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학다식 아키비스트의 수시 건호스. :: '영화.' 카테고리의 글 목록 (5 Page)
영화.2017. 2. 22. 17:19




호랑이 '리처드 파커' 와의 생존기를 도무지 믿지 못하는 파견직원(혹은 영화속의 소설가) 들을 위해 주인공 파이는 자신의 경험담속의 등장인물들을 인간으로 바꾸어 설명하는데, 이게 굉장히 섬뜩하면서도 진실이 무엇인지 모호하게 만드는 구석이 있다. 아마 진짜 사실은 이 이야기일 것이다.


오랑우탄은 '어머니', 다리 다친 얼룩말은 '고기 스프를 밥에 뿌려 먹는 행복한 불교신자 중국인 선원', 하이에나는 '험악한 프랑스인 주방장' 정도로 대입할 수 있다. 이에 의하면 호랑이 '리처드 파커'의 역할은 결국 주인공 파이의 또다른 모습이 된다. 아래는 우리 가족의 각각의 해석이다.


건호스 ㅡ 호랑이는 결국 파이가 고난을 겪으면서 얻게 되는 신념, 의지, 용기와 같은 상징이자 파이의 성장을 의미한다. 파이는 조난 초반 하이에나가 얼룩말을 공격할 당시에는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하지만,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그보다 더한 맹수인 호랑이를 길들이기(?)까지에 이른다. 나는 리처드 파커가 상징하는 것이 파이가 소년에서 남자로 자라나는 과정이 아닐까 생각했다.


아버지 ㅡ 호랑이는 결국 파이가 짐승의 모습으로 행한 악행의 형상화이다. 후반부 선박회사 직원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에서 파이는 자기 어머니를 죽인 주방장을 결국 죽인다고 말한다. 영화초반에 하이에나를 죽이는 것도 호랑이이며 따라서 아버지는 인간소년의 모습은 극한 상황에서도 인간 본연의 선함을 잃지 않으려는 인간성을 나타내는 것이고, 호랑이는 그 반대되는 측면에서 악행의 형상화라고 보셨다. 해서 결국 영화 대부분은 파이의 내면의 선 과 악, 두 내면의 싸움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어머니 ㅡ 양면성이라는 측면에서는 아버지의 해석과 비슷하지만, 어머니는 호랑이의 모습이 극한 상황에서 드러나는 인간으로 서의 이성이나 도덕, 윤리 관념이 완전히 빠진, 동물 로서의 한 객체를 나타내고, 반대로 소년은 인간이 짐승과는 다르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인 이성, 도덕 등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보셨다. 해서 본능과 이성의 충돌로 볼 수 있다고 말하셨다(영화 속 주인공의 아버지도 이성을 강조한다, 주인공 또한 아버지의 가르침이 없었다면 살 수 없었을 거라는 대사를 말하기도 한다.)


내 나름대로 해석을 더 덧붙여보자면, 영화 제목이 'life (인생)' 인 이유가 영화에서 파이의 생존기 자체가 우리의 인생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의 주된 배경인 태평양은 우리가 살고있는 세상 혹은 미래의 불확실한 삶의 모습이 망망대해로 표현된 것이다. 호랑이 '리처드 파커' 는 우리가 인생에서 마주하는 고난이나 시련을 상징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사람들은 흔히 힘겹고 어려운 시기가 닥치면, 그저 그 순간이 빨리 끝나고 지나가 버리기 만을 바란다. 하지만 결국 그러한 고난들이 갈수록 사람을 한층 더 성숙시켜주고 성장하게 만든다. 호랑이 리처드 파커를 길들이는 파이의 모습처럼. 

파이와 호랑이가 마주하는 영화속의 아름다운 장면들을 보며, 인생도 마찬가지로, 미래의 행복을 기대하며 지금을 참고 버티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살아가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 바로, 기쁨과 행복도 같이 있다는 것이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아닐까.

이렇게 '빨리 가버려라!' 하고 흘려버린 시간들이 모이고 모여서, 우리 인생도 그처럼 '작별인사도 제대로 하지 못한 체' 끝나버릴 수도 있다는 생각 또한 같이 떠올라, 더욱 더 매 순간에 최선을 다해서 살아야 겠다는 교훈을 얻었다.


'영화의 의미가 인생이다.' 라는 생각을 하면서 같이 떠오른 것은 영화 속 에서 '식인섬'이라 불리는 미스테리한 섬 이었다. 이 섬은 낮에는 미어캣들이 빽빽히 뛰어놀고 숲이 우거져 먹을것이 풍족해 보이는, 마치 태평양의 오아시스 같은 모습이지만, 밤에는 돌변하여 섬 전체가 산성으로 변해 주변의 모든 것을 소화시키는 무시무시한 곳이다. (섬 전체 모습을 잡는 장면에서 마치 사람이 누운 듯한 형상으로 나온다.)

파이는 잠시 그냥 여기서 머물러 살까 생각도 하지만, 연꽃처럼 보이는 꽃잎 속에서 사람의 이빨을 보고, 여기에 남아있다가는 결국 자기도 외로움을 견디지 못해 자살하거나 아니면 섬에 흡수되고 말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리처드 파커'를 데리고 다시금 육지를 찾아 항해에 나선다.


'리처드 파커' 가 결국 우리를 성장시키는 발전적 고통. 다시 말해서 성장통이라 생각한다면, 이 식인섬은 인간의 욕망을 상징하는 듯하다. 넘치는 사치와 향락으로 볼 수도 있고, 또한 도전보다는 현실에 안주함을 택하는 나태한 우리의 모습일 수 있다. (대기업과 공무원만 희망하면 미래가 없다던 기사가 떠오른다.)

파이의 항해에서 궁극적 목표는 원래의 세상으로 돌아가는 것인데일견 풍족해 보이는 식인섬은 진짜 목표를 향해 가야할 파이에게 갈등을 준다. 지금 생각하면, 식인섬은 관객에게 보내는 경고이다.

인생도 마찬가지 아닐까? 인간이라면 모두 이루고 싶은 꿈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작 자기가 진정 원하는 것을 이루는 사람은 흔치 않다. 


사람들은 꿈을 향해 뛰면서도 수많은 불안과 유혹에 휩싸인다. 어떤 목표이던 간에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남들보다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은 대게 지루하고 힘들다. (때에 따라서는 물질적인 노력도 필요로 한다!) 반대로 포기는 매우 쉽다.

하던 노력을 안하면 된다. '핑계 없는 무덤 없다' 는 속담이 말해주듯 변명하는 방법도 많다. 하지만 그런 포기가 점점 쌓이면 좌절이 되고좌절들이 쌓이면 결국 사람들은 삶의 의욕을 잃고 무기력해지고 말 것이다. 마치 식인섬에서 치아만 남기고 사라져버린 조난자처럼 말이다

그저 열심히 노오오오오력을 하라는 훈계를 하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삶의 의미를 항상 생각하며 살아가라는 메세지를 영화가 말해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식인섬에서 탈출하는 파이는 위험한 맹수인 리처드 파커를 버리지 않고 기다린다. 목표에 따른 고통이라면 얼마든지 견디겠다는 의지의 표현일수도, 또한 모험을 다시 시작할 맹수와 같은 용기, 본질적인 의문을 잊지 않겠다는 의미라는 생각도 들었다.



