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학다식 아키비스트의 수시 건호스. :: '영화.' 카테고리의 글 목록 (4 Page)
영화./그영화 그대사2017. 3. 29. 16:21








Posted by 건호스
영화.2017. 3. 28. 20:54



시대극이 유행한 적이 있었습니다.

지금 소개할 영화 또한 시대극이 유행하던 시기에 야심 차게 나왔던 영화이죠.

알렉산더 대왕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알렉산더’.

기대와는 다르게 처참히 망해 흥행실패한 영화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독판, 최종판 등 다양한 편집본이 나와있어요. 오늘은 이 아쉬움과 억울함이 많은 듯한 영화를 다시 돌아보고자 합니다.

 

사실 사람의 인생이 그렇게 극적인 경우는 거의 없죠. 기승전결을 딱 나누어서 사는 것도 아니고, 아무리 불세출의 풍운아라 할지라도 누워 뒹굴며 잉여처럼 지낸 날들 또한 있으므로, 이를 두시간 남짓한 영화에 극적으로 표현하기가 많이 어려운 건 어찌보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드라마는 그나마 나은 편이지만, 그래도 위인의 삶 중에 순탄한 기간(?) 이 있는 경우에는 여지없이 생략되거나, 아니면 드라마를 위해 새롭게 각색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때문에 드라마 속의 위인들이 다들 비슷비슷하게 어린시절부터 온갖 개고생을 하며, 무협지의 주인공 마냥 피를 토하는 인생역정을 딛고 성장하는 것으로 다듬어질 때가 많아요.

 

영화 알렉산더는 이러한 흐름에 정반대로 나아가는 영화입니다. 각색보다는 고증을 통해, 알렉산더의 어두운 이면도 조명하는 등, 요즘 매체들이 수없이 떠들어대는 인간 알렉산더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한 모습이 보입니다. 때문에 예고편의 능수능란한 편집을 보고, 거대한 역사 전쟁 서사시를 기대했던 관객분들은 실망하실 거에요. 저 또한 그 중 하나였구요. 어렸을 적 위인전기에 나온 정ㅋ벅ㅋ자 알렉산더 대왕의 호쾌한 정복기를 즐길 수 있는 영화로 알았지만 현실은 아니었죠.

 

영화는 다 늙은 프톨레마이오스가 알렉산드리아에서 알렉산더 시기를 회고하는, 다소 교양 다큐멘터리 적인 접근을 합니다. 썩 좋은 아버지와, 역시 썩 좋은 어머니는 아니었던 필리포스 2세와 올림피아스, 그리고 그 속에서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한 불완전한 아들 알렉산더.

 

또한 그 때의 그리스 청년들이 그러했듯 알렉산더도 게이였습니다. 역시나 영화에서도 헤파이스티온(디씨 확장 유니버스 조커!)과 환관 바고아스와 애틋한(?) 관계로 표현됩니다. 물론 동성애가 어두운 일면은 아니지만, 생각보다 대중들에게 많이 부각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알렉산더 대왕에 대해 단편적으로만 알고 있던 저는 영화의 게이스러움에 당황하고 그 뒤에 인터넷을 찾으면서 더 알게 되었거든요.

 

이런 면에서는 사극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기는 합니다.

 

천재적인 지휘관임은 분명하지만, 완벽하지는 않았죠. 그 자신이 직접 선봉에 서는 무모함을 많이 보였고, 영화에서도 표현되지만, 운명을 건 도박에 운이 잘 따라준 면도 많았습니다.

 

폭음도 엄청나게 즐겼습니다. 어느정도냐 하면 대판 마시고, 자신을 구해주었던 휘하 장수와 주사부리다 열 받아서 죽여버립니다. 정적에게는 냉혹했죠. 물론 이것은 모든 역사적 리더들이 갖고 있는 특징이기는 합니다마는. 알렉산더 사후 사분오열 된 것은 후계자라 할 만한 사람조차 남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전투씬은 딱 2, 가우가멜라와, 인도 정복기만 나오지만 강합니다. 특히나 가우가멜라 전투는 최고지요. 많은 시간이 할애되었을 뿐 아니라, 알렉산더 대왕의 내 인생 그 전투일 그 극적인 순간의 긴박함이 잘 살아있습니다. 전투씬의 전개를 떠올리니 더더욱 다큐멘터리 스러운 느낌을 감출 수 없네요. 꼼꼼히 전투의 진행 경과를 살펴줍니다. 보기만 멋져보이는 것이 아니라, 알렉산더가 어떻게 이겼는지 관객이 잘 이해할 수가 있어요. 학습효과가 좋습니다.

 

어떤 평론가였는지 기억나진 않지만, 네이버 영화란에 있던 한줄평이 이 영화를 잘 설명합니다.

 

정복자 놀이꾼의 안쓰러운 뒷모습이 여기 있다.’

 

마지막에 프톨레마이오스는 사관에게 적지 말라고 당부하며, 사실 알렉산더는 우리들이 죽였다고 말합니다. 말라리아가(그리고 그 미친 폭음) 가장 유력한 학설이지만, 확실하지는 않으니 영화로서 다른 선택을 했습니다. 영화를 본 지 오래전이라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그의 원대한 이상이 두려웠기 때문에 그쯤에서 죽인 거라고 했던 것 같아요.

 

아마도 영화 속 프톨레마이오스는 욕심 때문에, ‘하나된 세계라는 이상을 무너트렸음에 죄책감을 느꼈던 것이겠죠.

 

실제로도, 알렉산더 사후 통합된 제국은 없었습니다. 그 휘하의 장군들이 왕을 자칭하며 정복지를 나눠 가지고 또 서로 싸움을 벌였죠. 물론 알렉산더의 왕비와 알렉산더의 자식은 필요가 없어지자 제거당합니다. 그가 이룩한 통합된 세계가 그의 사후 허망하게 무너지고 말았다는 점을 영화는 은유적으로 알려주려 했던 것 같아요.

