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학다식 아키비스트의 수시 건호스. :: 족구왕
영화.2017. 2. 2. 22:47


복학생과 족구. 왠지 고학번을 한참 넘긴 나도 멀어지고 싶은, 단어에서부터 땀내나는 듯한 두 키워드로 만들어진 영화 족구왕. 영화는 이를 통해 현재 대한민국을 살아가고 있는 평범한 복학생들의 표본을 보여준다.

주인공 만섭은 제대 후 칼복학한, 잘 생기지도 않고, 토익 점수도 없으며, 학점은 바닥이고 여자친구는 더더욱 없는, 지극히 평범한 복학생이다. 그는 복학 전에 학우들과 함께 뛰놀던 족구장이 교내 취업준비생들의 반발로 폐쇄되었음에 절망하고, 총장과의 대화 시간에 이를 직접 건의하기까지 한다.

또한 기숙사 룸메이트이자 선배인 공시 장수생 형이 스펙 없는 만섭에게 공무원 공부나 착실히 할 것을 강요하지만, 만섭은 연애가 제일 하고 싶다면서 학교 제일의 미녀인 학교모델 서안나에게 교양과목의 조별과제를 같이하자고 제안한다.

안나에겐 썸을 타는 듯 미묘한 관계에 있는 전직 국가대표 축구선수 강민이라는 남자사람친구가 있다. 강민은 안나와 만섭의 조모임을 보고 만섭에게 시비를 걸고, 만섭은 이를 일대일 족구시합을 제안 간단히 제압하며 안나를 차지(?)한다. 이 시합은 한 학생의 직캠으로 전 캠퍼스에 퍼졌고, 얼마 뒤 개최된 체육대회에서는 족구붐이 일어난다.

영화는 대략 체육대회가 벌어지는 한 학기 동안의 대학교가 무대이다. 제목과는 달리 정통 족구 스포츠 영화는 아니다. 그보다는 그냥 지금 청춘들의 이야기라 하는 것이 더 어울릴 것 같다.

사실 등장인물들이 다들 짠하다. 악역(?)인 듯한 강민도 특별할 것 없이, 고시원에서 월세도 못내고 사는 흙수저로 보인다. 만섭은 등록금 낼 돈도 없어 퇴학처리 당하고, 장수생 형은 한때 족구의 고수였지만, 하라는 공부와 취업준비는 안하고 족구나 하다가 여자친구와 이별한 아픈 경험을 가지고 있다.

기숙사에 살며, 아르바이트를 했던 나로서는 극 중 만섭의 대학생활에 더더욱 공감할 수 밖에 없었다. 현재 청년문제를 만섭을 통해 그대로 말하고 있는 것 같다. 때문에 만섭을 보며 짠해지는 장면이 좀 많았다.

가장 슬픈 장면은 아무래도 퇴학처리 당하는 장면이 아니었나 싶다. 등록금을 구할 수 없던 만섭이 결국 학기 중 퇴사 당하게 되는데, 무심한 듯 담백한 연출과 조교의 사무적인 태도, 그리고 만섭의 습관화 된 것 같은 친절한 모습이 더욱 마음을 아프게 했던 것 같다.

지나치게 미래만 준비하며 사는 우리와는 달리, 영화속의 만섭은 지금 현재를 살기 위해 몸부림친다. 아르바이트도 하고, 족구장 재개 서명운동도 벌이며, 족구대회에도 참가한다. 안나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도 노력한다. 비록 안나는 중간에 마음을 결정하고 강민을 응원하기로 하지만, 만섭은 그렇다고 족구도 안나도 포기하지 않는다.

나중에 후회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그는 이미 자신에게 마음이 없는 걸 알면서도 안나에게 과제 발표를 빙자한 멋진 고백을 하고, 발에서 피가 나면서도 족구를 한다. 결국 강민의 토목과를 제압하고, 식품영양학과를 족구대회 우승에 올려놓으며 족구왕이 되는 만섭. 하지만 안나는 그와 상관없이 강민에게 가버리고, 만섭은 쓰게 웃으며 그것을 바라본다.

성공만을 중요시하는 풍토, 이를 위해 항상 열심히 준비하는 것이 제대로 된 삶이라는 인식. 주인공 만섭을 통해 영화족구왕은 이에 의문을 던진다.

그저 현재를 즐기면서 사는 건 안되는지, 결과에 상관없이 마음 가는 대로 뛰어보면 안되는지 말이다.


P.S 기억에 남는 명대사도 많고 안나와 만섭 공시생 형과 고깃집 여사장님등 하고 싶은 말이 참 많은 영화입니다. 몇 번 마음가는대로 쭉 쓰다가 글을 지웠습니다. 일일이 블로그를 통해 설명하기 보단, 직접 보고 느끼시는게 더 좋을 듯 합니다. 대학! 청춘! 낭만! 여러분의 캠퍼스 라이프를 회상하며 족구왕을 감상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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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건호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