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학다식 아키비스트의 수시 건호스. :: 밀양 - 생각 정리 (스포일러)
영화.2017. 2. 14. 20:51



이혼 후 밀양으로 내려온 신애는 얕잡아 보이지 않기 위해서, 제법 재산이 있는 듯한 행세를 한다

그러나 이를 알고 있던 웅변학원 원장이 신애의 아들을 유괴하고, 아들은 결국 죽고 만다. 신애는 자식을 잃은 슬픔에 몸부림친다. 넋이 나간 상태로 살다가, 우연히 시선이 닿은 교회에 들어가 통곡하는 신애. 그 뒤로 종교를 통해 안정을 되찾은 듯이 보인다


하지만 여기서 끝난 것이 아니다. 굳게 마음을 먹고 죄인을 용서하기 위해 교도소로 찾아갔건만, 사형수인 웅변학원 원장은 너무나 편안한 표정과 말투로, 자기도 교도소에서 하느님을 만났으며, 심지어는 하느님께 구원받았다고 말한다.

피해자인 신애는 아직 고통속에 살고 있는 것에 비하여, 너무나 대조적으로 평안한 가해자의 모습

비록 모든 사람에게 종교는 평등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 영화는 종교적 모순과 이에 따른 갈등을 보여주고 있다. 피해자인 신애가 마음을 열어 용서하기 전에, 신이 먼저 그 가해자의 죄를 사하고 죄책감을 덜어줄 수 있는지에 대해 관객도 같이 고민해보게 한다.

이후 신애는 우연히 길가에서 양아치에게 얻어맞는 학원원장 딸과 눈이 마주치지만 이를 방관하고 지나간다. 그 후로, 신에 분노하고, 신을 부정하기 위한 신애의 행동이 이어진다.


- 부흥회에서 김추자의 거짓말이야 틀기.

- 조용한 교회에서 마구 책상을 두드리고 소리 지르기.

- 집회에서 난동, 다른 집회가 진행 중인 아파트 창문에 돌 던지기.

- 신실한 약국주인 장로 유혹. 신에게 보여주기 위해 밖에서 하자(?) 제안하나, 장로는 하느님이 보고 계시는 것 같   다며 끝내 거부하고 실패하자 신애는 구토를 한다.

- 다음으로 송강호를 유혹 하려하나 송강호 또한 거부.

- 차들이 마구 다니는 도로 한복판으로 걸어가기. (허나 죽지 않음.)

- 이 모든 것들이 실패로 끝나자, 마지막으로 칼로 손목을 그어 자살 시도를 한다.


허나 죽지 않았고, 퇴원 후 들른 미용실에서 웅변학원 원장의 딸과 조우한다. 신애의 머리를 다듬어 주며, 죄송하다는 말을 차마 꺼내지 못하는 등, 눈물 짓는 모습으로 보아 죄책감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신애는 눈물 짓는 아이를 보았으나, 용서의 말이나 위로 따위는 없이, 그냥 미용실을 뛰쳐나온다. 집에서 자르다 만 머리를 혼자 손질하고, 그 곁에는 전과 같이 송강호가 거울을 비춰준다. 그 둘을 뒤로하며 영화는 마당에 자라는 새싹을 비춰주며 끝.


영화상에서 묘사되지는 않았지만, 이 소녀의 남은 인생은 충분히 가혹할 것을 추측할 수 있다. 이른 나이의 소년원에서 수감생활을 했으며 학교는 이미 중퇴한 상태이다. 소년원에서 미용기술을 배우긴 했지만 아버지는 이미 죽었고, 미성년자로서 연고자 없이 살아갈 이 소녀의 일생이 얼마나 험난할지는 쉽게 예상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신은 가해자에 대한 징벌 없는 용서를 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더 가혹할 수도 있다. 영화상에서 학원원장의 딸은(범죄에 완전히 가담하지는 않았으나, 아버지의 지시로 망을 봤다.) 자기 아버지의 죄로 인하여 정상적인 아이들이 누렸어야 할 일상에서 박탈당했다

비록, 사형당한 학원원장은 개인적으로는 구원을 받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그 죄는 살아남은 딸이 전부 혼자서 짊어지고 가야한다. 또한 후반부의 장면을 통해 딸이 충분히 죄책감을 느끼고 있음을 알 수 있고, 이는 신애가 용서하지 않는 한은 해소될 수 없는 것이다. 자신이 받아야할 벌을 세상에서 대신 받고 있을 딸의 모습을 보며, 웅변학원 원장은 저승에서 피눈물을 흘리고 있을지 모른다.


결국, 신은 피해자인 신애에게서 용서의 권리를 앗아가지 않았다.

그것을 깨닫고 다시 삶을 시작한다는 의미에서 영화 마지막에 새싹을 비춘 것은 아닐까?


P.S

학교 과제 발표를 위해 영화에 대한 생각을 요약 정리했던 것을 글로 다시 옮겼습니다. 때문에 좀 어색한 면이 있네요. 과제를 위해 여러번 영화를 반복해서 보면서,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어 나름 즐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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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건호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