 

영화가 전체적으로 정적인 탓에 지루함을 느낄 수도 있지만, 역사에 관심이 많으시다면 볼만한 영화입니다. 누구에게나 어두운 면, 알려지지 않은 면들이 있고 이 영화는 그런 부분을 알려주는 길을 택했습니다. 쉬운 방법도 있었을 거에요. 하나의 전투 혹은, 한 순간에만 포커스를 맞추고 가장 극적이고 빛나는 순간만 조명하는 방법도 있었겠죠. 그러나 이 영화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p.s

제가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인 김성수 감독의 '무사'에 영향을 받았다 합니다. 올리버 스톤 감독이 제작진들에게 일일이 보게 했다고 하네요.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남한산성(영화)   (0) 2017.10.22
무사  (0) 2017.04.24
트로이  (0) 2017.03.19
신들의전쟁(Immortals)  (0) 2017.03.15
타이탄의 분노  (0) 2017.03.14
Posted by 건호스
영화.2017. 3. 19. 19:33



요새 계속 진행하고 있는 고대 그리스 영화 돌아보기 그 네번째 시간.

 

이안 감독의 헐크에서 브루스 배너를 연기했던 에릭 바나가 헥토르 왕자. 그리고 최강의 용사 아킬레스로 브래드 피트가 나오는 볼프강 페테젠 감독의 영화 트로이를 다시 돌아보고자 합니다.

 

글래디에이터와 반지의 제왕 시리즈로 촉발된 에픽, 판타지 영화 붐은, 너도나도 영화의 클라이막스를 대규모 군대의 전투씬 으로 가득 채웠죠. 오늘 살펴볼 트로이도 그러한 에픽 영화 붐이 일던 2000년대 초반 즈음에 나왔습니다. 국내에서도 해외에서도 나름 꽤 흥행한 작품이었는데요.

 

당시 제가 있던 모 커뮤니티에서는 호메로스의 일리아드오딧세이아등의 원작이라 할만한 고전의 방대한 내용을 2시간 남짓한 내용에 담는 것은 무리가 아니냐면서 엄청 비판했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 중학교 2학년(네 그렇습니다. 폭풍의 중2병 시기이죠.) 이었던 저는, 그렇게 까지 재미없지는 안았음에도 머리를 쥐어짜면서 이 영화를 비판하려고 애썼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그리 나쁜 영화는 아니었어요. 사실 신화를 배제한 염세적이고 현실적인, 트로이 신화의 재해석이라 볼 수 있는 영화이지요.

 

우선 신들의 존재 자체가 수시로 부정당하거나, 굉장히 적게 표현됩니다. 아킬레스의 어머니마저 영화만 봐서는 여신인지 아닌지 분명히 알 수가 없게 모호하게 표현되죠.

또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영화 속에서는 파리스의 철없는 로맨스는 그닥 큰 전쟁이유가 아닌 것 같아요. 그리스 세계의 맹주가 되려는 아가멤논의 야심과, 파리스를 빌미로 잘 나가는 트로이를 조지려는 그리스 애들이 못마땅한 트로이의 어차피 벌어질 수 밖에 없는 전쟁으로 묘사됩니다. 너무 과한 해석인가요?? ㅋㅋㅋ

 

제 기억이 분명하다면 총 엑스트라 75,000명이 투입된 거대한 규모인데요. 한때는 이러한 영화 광고를 잘못 이해하고, 마치 한 화면에 동시에 정말 사람들이 몇 만명씩 드글드글 모여 있는 것으로 오해했습니다. 반지의 제왕이나 300과는 다른 정적인 전투를 묘사하고 있습니다. 지루하고 답답하죠. 감독판에서는 극장판에서 잘린 잔인한 장면들이 더욱 추가되었다고 하네요. 아마 호쾌한 액션으로 눈을 즐겁게 하기 위한 의도가 아닌, 그저 몇 마디 말에 많은 사람들이 허무하게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 전쟁의 허무함을 드러내려 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꽤 많은 전투씬이 있습니다. 인트로의 아킬레우스의 일기토 장면, 초반 해변 상륙 장면, 그리고 파리스와 메넬라오스의 결투 후 전면전, 트로이의 역습, 그리고 마지막 함락 등.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서사물에 기대되는 것들은 충분히 보여줍니다.

 

그 중에서 가장 명장면은 아킬레우스와 헥토르의 결투 장면이겠지요. 정말 천재적으로 싸우는 아킬레스와, 영화에서 보여지는 모습대로 모범생다운 정석적인 느낌으로 결투를 벌이는 헥토르. 영화의 두 주인공의 특성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장면이 아닐까 합니다. 결투 이전의 대사에서도 보여지죠. 그래도 헥토르는 명예롭게, 고통없이 보내줬다고 하지만, 아킬레스는 그 말에 어린애 죽여 놓고 다 소용없는 말 하지 말라며 냉소합니다.

 

사실 두 배우 말고도 낯익은 배우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아라비아의 로랜스의 피터 오툴, 그리고 이 영화에서는 사망하지 않은(맡은 배역이 제 명에 못살고 사망하는 거로 유명합니다.) 오딧세우스 역의 숀 빈, 레골라스 올랜도 볼룸과 해리포터 시리즈에서 매드아이 무디로 등장하고 사극에도 많이 나오는 브렌던 글리슨(돔널 글리슨 아버지 입니다.) 등등

 

이 영화도, 일리아드도, 읽은 지 너무 오래되어서 섣불리 글을 쓰기가 조심스러워 집니다. 다시 말씀드리면, 괜찮은 영화입니다. 그래도 주요 인물들을 어떻게든 등장시키려고 노력합니다. 사실 원전을 그대로 영상으로 재현하려면, 대하드라마 말고 영화로는 도저히 방법이 없을 겁니다. 각색이 필수일 수 밖에 없지요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무사  (0) 2017.04.24
알렉산더  (0) 2017.03.28
신들의전쟁(Immortals)  (0) 2017.03.15
타이탄의 분노  (0) 2017.03.14
타이탄(Clash of the Titans 2010)  (2) 2017.03.13
Posted by 건호스
영화.2017. 3. 15. 21:19

 


불멸에 대한 대립된 생각.