드디어 고대하던 육지에 다다랐을 때, ‘리처드 파커는 파이를 놔두고 홀연히 정글속으로 사라진다

나는 지금 어떨까? 지금 내 곁에는 또다른 리처드 파커가 있을까, 아니면 이미 나를 떠나갔을까

만약 나 혼자라면, 나는 충분히 성장했을까?


p.s

예전에 어떤 동네 미용실 사장님께서는 제 머리를 다듬으며, 인도영화가 이렇게 발전했는 줄 몰랐다고 감탄을 하셨습니다. 인도 나오면 다 인도영화죠 뭐. 다른말 안하고 잘 맞춰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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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건호스
영화.2017. 2. 20. 21:46



판타지 장르에서 J.R.R 톨킨이 있다면, 무협소설에서 그 정도 위치에 올라있는 사람으로는 김용을 꼽을 수 있다. 이 영화는 그의 소설 '소오강호'를 원작으로 하여 제작되었다.
사실, 본편이라 할 수 있는 이 영화보다 2편격인 '동방불패'가 훨씬 유명하다. 영화의 제목인 '소오강호'는 극 중 은퇴를 앞두고 있는 두 노고수들이 부르는 노래로,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를 함축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때는 명조 신종 만력 시기
궁에서 은밀히 보관하고 있던 초절정 비급인 '규화보전'이 괴한에게 도둑맞는 일이 벌어지고, 동창에서는 자신들에게 화가 미칠까 두려워 은밀히 '규화보전'을 찾아 나선다. 한 편, 이 사실을 알게 된 강호의 고수들은 저마다 '규화보전'을 얻어 초절정 고수가 되기 위해 은밀히 비급을 찾아 나서고, 강호에 일대 혼란이 일어나는 것이 영화의 주된 내용. 의리는 온데간데 없고, 음모와 배신이 판을 치는 강호의 모습을 보여주며, 이를 통해 헛된 욕망에 휘둘리는 인간의 추악한 면모를 꼬집는 듯하다. 음울한 내용이 될 수도 있으나, 영화는 중간중간 유쾌함을 잃지 않는다.

마치 우리나라 탈춤에서 양반의 권위를 풍자했듯이, 권위를 내세우며, 정의로운 척 하지만 속은 시커먼 창공이나, 화산파의 사부들이 종종 우스꽝스럽게 묘사되고 있다.

요즘 특수효과라 하면 컴퓨터 그래픽을 바로 떠올릴 정도로 CG가 보편화 되었지만, 사실 90년대만 해도 컴퓨터 그래픽은 지금처럼 흔한(?) 것이 아니었고, 이 영화 '소오강호' 에서도 CG 대신, 중국 특수효과 장인이 한 땀 한 땀 정성 들여 수놓았을 아날로그적 특수효과를 마음껏 볼 수 있다. 아련한 향수와 함께, 되도 않는 어설픈 CG를 즐겨 쓰는 지금의 중국영화들 에서는 느낄 수 없는 나름의 무게가 느껴지는 듯하다. 하긴 그것도 어언 십년 전쯤 일이고, 지금은 국내에서 인기가 없어 그렇지, 가끔 유투브 등지에서 최신 영화들의 컴퓨터 그래픽을 보면, 절대 만만하게 볼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2편인 '동방불패'를 제작할 때 '소오강호'를 찍었던 배우들의 네임벨류가 제작자의 성에 차지 않았는지, 주연이고 조연이고 할거 없이 죄다 갈아치운다. 이건 거의 숙청이라고 표현해도 될 정도다확실히 2편이 흥행을 하긴 했지만, 1편을 보면 이 배우들의 속편은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기도 하다. 그렇게 2편에서는 임청하와 이연걸이라는 홍콩영화의 황금기를 떠올리게 하는 배우들이 나온다.



 

- 주제가 소오강호

滄海一聲笑(강호를 바라보며 웃 누나 )

滄海一聲笑

,

,

,

,

,

,

,

창해에서의 한 바탕 웃음,

넘실넘실 해안의 물결.

파도 따라 떠올랐다 가라 앉았다 하니

오늘 아침만 기억날 뿐이네.

푸른 하늘의 웃음

세상의 조류속에 퍼지네.

누가 지고 누가 이길지는 하늘만이 알 뿐,

강산의 웃음은 안개 비와 같고

파도는 활기차게 넘실대니

이 험악한 속세에서 너무나도 아름답구나.

맑은 바람이 웃으니 적막함이 드러나고,

씩씩한 기백은 마음속에 저녁노을을 남기네.

백성들의 웃음, 더이상 적막하지 않고,

씩씩한 기백은 멍하니 웃기만 하네


p.s

주말만 되면 특선으로 틀어주던 더빙판 중국영화들이 그립습니다. 거실에 자리펴고 누워서 황비홍같은 무협영화보면 얼마나 재미있었는지 몰라요. 적벽대전 시리즈 이후로, 국내에서 제대로 흥행한 중국(홍콩?) 영화가 있었는지 기억이 잘 안납니다. 언제 이렇게 위상이 추락한 걸까요? 좀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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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건호스
영화.2017. 2. 17. 15:44



군 복무 시절, 아직 훈련소에 있을 때 주말에 장병 위문 차원에서 시청하였던 영화입니다. 공군이 멋지게 나오는 영화라면, 두 말할 것 없이 톰크루즈가 나오는 탑건이 있는데, 왜 이 영화를 틀어주었는지는 좀 의문입니다. 아마 젊은 친구들이 오래된 고오오오오전은 싫어할 거라 생각했었나 봐요. 그렇게 보게 된 이 영화는 끔찍합니다.

프랑스 영화니까 당연히 라팔 등의 최신예 전투기가 치열하게 도그파이팅을 벌이는 영화를 상상하셨겠지만, 별반 그런 것 없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공중에서 치열하게 추격전을 벌이기는 했던 것 같은데, 대규모 공중전이 일어날 배경이 없는 요즘 세상의 특성상 당위성이 많이 떨어집니다.


모든 이야기의 시작이 되는 첫번째 전투는 에어쇼 도중에 벌어집니다. 한 대가 이상한 기동을 하고 그 근처에 있던 주인공과 주인공의 친구가 이를 저지하러 가죠. 주인공의 친구는 격추 직전까지 몰리나, 주인공은 미사일이 발사되기 직전 불꽃 튀는 것을 육안으로 확인하고, 적기를 먼저 날려버립니다.

하지만 상부에서는 과잉대처를 했다고 이야기하고, 주인공은 난처하게 되는데요. 이를 연구하는 여자 박사가 있는데, 이런 말썽쟁이 천재 파일럿과 여자 박사라는 구도는 탑건 에서 나왔던 그대로입니다. 그냥 둘이서 그림 좋게 티격태격하다가 어느 순간 사랑에 빠져버려요.

두번째 공중전은, 주인공의 말을 믿어주지 않는 박사를 뒤에 태우고, 직접 당시의 급박한 상황을 주인공과 친구가 재연하는 장면입니다. 박사는 이 일이 있은 뒤, 비디오 판독도 열심히 해서 주인공이 무죄라는 것을 밝혀내죠.

