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학다식 아키비스트의 수시 건호스. :: 토탈 어나힐레이션 킹덤즈 아이언 플레이그
게임.2017. 2. 8. 23:02


시점은 탑 뷰(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점 워크래프트2를 떠올리면 된다.)이지만, 3d로 지형의 고저차와 공중 유닛의 선회, 탄환 궤적까지 구현되어 지형에 따라 데미지가 막히기도 했던,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앞서 간 게임이었던 토탈 어나힐레이션.

그 후속작인 토탈 어나힐레이션 킹덤즈와 그 확장팩인 아이언 플레이그는 그 후 배경을 판타지로 바꾸어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타이베리안 선과 스타크래프트 등이 각축을 벌이던 RTS 장르의 황금기에 출시되었던 게임이다.

내가 이 게임을 접하게 된 것은 11살쯤, 시내에 있던 한 대형 서점의 게임 매장이었다. 주얼판(게임시장의 규모가 크지 않고 불법복제가 성행하던 우리나라에서 탄생된, 재고가 남은 패키지 게임을 저가에 덤핑하는 판매방식이었다.)으로 구하게 되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발매시기에 비해 꽤 재빠르게 저가형으로 재발매 되었던 것 같다. 정말로 흥행이 말이 아니었나보다.

전작인 토탈 어나힐레이션의 성공과 명성으로 주목할 만한 제작사로 발돋움했던 케이브독은, 결국 소포모어 징크스를 극복하지 못하고 이 게임의 흥행 실패와 함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버렸다.

허나 이런 세상의 평가와는 달리, 나는 희한하게 이 게임에 애정이 깊다. SF와 판타지를 좋아하는 내 성향과도 잘 맞았기도 하고, 스타크래프트의 아류 일색이던 당시의 게임판에서 자기만의 방식을 고수하던 장인의 풍모 같은 게 느껴 지기도 했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본다면 나 같은 게이머들이 없지는 않았는지, 고전게임을 디지털화 하여 재발매 하는 사이트인 GOG.COM 에서도 다시 발매되었다.

비록 당시 3D 그래픽의 한계로 유닛과 건물의 외형은 네모난 목각인형과 다를 바 없지만, 각각 종족의 개성을 잘 구현하고 있다. (중세 봉건, 악마, 야만인 무리, 해상왕국 등 확장팩의 크레온 종족도 합하면 스팀펑크까지) 여기에 나름 미려한 지형 그래픽이 어우러지면, 작은 판타지 세계를 보는 소소한 즐거움을 자아낸다. 특히 드래곤 등의 공중 유닛이 날갯짓을 하며 선회하고 싸우는 모습은 지금 봐도 꽤 공들인 티가 나는 연출이다. 사실 기술이 발전한 지금까지도 RTS 장르에서 공중 유닛의 동선을 이만큼 공들여 만든 게임은 손에 꼽을 정도이니, 그 노력이 결코 모자란 작품은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배경음악은 중세풍의 우아한 느낌을 잘 살려준다. 종족마다 다른 테마로 곡 수가 그렇게 많다고 느껴지지는 않으나, 그래픽과 함께 한층 게임의 분위기를 잘 살려준다. 그에 비해 유닛 음성은 거의 없다시피 하며, 효과음 또한 심심한 수준이다. 사람에 따라서는 우아한 배경음과 정적인 효과음이 합쳐져 졸음을 유발한다는 평도 있었다.

게임이름답게 모조리 전멸주된 내용이던, 전작에서 많은 발전을 이루어 이번 작품에서는 하나의 큰 서사를 따라가는 방식으로 싱글 플레이의 개선이 이루어졌다. 수채화와 중세풍의 스케치로 이루어진 원화와 영상이 브리핑과 컷씬으로 활용되어 몰입감을 높인다. 단지 아쉬운 것은 게임 내 연출을 강화하던 당시 트랜드와 달리 게임 내적인 면에서는 시나리오적 연출이 거의 전무했다는 점이다. 이러한 점이 게임을 더욱 심심하게 느끼게 했을 것 같다.

스토리는 그에 반해 매우 좋다. 마치 왕좌의 게임을 보는 듯, 생긴 것은 마냥 정의로워 보이는 종족이 가장 배반이 잘 일어나고, 때에 따라서는 동맹을 약탈하며 악의무리처럼 생긴 종족이 오히려 단합이 잘 된 모습을 보여준다. 4종족이 두 패로 나뉘어 싸우는 것이 오리지널의 스토리이고, 공통의 적인 크레온이라는 침략자에 맞서 이합집산 하는 내용이 확장팩인 아이언 플레이그의 스토리이다. 후속작을 염두한 것인지 스토리는 완벽히 종결되지 않고 열린 결말의 형식으로 나아간다. (크레온을 물리치지만, 그 과정에서 무능한 모습을 보인 한 종족은 많이 위축되고, 오리지널에서 패배했던 두 종족은 이 기회를 틈타 재기한다.)

게임 플레이 면에서는 독자성을 많이 추구했다. 자원 수집을 최대한 간략히 하며, 생산에 초점을 맞추고, 유닛 컨트롤을 세세하게 신경쓰기 보다는 좀 더 크게 전략적인 방향에 집중하게끔 유도했다. 시야가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며 사거리와 시야가 차이가 나는 유닛이 많아, 비행 유닛이나 정찰 유닛이 시야를 확보하고 투석기 등의 포병 유닛이 지원을 하는 다양한 유닛 조합을 통한 전략적인 플레이를 노린 것 같다.

초등학교 시절 인터넷 멀티플레이를 지원하던 해외사이트에서 되지도 않는 영어를 구사하며 해외 게이머들과 플레이 할 때는, 이런 의도와는 살짝 빗나가 엄청난 생산으로 전선을 형성하며 끊임없이 맞붙는 물량전의 형태로 전개되었던 것 같다.

장장 구매한지 15~16년 만에 엔딩을 보게 된 게임으로, ‘나만의 게임이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작품이다. 좋은 배경과 설정이 있으니 이를 버리지 말고 누군가가 정신적 후속작 이라도 만들어주길 기대한다.


P.S 

인스타그램의 간단한 감상을 이제야 정리해서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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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건호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