 

'모든 인간의 영혼은 불멸하다. 하지만 정의의 영혼은 불멸하고도 신성하다.'

- 소크라테스

 

하이페리온 왕은 억울하게 가족을 잃은 상처로 인해 신들에 반감을 가지고, 세상을 아예 멸망시키려는 계획을 세운다. 해서 자기 빼고(사실 그도 고자일지 모른다.) 나머지 남성 병사 혹은 국민들은 고자가 되고 만다. 왜 이런 왕에게 충성을 다하는지는 1도 모르겠다. 그러니까 하이페리온은 죽음을 가져옴으로써, ‘죽음이라는 심지어 신조차도 건드릴 수 없는 불멸성에 의한 영원한 종말을 원한다. 그렇게 세상을 멸망시키고, 신을 섬기는 주체 자체를 없애 버리겠다는 것이다. 말그대로 씨를 말려버리는 방식으로 신에게 복수하려는 무시무시한 계획이다. 전 세계의 심영화.

 

반대로 주인공인 테세우스는 자신이 행한 일로 인한 후대에 길이 남을 업적을 통해 불멸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의 원제 또한 불멸이다. 영화 서두에 인용한 소크라테스의 말, '모든 인간의 영혼은 불멸하다. 하지만 정의의 영혼은 불멸하고도 신성하다.' 는 감독이 생각하는 불멸이 무엇인지 잘 함축하고 있다 할 수 있다.


굉장한 비중이 있는 듯 하지만, 별반 비중이 없었던 에피루스의 활 이라는 무기가 있다. 신궁 답게 활시위가 없고 화살도 없이 그저 활을 당기는 시늉 만하면 알아서 에너지 같은 것이 날아간다. 위력은 강하지만 세상을 뒤집을 만큼은 아니고, 왜 이 무기에 매달렸는지는 잘 이해도 안 가고, 어차피 중요 하지도 않아서 관객도 잊어 먹는다.

마지막에 티탄신과 올림포스신들이 천계에서 치고 박고 싸우는 것을 테세우스의 아들이 예견 함으로서신들의 전면전을 예고한 후속편을 암시하는 듯했지만 별반 소식은 없다.


감독이 이 영화를 통해 하고자 하는 말은, 정의롭고 옳은 일을 하여 위인으로 후대에 길이길이 이름을 남기라는 뜻인가보다.

 

 

 300의 제작진이 영화에 참여해서인지, 300의 비주얼 노벨틱한 비주얼을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한 모습이 보인다. 300을 잇는 독특하고 강렬한, 그리고 유혈낭자한 영상미는 눈을 충분히 즐겁게 한다.

 

사실 그리스 신화와는 별반 관련이 없다. 이름과 내용만 차용한 수준으로, 신화를 모르는 관객들에게도 쉽게 어필하기 위함 이었는지 아니면 무슨 생각이었는지 모르겠다. 고대 그리스가 주는 분위기는 가지고 싶으면서도, 신화라는 이미 친숙한 스토리라인에 얽매이고 싶지는 않았던 듯하다.

 

모조에 따르면 75백만 달러로, 22천이 넘는 수익을 거두었으니 나쁜 장사는 아니었다고 하겠다. 크게 할말이 없는, 몇몇 허술한 구석도 있지만 적당히 재미있는 영화이다.

 

p.s

슈퍼맨 헨리 카빌을 처음 알게 된 영화였습니다.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알렉산더  (0) 2017.03.28
트로이  (0) 2017.03.19
타이탄의 분노  (0) 2017.03.14
타이탄(Clash of the Titans 2010)  (2) 2017.03.13
배트맨 대 슈퍼맨 - 스포일러 있음.  (0) 2017.03.11
Posted by 건호스
영화.2017. 3. 14. 22:17



전작 타이탄의 흥행 성공에 힘입어 등장한 후속편이다. 이번에는 전작처럼 원작이 따로 있지 않은 완벽한 오리지널 스토리로 알고 있다. 주인공은 여전히 샘 워싱턴이고, 안드로메다는 배우가 교체되어 이번엔 로저먼드 파이크가 맡았다.

 

전작에서 주인공 페르세우스와 러브라인을 형성하던 여주인공 이오는, 출연이 불발된 것인지 아예 죽은 것으로 나온다. 기껏 마지막에 환생 시켜 놓고 후속편에서 다시 죽여버리다니. 좀 허탈한 것 같다.

 

로저먼드 파이크는 전작의 붙잡힌 히로인 역할에서 벗어나 좀 더 능동적인 리더의 모습으로 묘사된다. 한 나라를 이끄는 강한 지도자로 든든한 면모와 함께 그 안에 남몰래 페르세우스를 마음에 둔 여자로서의 모습 둘 다를 잘 연기해준 것 같다.

 

스토리는 여전히 지하의 지배자 하데스가 제우스의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는 내용이다. 여기에 사람들이 현실에 눈을 뜬 건지, 신들이 점점 힘을 잃고 소멸해가고 있고, 그리스 3대 주신 중 하나인 포세이돈은 초반에 죽는다.

 

대신 워크래프트에서 듀로탄 역으로 그나마 호평받은 토비 케벨이 여기서 포세이돈의 아들인 아게노르로 등장한다. 주인공을 보좌하는 적당히 유머러스하고 멋질 때는 멋진, 크리링과 피콜로의 중간쯤 되는 캐릭터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전작의 크라켄을 이어 티탄 신의 왕 크로노스가 최종보스이자 거대괴수 역할로 등장한다. 으어어어를 외치다, 페가수스를 탄 페르세우스에게 파괴됨으로 영화의 대미를 장식한다.