다시 기억을 되짚어 보자면, 두번째 행사가 다시 열리는데 여기서 또 악당들이 작당을 합니다. 그런데 우리의 주인공 일행이 이를 간파하고 먼저 출격해서, 이를 격추시키는 것으로 영화의 대미를 장식합니다.

아마 기억을 쥐어짜서 다시 떠올려보자면, 프랑스 전투기를 탈취해서 사고를 일으키고, 이를 이용해 자기들 전투기를 팔려는 기업의 속셈이었던 것 같습니다.


정말 이게 끝입니다. 너무 오래된 기억이라 믿지 못하시겠다면, 영화를 보면 잘 아시게 될 겁니다. 이야기를 전개만 하다가, 나중에 수습이 안되니까 급하게 막을 내린 것을 보는 기분 이에요.

푸른 창공에서 비행기가 기동하는 모습은 물론 멋집니다. 예전 탑건이 그랬고, 아쉬운 작품이었던 우리나라의 리턴투베이스가 그랬고, 이런 류의 영화가 많지 않은지라 이런 장면들은 가치가 있습니다. 허나 이외에는, 전투기를 등장시키기 위해 덧붙인 사족같이 느껴진다고 할까요? 탑건 또한 이러한 문제가 있었지만 크게 도드라지진 않았어요. 프랑스 국내가 아닌 해외 파병 중에 발생한 일로 이야기를 전개했다면 어땠을까요왜 태양의 후예’ 도 가상의 국가를 만들었지 않습니까.


이럴때는 차라리 고질적인 한국드라마식 스토리가 잘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탑건도 청춘물(목표를 두고 경쟁하는 남자들, 운명적인 만남, 아픈 과거 등등)에 전투기와 파일럿이라는 멋진 요소가 결합된 모양이었으니까요. '태양의 후예'를 보면서도 병종만 바뀐 탑건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P.S

너무 오래전에 본 영화인지라, 세부적인 내용은 다른 정보를 믿으시는 게 더 정확합니다. 하지만 감상은 대체로 저와 비슷할거에요. 그리고 미라지 2000 이라는 기종에 대한 홍보가 몇몇 부분에서는 많이 티납니다. 기술적인 강점을 설명하는 대사가 있다던지, 이러한 것들은 군의 지원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장르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지만, 영화가 좀 더 잘 빠졌다면 다른 홍보 없이 전투기의 이미지도 좋아지지 않았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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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건호스
영화.2017. 2. 14. 20:51



이혼 후 밀양으로 내려온 신애는 얕잡아 보이지 않기 위해서, 제법 재산이 있는 듯한 행세를 한다

그러나 이를 알고 있던 웅변학원 원장이 신애의 아들을 유괴하고, 아들은 결국 죽고 만다. 신애는 자식을 잃은 슬픔에 몸부림친다. 넋이 나간 상태로 살다가, 우연히 시선이 닿은 교회에 들어가 통곡하는 신애. 그 뒤로 종교를 통해 안정을 되찾은 듯이 보인다


하지만 여기서 끝난 것이 아니다. 굳게 마음을 먹고 죄인을 용서하기 위해 교도소로 찾아갔건만, 사형수인 웅변학원 원장은 너무나 편안한 표정과 말투로, 자기도 교도소에서 하느님을 만났으며, 심지어는 하느님께 구원받았다고 말한다.

피해자인 신애는 아직 고통속에 살고 있는 것에 비하여, 너무나 대조적으로 평안한 가해자의 모습

비록 모든 사람에게 종교는 평등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 영화는 종교적 모순과 이에 따른 갈등을 보여주고 있다. 피해자인 신애가 마음을 열어 용서하기 전에, 신이 먼저 그 가해자의 죄를 사하고 죄책감을 덜어줄 수 있는지에 대해 관객도 같이 고민해보게 한다.

이후 신애는 우연히 길가에서 양아치에게 얻어맞는 학원원장 딸과 눈이 마주치지만 이를 방관하고 지나간다. 그 후로, 신에 분노하고, 신을 부정하기 위한 신애의 행동이 이어진다.


- 부흥회에서 김추자의 거짓말이야 틀기.

- 조용한 교회에서 마구 책상을 두드리고 소리 지르기.

- 집회에서 난동, 다른 집회가 진행 중인 아파트 창문에 돌 던지기.

- 신실한 약국주인 장로 유혹. 신에게 보여주기 위해 밖에서 하자(?) 제안하나, 장로는 하느님이 보고 계시는 것 같   다며 끝내 거부하고 실패하자 신애는 구토를 한다.

- 다음으로 송강호를 유혹 하려하나 송강호 또한 거부.

- 차들이 마구 다니는 도로 한복판으로 걸어가기. (허나 죽지 않음.)

- 이 모든 것들이 실패로 끝나자, 마지막으로 칼로 손목을 그어 자살 시도를 한다.


허나 죽지 않았고, 퇴원 후 들른 미용실에서 웅변학원 원장의 딸과 조우한다. 신애의 머리를 다듬어 주며, 죄송하다는 말을 차마 꺼내지 못하는 등, 눈물 짓는 모습으로 보아 죄책감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신애는 눈물 짓는 아이를 보았으나, 용서의 말이나 위로 따위는 없이, 그냥 미용실을 뛰쳐나온다. 집에서 자르다 만 머리를 혼자 손질하고, 그 곁에는 전과 같이 송강호가 거울을 비춰준다. 그 둘을 뒤로하며 영화는 마당에 자라는 새싹을 비춰주며 끝.


영화상에서 묘사되지는 않았지만, 이 소녀의 남은 인생은 충분히 가혹할 것을 추측할 수 있다. 이른 나이의 소년원에서 수감생활을 했으며 학교는 이미 중퇴한 상태이다. 소년원에서 미용기술을 배우긴 했지만 아버지는 이미 죽었고, 미성년자로서 연고자 없이 살아갈 이 소녀의 일생이 얼마나 험난할지는 쉽게 예상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신은 가해자에 대한 징벌 없는 용서를 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더 가혹할 수도 있다. 영화상에서 학원원장의 딸은(범죄에 완전히 가담하지는 않았으나, 아버지의 지시로 망을 봤다.) 자기 아버지의 죄로 인하여 정상적인 아이들이 누렸어야 할 일상에서 박탈당했다

비록, 사형당한 학원원장은 개인적으로는 구원을 받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그 죄는 살아남은 딸이 전부 혼자서 짊어지고 가야한다. 또한 후반부의 장면을 통해 딸이 충분히 죄책감을 느끼고 있음을 알 수 있고, 이는 신애가 용서하지 않는 한은 해소될 수 없는 것이다. 자신이 받아야할 벌을 세상에서 대신 받고 있을 딸의 모습을 보며, 웅변학원 원장은 저승에서 피눈물을 흘리고 있을지 모른다.


결국, 신은 피해자인 신애에게서 용서의 권리를 앗아가지 않았다.

그것을 깨닫고 다시 삶을 시작한다는 의미에서 영화 마지막에 새싹을 비춘 것은 아닐까?


P.S

학교 과제 발표를 위해 영화에 대한 생각을 요약 정리했던 것을 글로 다시 옮겼습니다. 때문에 좀 어색한 면이 있네요. 과제를 위해 여러번 영화를 반복해서 보면서,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어 나름 즐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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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건호스
영화.2017. 2. 9. 23:40



칠드런 오브 맨은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2006년 작품입니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은 위대한 유산’, ‘이투마마’,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그리고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그래비티로 유명한 감독입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아무래도 중학교 때,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를 통해서 처음 이름을 알게 된 감독 이구요. 분수대 키스신으로 유명한 위대한 유산이 알폰소 쿠아론 감독 작품이었는지는 저도 찾아보면서 알게 되었네요.

