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학다식 아키비스트의 수시 건호스. :: 마하 2.6 풀스피드
영화.2017. 2. 17. 15:44



군 복무 시절, 아직 훈련소에 있을 때 주말에 장병 위문 차원에서 시청하였던 영화입니다. 공군이 멋지게 나오는 영화라면, 두 말할 것 없이 톰크루즈가 나오는 탑건이 있는데, 왜 이 영화를 틀어주었는지는 좀 의문입니다. 아마 젊은 친구들이 오래된 고오오오오전은 싫어할 거라 생각했었나 봐요. 그렇게 보게 된 이 영화는 끔찍합니다.

프랑스 영화니까 당연히 라팔 등의 최신예 전투기가 치열하게 도그파이팅을 벌이는 영화를 상상하셨겠지만, 별반 그런 것 없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공중에서 치열하게 추격전을 벌이기는 했던 것 같은데, 대규모 공중전이 일어날 배경이 없는 요즘 세상의 특성상 당위성이 많이 떨어집니다.


모든 이야기의 시작이 되는 첫번째 전투는 에어쇼 도중에 벌어집니다. 한 대가 이상한 기동을 하고 그 근처에 있던 주인공과 주인공의 친구가 이를 저지하러 가죠. 주인공의 친구는 격추 직전까지 몰리나, 주인공은 미사일이 발사되기 직전 불꽃 튀는 것을 육안으로 확인하고, 적기를 먼저 날려버립니다.

하지만 상부에서는 과잉대처를 했다고 이야기하고, 주인공은 난처하게 되는데요. 이를 연구하는 여자 박사가 있는데, 이런 말썽쟁이 천재 파일럿과 여자 박사라는 구도는 탑건 에서 나왔던 그대로입니다. 그냥 둘이서 그림 좋게 티격태격하다가 어느 순간 사랑에 빠져버려요.

두번째 공중전은, 주인공의 말을 믿어주지 않는 박사를 뒤에 태우고, 직접 당시의 급박한 상황을 주인공과 친구가 재연하는 장면입니다. 박사는 이 일이 있은 뒤, 비디오 판독도 열심히 해서 주인공이 무죄라는 것을 밝혀내죠.

다시 기억을 되짚어 보자면, 두번째 행사가 다시 열리는데 여기서 또 악당들이 작당을 합니다. 그런데 우리의 주인공 일행이 이를 간파하고 먼저 출격해서, 이를 격추시키는 것으로 영화의 대미를 장식합니다.

아마 기억을 쥐어짜서 다시 떠올려보자면, 프랑스 전투기를 탈취해서 사고를 일으키고, 이를 이용해 자기들 전투기를 팔려는 기업의 속셈이었던 것 같습니다.


정말 이게 끝입니다. 너무 오래된 기억이라 믿지 못하시겠다면, 영화를 보면 잘 아시게 될 겁니다. 이야기를 전개만 하다가, 나중에 수습이 안되니까 급하게 막을 내린 것을 보는 기분 이에요.

푸른 창공에서 비행기가 기동하는 모습은 물론 멋집니다. 예전 탑건이 그랬고, 아쉬운 작품이었던 우리나라의 리턴투베이스가 그랬고, 이런 류의 영화가 많지 않은지라 이런 장면들은 가치가 있습니다. 허나 이외에는, 전투기를 등장시키기 위해 덧붙인 사족같이 느껴진다고 할까요? 탑건 또한 이러한 문제가 있었지만 크게 도드라지진 않았어요. 프랑스 국내가 아닌 해외 파병 중에 발생한 일로 이야기를 전개했다면 어땠을까요왜 태양의 후예’ 도 가상의 국가를 만들었지 않습니까.


이럴때는 차라리 고질적인 한국드라마식 스토리가 잘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탑건도 청춘물(목표를 두고 경쟁하는 남자들, 운명적인 만남, 아픈 과거 등등)에 전투기와 파일럿이라는 멋진 요소가 결합된 모양이었으니까요. '태양의 후예'를 보면서도 병종만 바뀐 탑건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P.S

너무 오래전에 본 영화인지라, 세부적인 내용은 다른 정보를 믿으시는 게 더 정확합니다. 하지만 감상은 대체로 저와 비슷할거에요. 그리고 미라지 2000 이라는 기종에 대한 홍보가 몇몇 부분에서는 많이 티납니다. 기술적인 강점을 설명하는 대사가 있다던지, 이러한 것들은 군의 지원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장르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지만, 영화가 좀 더 잘 빠졌다면 다른 홍보 없이 전투기의 이미지도 좋아지지 않았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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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건호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