 

아레스가 새로이 등장하는데, 아버지인 제우스를 배신하는 악역이다. 악역이지만 전쟁의 신답게 멋지게 나온다. 영화 속 신들은 자신을 향한 기도를 들으면, 그 기도를 드린 자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것 같다. 때문에 재밌는 일이 발생하는데, 일행 중 한명이 평소 하던대로 신께 빌다가 아레스에게 위치가 들키고, 결국 죽고 만다.

등장할 때는 하늘에서 전투기처럼 소닉붐을 일으키며 날아온다. 꽤 멋진 연출로 악역의 강력함과, 역시 신은 신이구나 하는 간지를 느낄 수 있다. 중간에 대장장이 신 헤파이스토스 와도 맞붙는데, 전쟁의 신이라 그런지 가볍게 이긴다. 공교롭게도 DC 확장 유니버스의 맨 오브 스틸에서도 슈퍼맨이 비행할 때 꽤 비슷하게 묘사한다. 물론 여타 영화에서 비슷한 묘사가 많이 등장했지만, 아무래도 망토 두른 인간이 쏘닉붐을 일으키며 음속으로 비행한다는 점에서 이 영화에서 많이 참고하지 않았을까 싶다.

 

전작과 비슷하게 모험물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좀 더 잘 다음어진 CG와 알찬 스테이지(???) 구성으로 전작보다 한층 흥미진진하다. 게다가 전작에는 없었던 대규모 군대도 등장하여, 더 스펙터클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전체적으로 그리스 신화와 역사를 알고 흥미가 있다면, 부담없이 매우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작품이다.


P.S

눈으로 보는 에이지 오브 미쏠로지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저는 전작보다 훨씬 재밌게 봤는데, 왠지 흥행은 전작보다 못한 3억달러 입니다. 겨우 본전치기 한 수준이네요. 사실 자세히 보면 출연진도 꽤 탄탄합니다.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트로이  (0) 2017.03.19
신들의전쟁(Immortals)  (0) 2017.03.15
타이탄(Clash of the Titans 2010)  (2) 2017.03.13
배트맨 대 슈퍼맨 - 스포일러 있음.  (0) 2017.03.11
워크래프트 : 전쟁의 서막  (0) 2017.03.08
Posted by 건호스
영화.2017. 3. 13. 22:50


사진이 조촐하네요. '_'


제가 관람한 최초의 3D영화입니다원래는 2D영화로 나올 예정이었는데, 아바타의 어마어마한 성공 때문에 급히 3D로 바꿔서 나왔다고 하네요. 주인공도 아바타의 제이크 설리, 샘 워싱턴이 맡았습니다.

어색한 3D효과 때문에 자막만 튀어나와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사실 원래 2D인 영화들을 3D화 시키면 이런 경우가 많죠. 순전히 팬심으로 보았던 스타워즈 에피소드 1 : 보이지 않는 위험의 3D도 이랬었구요.

그리스 신화 속의 영웅 중의 하나인 페르세우스가 주인공 입니다. 최종적으로는 하데스의 음모를 물리치고, 크라켄을 처치하여 공주 안드로메다를 구하는 것이 목적이겠구요. 원제인 Clash of the Titans와 같은 이름의 1981년 원작이 있는 영화입니다. 그리스 신화를 충실하게 재현했다기 보다는, 타셈 싱의 신들의 전쟁(원제: Immortal)’과 같이 사실상 그리스 신화에서 모티브만 따온 오리지날 스토리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영상미는 제 기억으로는 나름 괜찮았습니다. 신화 속의 그리스가 제법 잘 묘사 되어있었던 것 같아요. 상상의 동물, 정령, 신화적인 장소, 신들의 능력 등등 CG라는것을 그리스인들에게 주었다면, 그 옛날 원형극장에서 화려한 연출을 동반한 연극들이 뻔질나게 상영되었을 겁니다.

 

메두사와의 결투 장면이 영화의 하이라이트이고, 오히려 대망의 최종보스인 크라켄이 그 크기 덕분인지 둔해 보여서 느낌이 잘 안 옵니다. 여담으로, 영화를 보면 영락없는 RPG 게임 공대, 내지는 파티 조합입니다. 정령, 전사들, 궁수, 사냥꾼, 죽지 않는 여자까지, 의외로 신선한 느낌 이었습니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가 대규모 전투씬을 보여준 이후로는, 너도나도 전쟁장면으로 볼거리를 장식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런 공대(...)들의 보스몹 잡으러 가기 퀘스트가 연상되는 모험영화도 괜찮았던 것 같습니다.


웅장하고 박력 있는 음악도 이 영화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죠영화보면서 순간 한스 짐머를 떠올렸는데 영화 음악 감독이 한스 짐머의 제자 혹은 추종자 정도 되는 사람이라고 합니다….라고 쓰려고 했는데 모조 검색해보니 아이언맨, 퍼시픽림, 왕좌의 게임, 그리고 워크래프트의 작곡가인 라민 자와디 였네요. 이분 끝장납니다. 음악 듣고 있으면 아무 일 없다가도 결연한 의지를 다지게 만들어요.

당시 아바타를 2D로 보았기에 3D 영화가 무엇인지 잘 알지 못했던 저에게 3D는 이런 느낌이고, 굳이 돈 더내고 3D 볼 필요가 없음을 알려준 영화였습니다. 흥행이 생각보다 꽤 잘 된 영화입니다. 49천달러를 넘게 벌었어요. 아직 사람들이 아바타! 3D!입체다! 를 외치며, 그 기대감이 양껏 부풀어올라 있을 때였죠.