 

매우 좋은 평가를 받았음에도 흥행은 그리 좋지 않은 정도를 넘어서 완전히 망했습니다. 제작비 7600만 달러를 들여서, 전 세계 흥행이 겨우 약 7000만 달러 정도였습니다. 그다지 큰 손해는 아닌 것 같아 보이지만, 흔히 손익분기점을 제작비의 2배 정도로 보기 때문에, 칠드런 오브 맨의 경우에는 약 15000만 달러 이상을 벌었어야 수익을 낼 수 있었습니다. 그런 면에서 7~8000만 달러 정도의 손해를 보았다고 할 수 있겠네요.

 

개인적으로는, 아마 영화의 내용이나 분위기가 밝은 편이 아니고, 볼거리가 풍부한 영화도 아니어서 일반 관객들에게 크게 어필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사실 그런 이유로 우리나라에는 극장에서 상영하지 못하고 바로 DVD로 발매 되었습니다. 제가 SF에 관심이 많아서 당시에 SF 관련 커뮤니티 등을 자주 둘러봤는데, 당시에 평가가 좋은 SF 작품이라고 몇 번 언급이 되었던 것이 어렴풋이 기억이 나네요. 해리포터 감독의 숨겨진 명작이라면서 말이죠. 그때는 제가 제대로 정보를 얻은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인류가 전부 불임이 되고 아이가 없다는 것을 인류가 전부 늙고 노인이 되었다는 설정으로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니, 그때의 기억이 좀 황당하게 다가옵니다.

 

그래도 다행히 매우 늦긴 했지만, 10년 뒤인 작년 9월 국내에서도 개봉하게 됩니다.

 

지금 와서 영화를 보면, 영화가 굉장히 앞서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저 출산과 인구 고령화야 당시에도 많이 논의되던 사회적 문제였지만, 영화의 갑작스러운 난민 증가는, 아무래도 IS로 인한 지금의 대규모 유럽 난민 사태를 떠올릴 수 밖에 없게끔 합니다. 무대가 영국인지라, 게다가 영국이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국가를 유지하고 있다니! 브렉시트 문제 또한 안 떠올릴 수가 없죠.

 

칠드런 오브 맨을 구글이나 네이버에 검색하면 자동완성으로 롱테이크가 붙을 정도로 이 영화의 롱테이크 장면 또한 매우 잘 알려져 있습니다. 어쩌면 그래비티의 우주 롱테이크 장면은 이 영화를 통해 다져진 내공이 발현된 것이 아닌가 생각되는데요. 유튜브 등에서 제작과정을 담은 동영상 등을 찾아보면, 촬영을 위해 자동차를 이리저리 개조한 모습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초반부 폭도와의 자동차 추격 장면과, 후반부의 시가전 장면 등 그 외에도 많은 부분이 롱테이크로 촬영되어 좀 더 현실적이고 몰입감을 더해주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마치 일인칭 슈팅(FPS) 장르의 게임을 할 때 느끼는 몰입감과 비슷한 느낌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저 출산이 이렇게 무시무시한 일인 줄 몰랐습니다. 영화에서 테오의 대사를 통해 느꼈어요. ‘100년 뒤면 볼 사람도 없을 텐데 왜 모으나?’ 그 대사를 생각하니까 소름이 돋더라구요. 항상 핵폭발이나 좀비, 외계인 같은 엄청난 대재앙만 떠올렸었는데, 생각해보니 그런 것들이 없어도 인간의 수명은 한정적이란 말이죠. 다음 세대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이렇게 쓸쓸하고 무서운 일일 줄이야. 그런 점에서 칠드런 오브 맨이 그린 세계는 디스토피아적 미래가 아니라 가장 현실적인 포스트 아포칼립스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아이가 태어나지 않는다는 점만 빼면 사실 지금 현실과 별다를 것도 없네요.

 

이 외에도, ‘칠드런 오브 맨이 구축한 미래에 대해서는 흥미로운 호기심이 계속 떠오릅니다. 자살약이나, 영국 본토도 다 통제하지 못하는 정부의 모습, 그리고 맨 마지막 장면에서 좀 의문이 드는 것이, 유일하게 체제를 유지하는 국가가 영국이라면 과연 미래호는 어디서 온 걸까요? 여행도 여행증을 구해야만 다닐 수 있는 사회에서, 배가 움직인다?

 

초반부 미술관장의 호화로운 모습도 이질감이 느껴지는 부분입니다. 실체가 불분명한 인간 프로젝트도 그렇고, 철저히 통제된 사회 또한 그렇고, ‘28일 후의 영국처럼 고립된 지역이거나, 아니면 이퀼리브리엄리브리아처럼 국민들이 국가에 통제당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전으로 다른 세계가 오히려 멀쩡하다면 그때는 브이 포 벤데타브이같은 인물이 등장하지 않을까 하는 망상도 해봤습니다. 그러고 보니 소설 ‘1984’의 작가인 조지 오웰도 영국인 이었네요.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도 생각났습니다. 작 중 절대로 일어날 수 없는 일, 설국열차에서는 기후 변화, ‘칠드런 오브 맨에서는 아기 출산과 같은 일이 기적이자 희망이 되는 요소인 점. 그리고 한 때는 별반 정의롭지 않던 주인공이, 어떠한 일을 계기로 주도적으로 변하는 모습. 비슷한 유형의 장르여서 그런지 은근히 닮은 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영화에서 가장 인상깊은 장면은, 시가전이 한창인 와중에 테오와 키가 아이의 모습을 사람들에게 보여주자 군인, 민간인, 피쉬당 테러리스트 할 거 없이 경외하는 표정으로 싸움을 멈추는 모습일 겁니다. 영화의 주제가 가장 잘 드러나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파괴 아닌 생명을, 전쟁 아닌 평화를 통해 우리가 잊고 있는 생명의 소중함을 되새기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어야 한다고 말이죠.

 

엔딩 크레딧의 마지막에 나오는 ‘Shantih(샨티)’ 라는 단어는 산스크리트 어로 평화를 뜻하는 단어라고 합니다. 생명의 소중함과 평화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기는 시간이 되었기를 바라면서, 이만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P.S

'노예12년' '마션' '닥터 스트레인지' 등으로 요새 자주 나오는 추이텔 에지오포가 나옵니다. 선한 듯 선하지 않다는 점에서 닥터 스트레인지에서 맡은 모르도 역할과 비슷하지 않나 싶어요. 아무튼 반가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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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건호스
영화.2017. 2. 8. 01:42



