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학다식 아키비스트의 수시 건호스. :: 폴아웃 1
게임.2017. 2. 21. 19:23

 









포스트 아포칼립스, 그 중에서도 핵 전쟁 후 황폐화된 세상을 다루는 뉴클리어 아포칼립스의 대명사인 게임이다. 다른 매체에서 영향도 많이 받았지만, 이 게임이 영화나 여타 다른 게임 등에 미친 영향 또한 적지 않다. 이 게임이 발매되었을 때, 나는 고작 초등학교 2~3학년 정도의 나이였기 때문에, 어디서 구하는지도 어떻게 하는지도 몰라 그냥 기억속에 묻어두었던 것이 생각난다. 게이머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겠지만, 꽤나 유명했고 게임 전문지도 아닌 일반 신문에서 이 게임을 소개하는 기사를 내기도 했을 정도였다.

나중에 블로그 등을 돌아다니면서 알게 된 사실은 이 게임이 웨이스트랜드라는 비슷하게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배경으로 하는 게임의 정신적 후속작 내지는 거의 리메이크에 가깝다는 말을 듣게 되었다. 지금은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웨이스트랜드 2 가 발매되고, 폴아웃 시리즈는 엘더 스크롤 시리즈로 유명한 베데스다를 통해 계속 나오는 중이다.

 

디아블로1, 리니지 등이 생각나는 아이소매트릭 뷰의 2d 그래픽으로, 정교한 묘사를 통해 (특히 전투 중에 적군이 터져 나가는 등의 고어한 묘사를 보면 그 정성을 느낄 수 있다.) 핵전쟁 이후의 황량한 세기말적 배경을 잘 표현했다. 물론 요즘 게임에 비하면 기술적인 화려함은 없지만, 워낙 세계관에 맞게 잘 디자인 되었기 때문에 지금 봐도 그럭저럭 넘어가 줄 만하다. 고전의 향수를 지녔다고 할까. 방사능 가득 품은 모래바람이 모니터를 타고 풍겨오는 기분이다.

 

그래픽과 더불어 사운드 또한 게임의 분위기를 한층 살려주고 더욱 몰입하게 만들어준다. 특히 성우들의 연기가 진국이며, 성인 이용가답게 진득한 욕을 거침없이 내뱉는다. 배경음악도 미래적이고, 음산한,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잘 살려 새로운 장소, 위험한 장소에 들어갈 때면 으스스한 기분마저 든다.

 

오랫동안 세상과 단절한 채 지하에서 지냈지만, 정화기가 고장이 나고 이를 수리할 센서를 찾기 위해, 주인공은 볼트라 불리는 방공호 밖으로 나가야 한다. 주어진 시간은 단 150.

게임의 목적에 맞추어 플레이어는 방공호의 뚜껑을 따고 황량한 세상으로 나가야 한다. 미 대륙처럼 보이는 이곳은, 바닷가 지역으로 가면 전부 녹색의 오염된 상태로 인적이 없고, 인적이 드문 곳을 지날 때면, 방사능과 이상한 물질에 의해 변형된 괴물들과 싸워야 한다. 기껏 만나는 사람들도 도적떼 일 수 있으며, 마을 안에도 사기꾼들이 있을 수 있다.

게임은 먼저 게이머를 세상에 풀어놓은 다음에, 메인 줄거리를 알아서 찾아오도록 하고 있다. 일본식 롤플레잉 처럼 스크립트 따라서 자연스럽게 진행을 따라가는 것이 아닌, 광활한 황무지에 던져 놓고 일단 이 마을, 저 마을 다니면서 단서를 찾고 가끔은 문제도 해결해줘야 한다. 그렇게 사람들과 대화하고 동료도 만들며 정보를 얻고, 결국에는 정화기 센서 보다 더 큰 음모를 막는 영웅이 된다.

 

제대로 된 서양식 롤플레잉 게임을 해 본 적이 없던 나에게, 핍보이(게임 상의 스마트폰 비슷한 기기) 안의 전체 맵 부터 등장하여 알아서 게임을 진행해 나가야 하는 점은 처음엔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게임의 방향에 강제로 게이머를 일치시키지 않고 알아서 찾게끔 만들고, 저절로 메인 스토리의 흐름에 따라가게 만드는 방식은 플레이어가 좀 더 자신과 게임 속 주인공을 일치시키고, 이에 몰입할 수 있게 도와준 것 같다.

당연히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 또한 다양하다. 도둑질에 능하다면, 기술을 쓸 수 있고, 힘이 세다면 대화 대신에 주먹을 먼저 들이밀어도 된다. 자율성을 통해 다른 매체에서는 쉽게 제공하기 힘든 강렬한 체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폴아웃은 게임의 본질을 정확히 알고, 그 본분을 다하고 있다 할 수 있겠다.

 

전투는 포인트를 소모하는 턴 방식의 전투이다. 잘 모르겠다면 택틱스류의 너 한번, 나 한번 하는 방식을 떠올리면 된다. 전투에서도 부위별로 상대를 타격하는 것이 가능하며, 역시 게임상의 수치가 뛰어나다면, 한번에 머리나 심장, 그리고 영 좋지 않은 곳을 타격하여 불구로 만들어버릴 수 있다.

실시간에 맛든 요즘 게이머라면, 말만 들어서는 장기나 체스를 떠올리며 맥 빠진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오히려 턴 방식이라 더욱 심장 쫄깃한 일들이 자주 발생한다. 먼저 때리는 놈이 이기는 상황에서, 적에게 턴이 먼저 갔다 던지 하는.

 

버그는 좀 아쉬운 부분이다. 필자의 노트북에서는 어느 마을만 가면 윈도우로 나와버리는 통에 더 이상의 진행이 불가한데, 이것 말고도 많은 버그가 있다 한다.

 

괜히 지금까지 프랜차이즈가 팔팔하게 살아있으며, 오래된 고전을 지금까지 팔고, 꾸준히 업데이트 하는 것이 아니다. 지금도 충분히 즐길 가치가 있으며, 폴아웃을 무슨 핵전쟁 FPS 시리즈 정도로만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한 번쯤 체험해봐야 될 게임이 아닌가 싶다.

 

P.S

현실에서도, 연락처나 집주소는 아무에게나 알려주는게 아니듯 게임에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함부로 우리 방공호 어디에 있어요하고 알려주다가 큰일냈거든요. 줄거리가 무언가 무협스러운 느낌이 있습니다. 주인공이 어떠한 사건을 계기로 하산(여기서는 지상으로)하고, 강호에서 사람들과 뒤섞이며, 의협들과 우정도 만들고, 나쁜 악당과도 맞서는, 써 놓고 보니 딱 무협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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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건호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