P.S

지상 최강의 아버지가, 여기서는 최강의 신으로 등장하십니다.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들의전쟁(Immortals)  (0) 2017.03.15
타이탄의 분노  (0) 2017.03.14
배트맨 대 슈퍼맨 - 스포일러 있음.  (0) 2017.03.11
워크래프트 : 전쟁의 서막  (0) 2017.03.08
곡성 - 스포일러  (0) 2017.03.02
Posted by 건호스
영화.2017. 3. 11. 16:20



작년 한 해 가장 큰 논란이 되었던 영화를 들자면 단연 이 영화를 제외할 수 없을 것이다. 배트맨 대 슈퍼맨. 줄여서 흔히 뱉대슾이라 부르는 이 영화는 DC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슈퍼맨 리턴즈, 그리고 반지닦이, 아니 그린랜턴이 두 번 이나 뒤집어 엎었던 저스티스 리그 실사화의 제대로 된 포문을 여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다크나이트 시리즈에서 강한 영향을 받아, 전작인 맨 오브 스틸부터 무게감 있고 심각한 분위기로 컨셉을 잡았다. 한 때, 다크나이트 이 후로 모든 영화들이 싸이코패스 악역을 보여주며 다들 범죄느와르 인 척 하던 시절에 조금 뒤쳐지는 느낌이 들기는 한다. 아무튼 DC확장 유니버스는 마블과의 차이점으로 이런 길을 걷겠다고 했다.

 

오프닝은 분명히 나쁘지 않다. 조드와 슈퍼맨의 싸움에서 팝콘이나 가져와야 할 평범한 배트맨은 자신의 미약함을 뼈저리게 느끼고, 슈퍼맨이 위협이 될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인다. 역시 때려부수는 것에 일가견이 있는 잭 스나이더 감독답게 맨 오브 스틸의 장점이었던 장면이, 다른 의미로 느껴지게 잘 연출했다. 일반인이 그 싸움 한복판에서 느꼈을 공포와 무기력함이, 배트맨을 통해 관객에게도 잘 전달되었던 것 같다.

 

아쉽지만, 이후에는 영화가 자기가 런칭 시켜야 할 뒤의 수많은 시리즈들을 위한 설정을 열심히 깔아주느라 매우 지루해진다. 그 와중에 로이스 레인만 유독 잘 케어하는 슈퍼맨은 사랑꾼이라기 보다는, 좀 생각 없어 보인다. 아니 자기 여자친구 위험할 때는 그렇게 잘 찾으면서, 엄마는 왜 못 찾는 건데???

 

그렇게 렉스 루터 이야기도 하고, 슈퍼맨이 법정에도 가고, 배트맨은 분노해서 열심히 헬쓰하고, 뜬금없이 원더우먼은 열심히 정보를 빼낸다. 회사와 히어로, 투잡에 지친 배트맨이 인저스티스 떡밥을 까는 꿈을 꾸고, 플래시가 그 떡밥에 양념을 가미하기도 한다.

 

이렇게 유우머 없이, 마치나 심각하고 진지해 어때 어른스럽지?’ 하고 말하는 중학교 2학년생을 보는듯, 지루하게 영화의 모든 시간을 끌고 간다. 이 지루한 설정 설명 중에 가장 괜찮았던 장면이라면, 슈퍼맨 청문회 폭발장면일 것이다. 이 장면만은 유일하게 렉스 루터가 제대로 악당역할을 하는데, 착하디 착한 슈퍼맨은 예상 못할, 더 없이 인간적이고 정치적인 중상모략으로 슈퍼맨을 난처하게 한다.

 

렉스 루터는 많이 아쉬운 캐릭터이다. 배우인 제시 아이젠버그도 사실은 다른 역할 이었다가 할 수 없이 맡았다는 이야기도 있고, 그래서인지 그냥 제시 자신을 연기하는 느낌이다.

 

둠스데이의 섯부른 등장과 소모 또한 매우매우 아쉬운 부분이다. 내 기억으로는 부활한 조드가 음성으로 슈퍼맨에게 기다리라고 엄포를 놓는 장면이 있었던 것 같은데, 어차피 100% 원작을 존중할 것이 아니었다면, 둠스데이가 우어어어어어만 외치는 괴물이 아닌 언변을 갖춘 조드의 환생으로 만드는 것은 어떠했을까? 이왕 심각하게 놀란병에 걸린 척 할 거였으면, 이렇게 말과 행동으로 슈퍼맨의 고뇌를 더해주는 것이 관객의 이해를 돕지 않았을까 싶다.

 

여기까지 글을 읽었다면 알겠지만, 이 영화의 가장 큰 문제는 너무 많은 것을, 단 한 영화에, 그것도 너무 서둘러서 행했다는 점이다. 마블이 큰 그림을 보고 히어로들의 단독 작품을 먼저 내보낸 끝에 회심의 어벤져스를 내보냈듯이, DC도 그랬어야 한다. 맨 오브 스틸 다음에 뱉대슾이 나오면 안됐다. 적어도 배트맨 단독 영화, 맨 오브 스틸 2 그리고 원더우먼 컴퓨터에 티저 영상(…) 이 아닌 저스티스 리그 각각의 독자적인 이야기가 어느정도 진행된 뒤에 이 뱉대슾이 나오고, 그 다음 저스티스 리그가 나왔어야 한다. 물론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그 다음이었어야 하고.

 

문제가 많이 되었던 느금마 마사씬의 경우 아예 납득되지 않는 수준은 아니었다. 대사만 좀 더 다듬었더라면 영화의 멋진 터닝포인트가 되어주었을 것이다. 평소에 슈퍼맨도 자기 엄마를 마사라고 부른 적이 없는데, 뜬금없이 배트맨 앞에서만 마사를 구해달라하니, 어색할 수 밖에 없다. 우리 어머니를 구해줘. 이름은 마사야.’ 뭐 이런식으로 말했다면 관객도 배트맨의 급격한 태세변환을 좀 더 잘 받아들였을 것이다.