영화 걷기왕’ 의 주인공 만복은 아버지의 역사적인 첫 차에 그만 토를 하고 말았다. 그 이후에 소풍 가는 버스부터 배, 비행기, 오토바이, 소까지 안타본 것이 없지만 극심한 멀미 때문에 탈 수 없었다. 이런 선천적 멀미 증후군 때문에 만복은 2시간을 걸어서 고등학교로 등교한다. 만복의 재능을 알아본(?) 담임선생님은 만복을 학교의 육상부에 추천하고코치가 경보 선수로 만복을 받아들이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노력과 열정. 정말 좋은 단어다. 나만 아니고, 많은 사람들이 믿고 따르는 가치관이고, 또한 즐겨 쓰는 말이지만 요즈음은 왠지 이상한 뜻으로 변질되고 말았다. 개인의 특성이나 취향 혹은 사회적 문제 마저도, 전부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노력만능설의 신봉자들을 비아냥 거 리는 의미의 노오오오력’ 혹은 노력충’ 이라는 단어가 유행하고 있다또 젊은 청년들을 무보수로 착취하며, 열정이 있으면 부당한 일도 참을 수 있다는 소위 열정페이또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영화는 멀미 빼고는 지극히 평범한 여고생인 만복의 시선으로어느 순간부터 변질되고 왜곡되어버린 노력과 열정의 의미에 의문을 제기한다만복이 육상부에 들어가게 되는 영화 초반부터 만복의 주변사람들(아버지부터 담임, 코치 어른들) 만복의 이야기를 제대로 들어주지 않는다. 만복이 무언가 말을 꺼내려고 하는 순간에, 그들은 만복을 자기들 마음대로 규정하고 그냥 무심하게, 일을 처리하듯 다음 단계로 넘겨버린다어찌 보면 우리 모두가 한번쯤은 겪어봤던 상황이라고 수도 있겠다.      

또한 미처 생각하기도 전에, 심드렁하게 앉아있던 담임이 만에 희망 대학과 학과를 추천해주었던 경험이 있었다. 어찌되었건, 만복은 자기가 경보에 재능이 있을 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에 육상에 점점 흥미를 붙이게 되고,학교 육상부의 고참이자 유망주라 있는 수지는 이를 못마땅한 시선으로 본다.       

수지는 처음엔 전형적인 타입의 노력파로 보인다. 죽기 살기로 하면 된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며, 본인 또한 그런 노력으로 성공을 일궈낸 사람이지만, 안타깝게도 부상으로 더는 운동을 수가 없는 상황이다.  자신도 운동을 지속할 없음을 알지만, 평생 운동 하나에만 매진했기에 이제 와서 다른 진로를 택해야 한다는 것이 두렵다. 중반까지는 만복과 계속 갈등하는 인물이지만다시 육상을 하고 싶다고 찾아온 만복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멈춰 있는 것이 무섭다고 하자 동질감을 느끼고 서서히 마음을 열어간다.

예선 경쟁했던 선수들이 실격되어 본선에 진출하게 만복. 서울까지 갈생각에 걱정이 앞서지만, 이내 걸어서 서울까지 전국체전에 참가하겠다는 마음을 굳힌다영화 속에서 정신력이 부족하다는 말을 들으며, 자기 의사와는 상관없이 억지로 무언가를 타야만 했던  만복이처음으로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자기 뜻대로 행동하는 장면이라 가슴이 뭉클했던 같다.

그러나 무리하게 만복을 따라 나섰던 수지가 만복과 사소한 다툼을 벌이다 대회 전날 부상으로 참가하지 못하게 되고,  이에 만복은 결의를 다지고 대회에 임하게 된다. 이때 만큼은 코치도 듬직해 보이고, 아버지도 딸이 방송에 나온다고 동네방네 연락하는 만복이 그동안의 시련을 딛고 우승할 것처럼 보이지만, 무리한 훈련과 함께 걸어서 서울까지 피로가 겹쳐 만복은 초반의 기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그만 다른 선수들과 함께 넘어지고 만다.        


어서 뛰라고 윽박지르는 코치들과 아픈 것도 참으며 이기기 위해 다시 일어서 걷는 선수들을 바라보다

만복은 생각한다.         

조금 천천히 가도 괜찮지 않을까?    


그러고 나서는 여태 보인 모습 가장 해맑은 표정으로 심판에게 당당히 그만하겠다고 말하며 자리에 누워 버린다.


우리는 대부분 남이 정해준 목표를 바라보며 어린 시절부터 그저 열심히 뛴다초등학교때는 좋은 중학교, 중학교에서는 좋은 고등학교고등학교에서는 이제 좋은 대학만 가면 끝날 알았지만 과연

이제 취업하기 힘든 세상이니 지금은 그러고 있을 때가 아니라 한다.      

그렇다면 취업하고 뒤에는?

이렇게 평생을 걸쳐 성과와 결과를 최우선으로 하는 자세가 학습되고 우리는 그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강요한다.열정과 노력이라는 말은 와중에 어느새 가슴 뜨거운 단어가 아닌, 나보다 뒤에 있는 같은 사람들을 채찍질하고 조롱하는 의미의 단어로 전락해버렸다. 무슨 일이든 결과만 좋으면 된다는 생각은 결국 최근 영화보다 영화 같은, 믿을 없는 사건으로 곪아 터졌다그렇기에 걷기왕의 만복이 우리에게 제시한 메시지는 더욱 의미가 깊다.

 

꼭 남보다 열심히 그리고 빠르게 앞서 가야만 하나? 

 

꼭 괴롭고 고통스러운 순간을 견디는 것이 열정인가? 즐거운 열정은 없는 걸까? 

 

무엇보다그렇게 고통을 참고 버티며 무언가를 이루어 내는 순간만이 

의미 있는 삶의 순간이고 그런 삶의 방식만이 옳은 방식인가?  

 

나 또한 만복 아니, 그보다는 수지나 담임 선생님과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살았던 적이 있다. 다른 친구들보다 조금은 좋지 않았던 형편 때문에 바쁜 대학시절을 보내야 했었다. 처음에는 그저 다가올 미래를 위해서 지금을 참고 견뎌야 한다고 생각했다당연히 즐겁지 않았다

계속 주변의 친구들과 나를 비교하게 되고, 나보다 좋은 환경에서 더 잘나가는 친구를 보고 속상해 했다. 내가 우울하니 가족과도 다툼이 잦았다. 그러다 어느 순간 그런 것들을 놓아버렸다. 평생 이런 감정으로 살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할 수 있는 한 즐겁고 유쾌하게 살기 위해 노력했다.     

노는 거 안 빼먹으면서, 내 할 일도 열심히 했다. 어느새 주변에서 나는 학업도 챙기며, 알바로 생활비도 벌고, 학교활동도 적극적으로 하며 노는 것도 빼먹지 않는 특이한 놈이 되어있었다. 즐겁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점점 채워지면서 그때 깨닫게 되었다.   

 

 아 이런 게 진짜 열정이구나! ’

 

역설적이게도, 이런 류의 영화에서 가장 닮지 말아야 할 타입의 전형을 보여주는 캐릭터인 만복의 친구, 지현이 가장 영화의 주제와 맞는 삶을 살고 있다. 겉으로는 그저 우등생에, 공무원을 희망하는 꿈 없는 사람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현은 자기 자신에 대해서 극중 누구보다 가장 잘 파악하고 있고, 그래서 꿈이 공무원이라는 말을 당당히 할 수 있다그래서인지 오히려 상담 중 담임에게 힘들고 아픈데 왜 맨날 참아야 하냐며 되려 일침을 가한다.     

