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학다식 아키비스트의 수시 건호스. :: 소오강호
영화.2017. 2. 20. 21:46



판타지 장르에서 J.R.R 톨킨이 있다면, 무협소설에서 그 정도 위치에 올라있는 사람으로는 김용을 꼽을 수 있다. 이 영화는 그의 소설 '소오강호'를 원작으로 하여 제작되었다.
사실, 본편이라 할 수 있는 이 영화보다 2편격인 '동방불패'가 훨씬 유명하다. 영화의 제목인 '소오강호'는 극 중 은퇴를 앞두고 있는 두 노고수들이 부르는 노래로,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를 함축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때는 명조 신종 만력 시기
궁에서 은밀히 보관하고 있던 초절정 비급인 '규화보전'이 괴한에게 도둑맞는 일이 벌어지고, 동창에서는 자신들에게 화가 미칠까 두려워 은밀히 '규화보전'을 찾아 나선다. 한 편, 이 사실을 알게 된 강호의 고수들은 저마다 '규화보전'을 얻어 초절정 고수가 되기 위해 은밀히 비급을 찾아 나서고, 강호에 일대 혼란이 일어나는 것이 영화의 주된 내용. 의리는 온데간데 없고, 음모와 배신이 판을 치는 강호의 모습을 보여주며, 이를 통해 헛된 욕망에 휘둘리는 인간의 추악한 면모를 꼬집는 듯하다. 음울한 내용이 될 수도 있으나, 영화는 중간중간 유쾌함을 잃지 않는다.

마치 우리나라 탈춤에서 양반의 권위를 풍자했듯이, 권위를 내세우며, 정의로운 척 하지만 속은 시커먼 창공이나, 화산파의 사부들이 종종 우스꽝스럽게 묘사되고 있다.

요즘 특수효과라 하면 컴퓨터 그래픽을 바로 떠올릴 정도로 CG가 보편화 되었지만, 사실 90년대만 해도 컴퓨터 그래픽은 지금처럼 흔한(?) 것이 아니었고, 이 영화 '소오강호' 에서도 CG 대신, 중국 특수효과 장인이 한 땀 한 땀 정성 들여 수놓았을 아날로그적 특수효과를 마음껏 볼 수 있다. 아련한 향수와 함께, 되도 않는 어설픈 CG를 즐겨 쓰는 지금의 중국영화들 에서는 느낄 수 없는 나름의 무게가 느껴지는 듯하다. 하긴 그것도 어언 십년 전쯤 일이고, 지금은 국내에서 인기가 없어 그렇지, 가끔 유투브 등지에서 최신 영화들의 컴퓨터 그래픽을 보면, 절대 만만하게 볼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2편인 '동방불패'를 제작할 때 '소오강호'를 찍었던 배우들의 네임벨류가 제작자의 성에 차지 않았는지, 주연이고 조연이고 할거 없이 죄다 갈아치운다. 이건 거의 숙청이라고 표현해도 될 정도다확실히 2편이 흥행을 하긴 했지만, 1편을 보면 이 배우들의 속편은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기도 하다. 그렇게 2편에서는 임청하와 이연걸이라는 홍콩영화의 황금기를 떠올리게 하는 배우들이 나온다.



 

- 주제가 소오강호

滄海一聲笑(강호를 바라보며 웃 누나 )

滄海一聲笑

,

,

,

,

,

,

,

창해에서의 한 바탕 웃음,

넘실넘실 해안의 물결.

파도 따라 떠올랐다 가라 앉았다 하니

오늘 아침만 기억날 뿐이네.

푸른 하늘의 웃음

세상의 조류속에 퍼지네.

누가 지고 누가 이길지는 하늘만이 알 뿐,

강산의 웃음은 안개 비와 같고

파도는 활기차게 넘실대니

이 험악한 속세에서 너무나도 아름답구나.

맑은 바람이 웃으니 적막함이 드러나고,

씩씩한 기백은 마음속에 저녁노을을 남기네.

백성들의 웃음, 더이상 적막하지 않고,

씩씩한 기백은 멍하니 웃기만 하네


p.s

주말만 되면 특선으로 틀어주던 더빙판 중국영화들이 그립습니다. 거실에 자리펴고 누워서 황비홍같은 무협영화보면 얼마나 재미있었는지 몰라요. 적벽대전 시리즈 이후로, 국내에서 제대로 흥행한 중국(홍콩?) 영화가 있었는지 기억이 잘 안납니다. 언제 이렇게 위상이 추락한 걸까요? 좀 아쉽습니다.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게이머  (0) 2017.02.23
라이프 오브 파이 - 스포일러 가득.  (0) 2017.02.22
마하 2.6 풀스피드  (2) 2017.02.17
밀양 - 생각 정리 (스포일러)  (2) 2017.02.14
칠드런 오브 맨 - 스포일러 약간?  (0) 2017.02.09
Posted by 건호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