 

또 하나의 실수는, 슈퍼맨을 너무 빨리 희생시킨 점이다. 이 맨 오브 스틸에서 처음 히어로가 된 헨리 카빌 슈퍼맨은 단 2화만에 악당과 싸우다 전사한다. 관객과 함께 정들고 이야기를 쌓아 나가기 전에 일단 죽는다. 당연히 여기서 깊이감을 느낄 수가 없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당연히 부활할 것을 안다. 앞에 말했던 대로 너무 서둘렀던 점 중에 하나다. 좀 더 많은 이야기를 우리에게 해줄 수 있었던 캐릭터를, 일회성 비장미를 위해 너무 쉽게 희생했다. 그것도 영화제목이 배트맨 대 슈퍼맨인 영화에서 슈퍼맨을.

 

제작비가 너무 들어서 흥행이 크지 않다 어쩌다 하면서도 8 8, 그러니까 약 9억달러 가까이 벌어들였다. 외전인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그 형편없음에도 무려 7억을 벌었다. 당연히 DC 팬들은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또 반지닦이 같은 흥행참사가 안 벌어지리라는 보장이 없다. 트랜스포머 시리즈 마냥 욕하면서 보는 노선을 가겠다면 할 말은 없지만 말이다.


p.s

이거 본 뒤에 시빌워를 보았는데, 이 영화가 응당 했어야 할 것들을 시빌워가 더 잘 합니다. 이런 시빌.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타이탄의 분노  (0) 2017.03.14
타이탄(Clash of the Titans 2010)  (2) 2017.03.13
워크래프트 : 전쟁의 서막  (0) 2017.03.08
곡성 - 스포일러  (0) 2017.03.02
게이머  (0) 2017.02.23
Posted by 건호스
영화.2017. 3. 8. 22:45


 

여자친구에게 같이 보자고 했다가 나의 영화 고르는 안목마저 재평가 받게 한 희대의 괴작. 어째서 그 많은 돈을 들이고, 게임업계에서는 스토리텔링에 있어 압도적인 히믈 발휘하던 블리자드가 이렇게 몰락했는가.

 

아니 몰락했으면서도 43천달러 정도의 수익을 낸 것이 대단하다고 할, 블빠들의 충성심 혹은 와우저들의 충성심에 경의를 표해야 할 정도이다. 소품은 엉성하고, 설정은 허술하며, 특수효과는 들쭉날쭉하고, 편집은 너무 잘게 많이 잘랐으며, 전개는 중구난방이다.

 

매력은 뭐냐고

음... 오크 진영은 멋진 캐릭터들이 많다. 캡틴 아메리카를 보는 것 같은 듀로탄과 역시나 든든한 사이드킥의 역할을 하는 둠해머. 마법쓰는 꼬부랑 할배인 줄 알았더니, 헐크 호건 마냥 근육질 노익장을 과시하는 나쁜남자 같은 매력의 굴단. 그리고 판타지영화 사상 가장 멋진 마법 시전 장면까지. 물론 그 중 최고는, 워크래프트라는 세계관의 묵직함과 투박함을 잘 드러내는 인상깊은 배경음악이다. 



 

원작게임의 디자인을 잘 살렸다고 소품을 칭찬하는 사람이 많은데, 사실 거짓말 안하고 주몽에서 부여군이 곤도르에서 직수입 한 것 같이 생겼던 갑옷과, 그 생김새가 너무나 흡사하다. 정말 가상의 대륙, 가상의 왕국에서 닳고 닳은 땀내나는 느낌이 전혀 안 든다. 누가봐도 영화용 소품처럼 보인다. 한국사극의 고질병인 쓰잘데기없이 화려한 의상이 헐리우드에서 적용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왕 대다수의 게이머들에게 친숙하지 않은 설정의 이야기를 다룰 생각이었으면, 빨리 넘어갈 생각 말고 과감히 나갔어야 한다. 반지원정대가 그러했듯이, 워크래프트도 그 세계관과 오크, 혹은 휴먼의 당위성을 차근차근 설명 시키며 관객이 그 세계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와줬어야 했다. 처음 듀로탄의 가슴 절절한 독백부분에서는 혹시나 하는 기대를 하지만, 매정하게도 이 영화는 그 기대를 무참히 저버린다.

몇 초 만에 이 지역에서 저 지역으로,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로지르는 느낌으로 마구 컷을 남발한다. 무슨 시험 전 단기 속성 총정리 인강 마냥 신속하게 전개되는데, 워크래프트를 어느정도 알고 있어도 힘들고, 아예 모르는 관객이라면 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왕 오크와 휴먼, 아니 호드와 얼라이언스 양측의 입장을 모두 설명하고 싶었다면 똑같은 사건을 두 가지 시선으로 바라보는 방식을 택했어도 신선했을 것이다. 영화를 둘로 쪼개 오크, 휴먼 이렇게 두편으로 나왔다면 지금처럼 아쉬운 작품이 되지는 않았을 것 같다. 이미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이 만들어낸 아버지의 깃발이오지마에서 온 편지라는 훌륭한 참고사례가 있지 않은가.

 

편집이 가장 큰 문제이지만, 전투씬에서도 그닥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정말 너무나 충실히 원작을 반영한 탓인지, 여기서도 한국 사극 마냥 우루루 몰려가서 집단 백병전을 벌이는데, 비장함도 무게감도 전혀 없는 패싸움이다. 워크래프트 속 전쟁장면을 보고 싶다고? 차라리 반지의 제왕시리즈를 다시 보기를 추천한다. 반지의 제왕은 좀 더 사실적인 전투장면을 만들기 위해, 영화 속 중간계의 기술 수준과 비슷한 중세의 공성전 등을 면밀히 참고했다고 한다. 때문에 우르크하이들이 진군할 때, 펠렌노르 평원에 수많은 사우론의 군대가 정렬했을 때, 그 공포가 관객들에게도 그대로 전달되었다. 그런데 워크래프트에서는 그런 것이 없다. 애초에 이러한 것들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이 전혀 없어 보인다.