반대로 담임선생님은 맹목적으로 열정을 외치는 사람이다. 만복을 구박하던 아버지도 나중엔 만복을 걱정하고, 코치도 마지막엔 멋진 말과 함께 인간적인 모습을 보이지만, 유독 담임만큼은 고난과 시련을 이겨내는유형의 열정에 집착한다. 앞서 언급했던 노력신봉자들의 모습이 가장 잘 드러난 인물이라고 하겠다.

공교롭게도, 만복을 보면서, 비슷한 제목의 영화 족구왕의 주인공 홍만섭이 자꾸만 떠올랐다. 만섭과 만복은 이름 말고도 닮은 점이 많은 캐릭터이다. 만섭도 취업학원으로 전락한 대학교에서 그냥 자기가 하고 싶은 것, 즐거운 것 하면 안되는 거냐고 항변하는 캐릭터이다.     

공무원 준비하라는 선배에게 연애가 하고 싶다고 하고, 총장에게 족구장을 다시 만들어 달라 건의하며, 학교에 족구 붐을 일으킨다. 또한 학교 퀸카가 자기에게 마음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고백한다. 필요 없으면 하지 않는 풍토가 만연해진 세상에서 그저 가슴 뛰는 대로 최선을 다한다.

아마 만섭과 만복 둘 다, 삶의 방식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나에게 알려줬던 캐릭터이기 때문에 더욱 그런 느낌을 받았던 것 같다. 우연히도 홍만섭을 연기한 배우 안재홍이 소순이 역할로 특별 출연한다.

 

영화 후반부에 만복을 걱정하는 담임을 달래며 코치는 이런 대사를 한다.

 

인생은 정해진 코스가 아니라,

자기만의 길을 찾는 과정이다.  

 

똑같은 길에서 남과 경쟁하며, 최고를 꿈꾸는 것에 지쳤다면, 조금 다른 생각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천천히 여유 있게, 나도 걷기왕을 꿈꿔본다


p.s 

이거 어느회사 입사지원때 과제로 야심차게 쓴 감상입니다. 여태 연락안오는거 보니 떨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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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건호스
영화.2017. 2. 2. 22:47


복학생과 족구. 왠지 고학번을 한참 넘긴 나도 멀어지고 싶은, 단어에서부터 땀내나는 듯한 두 키워드로 만들어진 영화 족구왕. 영화는 이를 통해 현재 대한민국을 살아가고 있는 평범한 복학생들의 표본을 보여준다.

주인공 만섭은 제대 후 칼복학한, 잘 생기지도 않고, 토익 점수도 없으며, 학점은 바닥이고 여자친구는 더더욱 없는, 지극히 평범한 복학생이다. 그는 복학 전에 학우들과 함께 뛰놀던 족구장이 교내 취업준비생들의 반발로 폐쇄되었음에 절망하고, 총장과의 대화 시간에 이를 직접 건의하기까지 한다.

또한 기숙사 룸메이트이자 선배인 공시 장수생 형이 스펙 없는 만섭에게 공무원 공부나 착실히 할 것을 강요하지만, 만섭은 연애가 제일 하고 싶다면서 학교 제일의 미녀인 학교모델 서안나에게 교양과목의 조별과제를 같이하자고 제안한다.

안나에겐 썸을 타는 듯 미묘한 관계에 있는 전직 국가대표 축구선수 강민이라는 남자사람친구가 있다. 강민은 안나와 만섭의 조모임을 보고 만섭에게 시비를 걸고, 만섭은 이를 일대일 족구시합을 제안 간단히 제압하며 안나를 차지(?)한다. 이 시합은 한 학생의 직캠으로 전 캠퍼스에 퍼졌고, 얼마 뒤 개최된 체육대회에서는 족구붐이 일어난다.

영화는 대략 체육대회가 벌어지는 한 학기 동안의 대학교가 무대이다. 제목과는 달리 정통 족구 스포츠 영화는 아니다. 그보다는 그냥 지금 청춘들의 이야기라 하는 것이 더 어울릴 것 같다.

사실 등장인물들이 다들 짠하다. 악역(?)인 듯한 강민도 특별할 것 없이, 고시원에서 월세도 못내고 사는 흙수저로 보인다. 만섭은 등록금 낼 돈도 없어 퇴학처리 당하고, 장수생 형은 한때 족구의 고수였지만, 하라는 공부와 취업준비는 안하고 족구나 하다가 여자친구와 이별한 아픈 경험을 가지고 있다.

기숙사에 살며, 아르바이트를 했던 나로서는 극 중 만섭의 대학생활에 더더욱 공감할 수 밖에 없었다. 현재 청년문제를 만섭을 통해 그대로 말하고 있는 것 같다. 때문에 만섭을 보며 짠해지는 장면이 좀 많았다.

가장 슬픈 장면은 아무래도 퇴학처리 당하는 장면이 아니었나 싶다. 등록금을 구할 수 없던 만섭이 결국 학기 중 퇴사 당하게 되는데, 무심한 듯 담백한 연출과 조교의 사무적인 태도, 그리고 만섭의 습관화 된 것 같은 친절한 모습이 더욱 마음을 아프게 했던 것 같다.

지나치게 미래만 준비하며 사는 우리와는 달리, 영화속의 만섭은 지금 현재를 살기 위해 몸부림친다. 아르바이트도 하고, 족구장 재개 서명운동도 벌이며, 족구대회에도 참가한다. 안나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도 노력한다. 비록 안나는 중간에 마음을 결정하고 강민을 응원하기로 하지만, 만섭은 그렇다고 족구도 안나도 포기하지 않는다.

나중에 후회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그는 이미 자신에게 마음이 없는 걸 알면서도 안나에게 과제 발표를 빙자한 멋진 고백을 하고, 발에서 피가 나면서도 족구를 한다. 결국 강민의 토목과를 제압하고, 식품영양학과를 족구대회 우승에 올려놓으며 족구왕이 되는 만섭. 하지만 안나는 그와 상관없이 강민에게 가버리고, 만섭은 쓰게 웃으며 그것을 바라본다.

성공만을 중요시하는 풍토, 이를 위해 항상 열심히 준비하는 것이 제대로 된 삶이라는 인식. 주인공 만섭을 통해 영화족구왕은 이에 의문을 던진다.

그저 현재를 즐기면서 사는 건 안되는지, 결과에 상관없이 마음 가는 대로 뛰어보면 안되는지 말이다.


P.S 기억에 남는 명대사도 많고 안나와 만섭 공시생 형과 고깃집 여사장님등 하고 싶은 말이 참 많은 영화입니다. 몇 번 마음가는대로 쭉 쓰다가 글을 지웠습니다. 일일이 블로그를 통해 설명하기 보단, 직접 보고 느끼시는게 더 좋을 듯 합니다. 대학! 청춘! 낭만! 여러분의 캠퍼스 라이프를 회상하며 족구왕을 감상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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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건호스
영화.2017. 1. 31. 20:26





간만에 본 제대로 된 SF영화.


SF의 불모지라 할 수 있는 우리나라에서 그래도 이런 영화들이 심심찮게 나와준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곳은 딸랑 자취방이다.

주인공은 빨간티의 고시생, 파란티의 취업준비생, 녹색티의 취업준비생 이 셋이다.
이들은 '잉여'라는 말 외에는 딱히 설명할 길이 없는 사람들이다. 그래도 제일 맏형인 고시생은 자기 자신은 저 두 잉여들과 자기는 다르다고 생각하나, 그것도 자기 생각일 뿐, 공부는 뜻대로 안되고 시간은 가고, 그도 잉여인간 인건 마찬가지이다.

