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학다식 아키비스트의 수시 건호스. :: 로그원 스타워즈 스토리
영화.2017. 1. 1. 18:15


자타공인 골수 스타워즈 덕후인지라 개봉일이 되자마자 관람하였지만 이제야 감상을 쓴다.

이번 영화는 정식 시리즈가 아닌 에피소드3 과 4 사이의 이야기를 다룬 외전으로서, 이 때문인지 스타워즈의 전통인 노오란 크롤(올라가는 텍스트)이나 메인테마 등 전통적인 스타워즈의 상징으로 시작하지는 않는다.

제국군의 신무기 '데스스타'를 파괴하려는 특공대 로그원의 이야기가 주된 내용이다.

주인공 진 어소는 어릴적 아버지가 은하제국에 신무기 개발을 위해 강제로 징집되고 어머니는 그 와중에 죽게되는 억울한 사연을 지니고 있다.

그런 이유로 제국에 반동하며 제멋대로 살아왔는데, 그 아버지가 제국군의 신무기를 개발한다는 이유로 반란연합에 붙잡혀 오게 된다.

그 이후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스타워즈 덕후라면 잘 알겠지만, 이미 레전드라 명명된 확장세계관에서 이 내용이 다루어진 적이 있다. FPS장르의 게임시리즈에서 '카일 카탄'이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전개되는데 '깨어난 포스'가 그랬듯 어느정도 기존 설정을 차용한 모습이 보인다.

모든 리뷰어의 대체적인 평가처럼 처음에 좀 불안하다가 마지막까지 쭈욱 상승하는 희한한 완급조절을 보인다.

초반부에 인물을 소개하며, 아주 짧은 컷으로 행성(자막으로 행성이름을 설명하는 친절함도 보여주는데, 불필요한 친절이었다 생각한다.), 인물을 소개한다. 그 전개의 속도와 장면전환이 거의 전쟁닦이급 수준이라 영화에 대한 관객의 불안감을 증폭시킨다.

저항할 수 없는 강력한 악의 제국, 한 줌도 안되는 저항 세력. 그리고 그 안에서 선과악, 적과 아군을 구분짓기 모호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 국내에 요즘 유행하는 '암살'과 '밀정' 등의 독립물과 유사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영화적 깊이는 '밀정'등의 영화에 비해서는 떨어진다. 반란군이 항상 착한 선역으로 등장하지 않고, 때로는 더러운일도 서슴치 않으며, 안에서는 사분오열하는 복합적인 모습을 보여준 것은 충분이 좋았다.

아쉬운 점은 인물들에 감정이입할 시간마저 서두르는 듯한 영화의 전개이다. 이왕 2시간이 넘는 상영시간이라면, 몇분 더 늘려서 편집하는 것이 더 좋지 않았을까.

가령 대의는 이미 한참 전에 잊은체 그저 직장인처럼 임무를 수행하는, 피곤에 찌들어 고민하는 카시안 대위의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이 등장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

또 진 어소가 열정적인 연설을 할 때, 조금만 더 천천히 호흡하며, 관객이 이에 감정적으로 동조할 수 있게

긴 장면으로 주변인물들의 감정변화라든지를 느낄 수 있는 장면 등이 추가되었으면 좋았을 거란 생각이 든다.

전향한 제국군 파일럿 '보디'도, 이 사람이 왜 전향했는지 그 이유를 설명해주는 장면이 있었으면 관객이 그의 입장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었을거라 생각한다.

오히려 선역에는 조연들의 존재감이 상당하다. 왕좌의 게임의 티리온마냥 비꼬는 유머에 능통한 드로이드 K-2. 포스교의 신봉자인 견자단과 강문. 이 영화의 씬스틸러 들이다.

특히 견자단이 연기한 치루트 임웨는 그 성격이 그의 흥행작 엽문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게끔 한다.

무협영화에서 흔히 나오는 요소인 절벽기연 같은 등장이라 더욱 흥미로웠다.

처음 등장해서 수십의 스톰트루퍼와 대치하는데, 나는 어디선가 '열명과 싸우겠소!' 라고 외치는 엽문의 목소리를 듣는 듯했다.

실없는 듯하면서도 중요한 순간에 던지는 대사나 행동이 묵직하여, 오히려 주인공보다 더 멋지게 나온 것 같다.

난 치루트가 제다이라고 굳게 믿는다. 그게 아니고서야 장님이 어떻게...

오히려 악역들의 설명이 충분하다. 주요 악역인 크레닉 국장은 어찌보면 애처로운 사람이다. 그 캐릭터의 특징이 부산행의 김의성의 역할과 비슷한데,

야심만만하나 자기 공적을 가로채는 상사(타킨 총독)에, 다른 라인에 타려해도 끼워주지 상사(다스 베이더)까지. 살기위해 고군분투하나 결국 버려지는 애처로운 아재의 모습이 바로 여기 있다.

이러한 부조리한 조직문화가 만연한 제국이었으니, 망하는 것은 필연적이었을지도 모르겠다.

타킨 총독은 그 악랄함이 잘 들어나 더욱 매력적이다. 냉혹하고 야심있으며, 철두철미하게 일도 잘하는, 우리가 악역에게 기대하는 그런 모습을 잘 보여줬다 생각한다. CG로 돌아가신 명배우 피터 쿠싱의 얼굴을 재현했는데 나는 그렇게 큰 위화감을 느끼지 못했다. 시력이 좀 더 좋으신 분이라면 어색할지도.

다스 베이더는 사우나(?) 장면에서는 왜 등장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후반부에서 그 뽀오스를 들어낸다. 정말 무섭다. 순간 장르가 SF 호러로 변한다.
그리고 마지막의 본 시리즈와 매끄러운 연결은 정말 팬으로서 가슴 벅차다.

아날로그와 CG가 적절히 사용된 비주얼은 고전적인 영상미를 느끼게 하면서도 볼거리도 놓치지 않은 이 영화의 분명한 성과이다. 후반부 우주전에서 이러한 부분이 두드러지는데 , CG가 마냥 다 좋은 것이 아님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 하겠다.

스타워즈 팬들에게는 고전의 향수를 주는 대채로 만족스러운 영화이다. 광고 카피처럼 다른 시리즈와의 개연성이 적어 첫 입문작으로도 나쁘지 않다. 물론 알고 보는 게 훨씬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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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건호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