 

마지막에 쿠키 영상으로 쓰랄의 등장을 예고하는데 과연, 후속작이 나올 수 있을까


천하의 블리자드도  결국 게임을 원작으로 한 영화는 실패한다는 징크스를 깨지 못했다.

새삼, 평가가 어떻든 레지던트 이블시리즈가 얼마나 대단했던 건지 깨닫는다.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타이탄(Clash of the Titans 2010)  (2) 2017.03.13
배트맨 대 슈퍼맨 - 스포일러 있음.  (0) 2017.03.11
곡성 - 스포일러  (0) 2017.03.02
게이머  (0) 2017.02.23
라이프 오브 파이 - 스포일러 가득.  (0) 2017.02.22
Posted by 건호스
영화.2017. 3. 2. 22:02





"왜 그렇게 안절부절 못하고 의심을 품느냐?
내 손과 발을 보아라. 틀림없이 나다! , 만져보아라.

유령은 뼈와 살이 없지만 보다시피 나에게는 있지 않느냐?"

루카의 복음서 24: 37~39


심히 호불호가 갈리는 영화, 곡성을 어제 막 보고 왔다. 잠시 허황된 악평들에 감상을 망설였으나, 영화를 본 지금 되돌아보면 그 악평 또한 영화의 주제와 뜻을 같이하는 감상자들의 고도의 영화평이 아니었나 싶다.

내가 진실로 다시한번 말하건데, 너희는 절대 악플에 현혹되지 마라. 틀림없이 재미있다. 
점차 이야기를 쌓아 나가면서 관객의 호기심을 증폭시키고, 마지막까지도 그것을 쥐락펴락하는게 정말 뛰어나다. 임필성 감독이 잠을 설치고 봉준호 감독이 급체를 했다길래, ‘언플쩌네하고 생각했는데, 과장 좀 보태서 집에 가는길에 택시기사도 못 믿고 대문 열자 마자 십자가부터 찾았다. 계란 한판 가까워지는 나이에 불 끄는 걸 망설여 했다면 말이 될까. 그 정도다. 이 영화.

연기, 연출, 음악, 촬영, 소품, 아니 뭐하나 빠짐없이 다 좋다. 한국적인 무속신앙과 기독교 적인 요소의 결합으로, 더없이 독특한 분위기의 엑소시즘(?) 오컬트 영화가 됐다. 
배경 또한 실제 곡성군인데, 딱 봐도 첩첩 산중 시골오지 깡촌임을 잘 표현했다. 이러한 지역적 선택은 무척 탁월했다. 고립된 지역이 가지고 있는, 그 특유의 외지인에 대한 배척과 의심이 자연스럽게 관객에게 이해된다.

영화에 대한 찬사는 이쯤하고,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주인공의 의심에 대해서 이다. 영화 내내 주인공은 그 누구도 끝까지 믿지 못한다. 처음엔 후배의 귀신에 대한 소문, 아이를 데려간 병원도 믿지 못하며, 성당의 신부도 믿지 못하고, 일광(황정민 무당)또한 믿지 못한다. 물론 일본인은 말할 것도 없고 마지막에 무명(천우희)의 말도 결국 저버리고 만다. 

신부의 대사를 잠시 떠올려보자.


'누구는 대학교수다 누구는 스님 이라한다. 확실히 직접 봤느냐? 교회에서 해드릴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병원을 믿으세요.'


곽도원은 봤다고 말하지만, 자기 딸에게 일본인이 해를 끼치는 장면을 자기 눈으로 직접 보았다 하긴 어렵다. 의심과 추정만 있을 뿐. 천우희가 곽도원을 붙잡으면서 '죄없는 사람 의심하고 함부로 집에 가서 피해주고 죽이지 않았느냐' 고 묻는데, 곽도원은 '그야 내 딸이 먼저 아팠으니까' 라고 답한다. 하지만 딸이 아픈 것이 일본인의 짓이라는 확실한 증거는 사실 없었다고 봐야하지 않을까. 곽도원을 비롯한 마을 사람들 모두가 '이것은 일본인의 짓이다' 라고 의심하고 그것을 확신했다. 

악마를 잡아 가족을 구하려 했다 항변해도 이미 사람으로서 해선 안될 짓을 했다. 분명 일본인을 죽일 의도로 찾아갔으며, 결국 죽이고 시체마저 유기한다. 그들도 악마와 다르지 않은 짓을 저지른 것이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저 천우희의 마지막 물음이 결국 악마에게서 벗어날 수 있는 열쇠가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만약 마을사람들이 일본인을 의심하지 않았다면? 외지인이라는 편견없이 그를 믿었다면? 

악마는 일본인의 모습으로 '말해도 믿지 못할 것이다.'라고 했는데 결국 그 악마가 활개칠 수 있도록 만들어준 것은, 주인공과 마을 사람들의 의심이 아니었나 싶다. 그 의심 자체가 거대한 유혹이고 미끼였다.

유독 일본인을 의심하고 막대하는 것에 가책을 느끼던 부제만이 그나마 마지막까지 악마를 처단(?)하러 갈 수 있었던 이유라고 생각한다. 그 또한 그가 악마라는 의심을 완전히 떨치지 못했기에 당하고 말았지만. 동굴에서 부제와 일본인이 대면 할 때, 처음과는 다르게 일본어로 서로 능숙하게 대화한다. 분명 처음 집에서 마주 쳤을 때는 몇가지 단어로 더듬더듬 이야기 했던 것 같은데 말이다. 좀 과한 해석일지 몰라도, 이미 그 부분에서 부제 또한 악마에 홀렸다는 증거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만약 시체를 유기한 것에 가책을 느끼고, 회개하며 성당에서 얌전히 기도 드렸다면 살지 않았을까?



