다음날 당장 홍대로 갔다.


여전했다. 거의 매일같이 보던 직원도 이제는 없고, 매장 인테리어도 살짝 바뀌었지만

내 혀가 만족하는 것을 보니 맛은 변함없는 듯 싶다.


생각보다 내가 찍은 사진이 많이 없었다. 또 언제 다시 올지 몰라서, 언제 또 떠올릴지 몰라서

구석구석 사진을 찍어 두었다


지금 이 글은 소개보다도 나의 추억을 위한 글이다


좀 더 쉽게 떠올리기 위한.

 

p.s

같은 이름을 지닌 카페들이 많은데 프렌차이즈화 된 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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