그렇게 그들이 잉여적 삶을 영위하던 중, 은하계어딘가의 '론리스타금융회사(?)'란 곳에서

그들의 자취방으로 정체불명의 택배가 배달된다. 주변의 만류에도 아랑곳 않고 별 생각없이 택배를 뜯어버리는 파란티.

그러자 그 안에서 자칭 '은하계의 지배자' 포인트맨이 튀어나온다.

포인트맨은 세명의 잉여들에게 너희들은 나의 고객이며 포인트를 열심히 적립하면

그 적립된 포인트만큼 영원한 삶(???)을 주겠다고 제안한다. 그러나 세 잉여들의 반응은 뜨듯 미지근하다. 이에 열이 받은 포인트맨은 욕을 하며 그들을 자취방 째로 우주에 내던진다.

"
성공한 정치인과 사업가들을 욕하면서, 정작 자기 스스로는 
그들을 따라잡으려 어떠한 노력도 안하는 것들
쓰레기 중의 쓰레기들. 너희들은 잉여인간이다

백만루트마이크로2우주시간 뒤에 돌아오겠다!"

말도 안되는 일로 우주에 던져졌음에도 여전히 방구석에서 잉여짓을 일삼는 주인공들.

그나마 맏형 고시생만 공부를 하려고 하고, 파런티는 그저 게임이나 하고 앉아있을 뿐이다. 그러나 그 상황에서 공부가 될 턱이 있나.... 결국, 책상의 법률책을 싸그리 치워버리고 무전기를 만들어내 교신을 시도하는 고시생.

우연히 우주에 떠도는 국회의사당(이게 왜 여기에...)을 발견하나, 교신을 하기도 전에 국회의사당은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고 만다그 뒤, 게임이나 하고 있는 파란티가 못마땅했던 고시생과 그 파란티 간의 다툼이 벌어진다.

"
게임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야! 집으로 돌아갈 방법을 찾아야지!"
"날 좀 내버려 둬, 난 아무것도 하고싶지 않아."

죽일듯이 서로에게 덤벼드는 두 사람.
녹색티는 그들을 말릴 용기도 없이 그저 이 상황을 잊으려 리코더나 불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그 때, 우주 밖에서 난데없는 피리소리가 들려오고, 자취방 창문을 깨며 유리병 하나가 자취방으로 들어온다. 놀라 그들을 바라보는 백수들에게, 결의에 찬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냥 가버리는 정체불명의 사람들.

그 유리병 안에는 포인트맨의 정체와
포인트맨의 약점이 적혀 있는 찌라시가 들어있었다. 사건의 모든 전말을 알게 된 세 백수들은 의기투합하여포인트맨을 처치하고 자취방에서 탈출할 계획을 세운다

이후
백만루트마이크로2우주시간(...)이 지나고, 포인트맨과의 처절한 사투 끝에 맏형 고시생은 포인트맨과 함께 자폭하고, 두 동생들을 무사히 탈출시킨다. 두 동생은 지구로 돌아가던 중, 우주를 떠도는 또다른 자취방을 발견하게 되고, 자기들이 도움 받았던 것과 같이 결연한 표정으로 유리병을 자취방으로 던진다.

천신만고 끝에 지구로 돌아온 그들. 꿈인가 싶지만 고시생 형은 없다.

남겨진 건 형의 빨간 모자 뿐....

파란티는 비장한 모습으로 그 빨간 모자를 꾹 눌러쓰고, 두 백수는 자취방 문을 열어 세상 밖으로 나간다.

열심히 일하며 꿋꿋하게 살아가는 사람들, 백수들은 다시 삶의 열정을 깨닫는다.

그렇게 두 백수가 모든 생명에너지의 원천인 태양빛을 온 몸으로 받아들이는 장면으로 영화는 끝을 맺는다.

이 영화는 감독 자신의, 그리고 우리 20대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감독 또한 그저 평범한 취업준비생 이었으나, 연달아 취업에 실패하고, 대학 동아리 형들과 함께 이 영화를 기획했다 한다영화를 찍으려고 부모님께 수백만원을 빌리기도 했다고... 감독의 그런 힘겨운 배경이 있어서인지, 영화의 유머는 B급정서와 풍자로 가득하면서도 그 안에 뼈대가 단단하게 서 있는 느낌이다.

백수들은 처음에는 무기력하고, 서로 갈등만 일삼으나 정체불명의 피리일당이 던져준 유리병을 받고 난 뒤 전환점을 맞는다. 재미있는 점은, 그 피리일당들도 포인트맨을 물리친 뒤의 두 백수들도 유리병을 던져 주기만 할 뿐 직접 도와주지는 않는다. 아마 다른 백수들(어쩌면 관객)또한 그들 스스로 위기를 극복하고 일어나기를 원한 것 같다.

악당인 포인트맨도 알고 보면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이다. 그는 자칭 은하계의 지배자이지만, 사실은 론리스타금융회사의 말단 영업사원일 뿐이다. 게다가 못생겼고 자기를 좋아하는 사람도 한 명 없다. 그 또한 그런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그런 자신에 대한 컴플렉스와 자기비하가 엄청나다. 세명의 백수들이나, 포인트맨이나사실 루저인건 마찬가지이다.

인터넷이 무시무시하게 발달한 지금

우주에 홀로 떨어진 자취방과 

현실세계에서 집안에 틀어박혀 

컴퓨터나 보고있는 우리들


다를 건 없다고 본다.


어쩌면 우리는 세상이라는 큰 우주는 생각 하지도 않고, 그저 이 좁은 방구석에서 잉여력이나 충전시기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영화는 그런 우리에게 방 한 구석에 앉아서 쉽게 세상을 이야기하지 말고 밖으로 뛰쳐나오라고 하는 것 같다.

힘들고 지칠 때, 좌절할 때마다 왠지 굳은 표정으로 자취방 문을 열고 집 밖을 나서는 두 백수들이 떠오를 것 같다.


P.S 싸이월드 블로그에 게시되어있던 글을 조금 수정하였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기억하게 되는 영화입니다. 벌써 7년이나 지난 영화인데도 그 메세지에 아직도 공감하게 된다는 것이 씁쓸하네요. 취업은 해마다 어려워지고, 이제는 취업해서도 행복하지 않다 말하는 사람도 부쩍 많아졌습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포인트맨도 그저 평범한 미생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어디선가 원하지도 않는 일을, 그저 일하고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참고 있을 우리들의 모습과 너무 닮아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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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건호스
영화.2017. 1. 1. 18:15


자타공인 골수 스타워즈 덕후인지라 개봉일이 되자마자 관람하였지만 이제야 감상을 쓴다.

이번 영화는 정식 시리즈가 아닌 에피소드3 과 4 사이의 이야기를 다룬 외전으로서, 이 때문인지 스타워즈의 전통인 노오란 크롤(올라가는 텍스트)이나 메인테마 등 전통적인 스타워즈의 상징으로 시작하지는 않는다.

제국군의 신무기 '데스스타'를 파괴하려는 특공대 로그원의 이야기가 주된 내용이다.