여유 있게 피칠갑 된 곽도원과 가족들의 사진을 찍는 일광. 이렇게 또 한번 악마는 승리를 자부한다.

 

지금 우리도 끊임없이 서로를 의심하고 모함하고 헐뜯고 편을 가른다. 다 같이 합심해서 살아도 힘든 세상이다. 악마도 죽일 수 있는 것이 아니지만, 신 또한 그러하다. 곽도원에게 그러했듯 악마는 또다른 누군가에 눈에 찾아들 것이고, 누군가를 다시 유혹할 것이다. (주님?!)도 우리가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기 위해, 부단히 우리 곁에 올 것이다. 믿자. 절대 현혹되지 말자. 양심에 옳은 일을 하고, 그것을 의심하지 말자.

"둘째는 그와 같으니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 하셨으니(39),

이 두 계명이 온 율법과 선지자의 강령이니라. ( 22:39-40)."


네 이웃을 사랑하라 했던 구절이 성경에 있던 것 같아 찾아보니 정확히는 저 말이었다. 일본인에 대한 의심 부분에 더하여 말하고 싶은 부분이다. 

일본인의 집에 들러 효진이(곽도원의 딸)의 신발을 발견하고 주인공은 딸을 다그친다. 일본인을 만난적이 있는지, 없는지, 그 대답을 하는 대신에 딸은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다' 라고 말한다. (희대의 명대사 뭣이 중헌디가 여기서 나온다.) '말해도 믿지 못할 것이다.' 라고 이야기한 일본인의 대사와 연달아서 생각해보면, 결국 이러한 사건이 일어나게끔 악마에게 힘을 실어준 것은 마을사람들의 편견과 의심, 배척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P.S

작년 5월이었음에도, 올해의 한국영화가 나왔구나 하는 느낌을 영화관을 나오며 지울 수 없었다. 물론 그 생각은 해가 바뀐 지금까지도 변함없다. 실로 대단한 영화.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배트맨 대 슈퍼맨 - 스포일러 있음.  (0) 2017.03.11
워크래프트 : 전쟁의 서막  (0) 2017.03.08
게이머  (0) 2017.02.23
라이프 오브 파이 - 스포일러 가득.  (0) 2017.02.22
소오강호  (0) 2017.02.20
Posted by 건호스
영화.2017. 2. 23. 22:48



무료한 금요일 밤. 케이블 TV에서 킬링타임 용으로 본 영화. 그것도 무려 군대 안에서 선, 후임이 옹기종기 휴게실에 모여 군것질하며 보았다. 내 기억엔 이렇게 평화롭게 휴식한 때가 없었던 거 같다.

그리 멀지 않은 미래, 사람들은 피 튀기는 FPS게임과 '닌텐도 위'로 매일매일 운동하는 
것으로는 성에 차지 않았나 보다. 실제 사람이 역할을 수행하는 공간을 만들고, 그 안에 연기자들인 진짜 사람을 아바타 삼아 서로 죽고 죽이는 게임에 열광하게 된다. 배틀로얄 보다는 헝거게임과 비슷한 느낌이라고 할 수 있겠다.

주인공은 그 지옥같은 게임의 랭킹 1위를 고수하고 있는 플레이어의 아바타로 계속되는 무의미한 살육에 지쳐 있다. 해서 게임을 탈출할 기회만을 엿보던 중, 우연한 계기로 자신의 플레이어와 만나게 되고, 이 게임을 만든 개발자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탈출을 감행하게 된다.

영화 '게이머'는 정말 순수한 액션 영화이다. 스토리 자체도 큰 특징이 없이 옛날 비디오용 액션 영화를 보는 것 같이 진부하고 식상하다. 결국 액션에 초점을 두고 봐야하는 영화인데, 그 액션도 썩 탄탄하지가 않다. '게이머'라는 영화제목에 걸맞게 사이버세상에서 진짜 사람들의 피 튀기는 혈투를 보여줄 것 같지만, 정작 그런 장면은 한 두 번 뿐이다.

그나마 주인공이 게임을 탈출하는 후반부에서는 이도 저도 아닌 우직한 맨주먹(정말로 아무런 기술 없는 맨주먹) 액션을 선보인다. 중국 무술 영화나 이종격투기 등의 영향으로 현란한 액션을 보여주는 요즘 영화와는 다른, '람보' '코만도'로 대변되는 예전 액션영화들의 향수가 어렴풋이 느껴 지기도 한다. 


대부분의 부분에서 밋밋함을 보여주는 영화지만, '300'에서 레오니다스 왕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제라드 버틀러의 카리스마는 여전히 빛을 발한다. 허나 그것만으로 두시간 조금 안되는 시간동안 관객을 붙잡을 만한 매력은 없는 것 같다.


안 보고 지나쳐도 무방한, 그저그런 영화들 중 하나이다.


p.s

제라드 버틀러는 자꾸 어중간한 액션 영화에서 모습을 비추는 것 같습니다. 조금 아쉽네요. 사극이나 시대극에서 활약하면 더욱 돋보이겠지만, 작년에 이미 갓 오브 이집트로 너무나 거하게 말아먹었습니다. 이 영화 최근 개봉한 조작된 도시의 예고편을 보고 기억난 영화입니다. 심은경과 안재홍(걷기왕과 족구왕의 크로스오버) 그리고 지창욱이 나오는 영화인데 예고만 봐서는 비슷한 설정같기도 하네요. 저도 참 별영화 다봤습니다.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워크래프트 : 전쟁의 서막  (0) 2017.03.08
곡성 - 스포일러  (0) 2017.03.02
라이프 오브 파이 - 스포일러 가득.  (0) 2017.02.22
소오강호  (0) 2017.02.20
마하 2.6 풀스피드  (2) 2017.02.17
Posted by 건호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