주인공 진 어소는 어릴적 아버지가 은하제국에 신무기 개발을 위해 강제로 징집되고 어머니는 그 와중에 죽게되는 억울한 사연을 지니고 있다.

그런 이유로 제국에 반동하며 제멋대로 살아왔는데, 그 아버지가 제국군의 신무기를 개발한다는 이유로 반란연합에 붙잡혀 오게 된다.

그 이후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스타워즈 덕후라면 잘 알겠지만, 이미 레전드라 명명된 확장세계관에서 이 내용이 다루어진 적이 있다. FPS장르의 게임시리즈에서 '카일 카탄'이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전개되는데 '깨어난 포스'가 그랬듯 어느정도 기존 설정을 차용한 모습이 보인다.

모든 리뷰어의 대체적인 평가처럼 처음에 좀 불안하다가 마지막까지 쭈욱 상승하는 희한한 완급조절을 보인다.

초반부에 인물을 소개하며, 아주 짧은 컷으로 행성(자막으로 행성이름을 설명하는 친절함도 보여주는데, 불필요한 친절이었다 생각한다.), 인물을 소개한다. 그 전개의 속도와 장면전환이 거의 전쟁닦이급 수준이라 영화에 대한 관객의 불안감을 증폭시킨다.

저항할 수 없는 강력한 악의 제국, 한 줌도 안되는 저항 세력. 그리고 그 안에서 선과악, 적과 아군을 구분짓기 모호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 국내에 요즘 유행하는 '암살'과 '밀정' 등의 독립물과 유사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영화적 깊이는 '밀정'등의 영화에 비해서는 떨어진다. 반란군이 항상 착한 선역으로 등장하지 않고, 때로는 더러운일도 서슴치 않으며, 안에서는 사분오열하는 복합적인 모습을 보여준 것은 충분이 좋았다.

아쉬운 점은 인물들에 감정이입할 시간마저 서두르는 듯한 영화의 전개이다. 이왕 2시간이 넘는 상영시간이라면, 몇분 더 늘려서 편집하는 것이 더 좋지 않았을까.

가령 대의는 이미 한참 전에 잊은체 그저 직장인처럼 임무를 수행하는, 피곤에 찌들어 고민하는 카시안 대위의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이 등장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

또 진 어소가 열정적인 연설을 할 때, 조금만 더 천천히 호흡하며, 관객이 이에 감정적으로 동조할 수 있게

긴 장면으로 주변인물들의 감정변화라든지를 느낄 수 있는 장면 등이 추가되었으면 좋았을 거란 생각이 든다.

전향한 제국군 파일럿 '보디'도, 이 사람이 왜 전향했는지 그 이유를 설명해주는 장면이 있었으면 관객이 그의 입장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었을거라 생각한다.

오히려 선역에는 조연들의 존재감이 상당하다. 왕좌의 게임의 티리온마냥 비꼬는 유머에 능통한 드로이드 K-2. 포스교의 신봉자인 견자단과 강문. 이 영화의 씬스틸러 들이다.

특히 견자단이 연기한 치루트 임웨는 그 성격이 그의 흥행작 엽문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게끔 한다.

무협영화에서 흔히 나오는 요소인 절벽기연 같은 등장이라 더욱 흥미로웠다.

처음 등장해서 수십의 스톰트루퍼와 대치하는데, 나는 어디선가 '열명과 싸우겠소!' 라고 외치는 엽문의 목소리를 듣는 듯했다.

실없는 듯하면서도 중요한 순간에 던지는 대사나 행동이 묵직하여, 오히려 주인공보다 더 멋지게 나온 것 같다.

난 치루트가 제다이라고 굳게 믿는다. 그게 아니고서야 장님이 어떻게...

오히려 악역들의 설명이 충분하다. 주요 악역인 크레닉 국장은 어찌보면 애처로운 사람이다. 그 캐릭터의 특징이 부산행의 김의성의 역할과 비슷한데,

야심만만하나 자기 공적을 가로채는 상사(타킨 총독)에, 다른 라인에 타려해도 끼워주지 상사(다스 베이더)까지. 살기위해 고군분투하나 결국 버려지는 애처로운 아재의 모습이 바로 여기 있다.

이러한 부조리한 조직문화가 만연한 제국이었으니, 망하는 것은 필연적이었을지도 모르겠다.

타킨 총독은 그 악랄함이 잘 들어나 더욱 매력적이다. 냉혹하고 야심있으며, 철두철미하게 일도 잘하는, 우리가 악역에게 기대하는 그런 모습을 잘 보여줬다 생각한다. CG로 돌아가신 명배우 피터 쿠싱의 얼굴을 재현했는데 나는 그렇게 큰 위화감을 느끼지 못했다. 시력이 좀 더 좋으신 분이라면 어색할지도.

다스 베이더는 사우나(?) 장면에서는 왜 등장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후반부에서 그 뽀오스를 들어낸다. 정말 무섭다. 순간 장르가 SF 호러로 변한다.
그리고 마지막의 본 시리즈와 매끄러운 연결은 정말 팬으로서 가슴 벅차다.

아날로그와 CG가 적절히 사용된 비주얼은 고전적인 영상미를 느끼게 하면서도 볼거리도 놓치지 않은 이 영화의 분명한 성과이다. 후반부 우주전에서 이러한 부분이 두드러지는데 , CG가 마냥 다 좋은 것이 아님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 하겠다.

스타워즈 팬들에게는 고전의 향수를 주는 대채로 만족스러운 영화이다. 광고 카피처럼 다른 시리즈와의 개연성이 적어 첫 입문작으로도 나쁘지 않다. 물론 알고 보는 게 훨씬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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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건호스
영화.2016. 12. 13. 12:53


왕가위 감독이 자기 스타일보다 좀 더 밝고 경쾌한 분위기로 뮤지컬 영화를 만든다면 이렇지 않았을까.

현실과 동떨어진 동화속 뮤지컬이 아닌 우리 마음속에 품고 있을 아쉬움과 지난날에 대한 그리움을 말하고 있다.

뜬금없지만, 개인적으로 '응답하라1994'의 가장 큰 명대사는 삼천포의 '산다는 것은 매순간 선택이다.' 라는 독백이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를 보면서 자꾸만 저 대사가 떠오른다.

우리는 인생을 살면서 항상 선택하고

때로는 그 선택의 기로에서 다른것을 택하지 않았음을,

어떤 선택이 진정 자기가 원하는 것이었는지 몰랐음을,

혹은 용기가 없어 택하지 못했음을 아쉬워한다.

라라랜드는 그런 지금 여기에 서있는 우리가 지난날의 선택을 아쉬워하는 그 감정을 이야기하는 영화다.

황홀하고 아름답지만 가슴시린 비극.

때때로 추억하며 행복해지면서도, 이젠 그때로 다시 갈수 없다는 사실이  가슴 먹먹하게 만드는 지난날에 대한 그리움.

가끔 친구들과 대학시절을 추억하는데, 한 친구가 그때로 돌아갈 수 없는 상실감이 크다고 했다.

나도 영화 속 미아가 그랬던 것처럼, 극장을 나선 뒤 기억 저편으로 되돌아갔다.

조치원 영화관과 캠퍼스 사이,

그 철길 즈음에서 혼자 한참을 서있다가 이내 현실로 되돌아왔다.

꼭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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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건호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