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학다식 아키비스트의 수시 건호스. :: 트로이
영화.2017. 3. 19. 19:33



요새 계속 진행하고 있는 고대 그리스 영화 돌아보기 그 네번째 시간.

 

이안 감독의 헐크에서 브루스 배너를 연기했던 에릭 바나가 헥토르 왕자. 그리고 최강의 용사 아킬레스로 브래드 피트가 나오는 볼프강 페테젠 감독의 영화 트로이를 다시 돌아보고자 합니다.

 

글래디에이터와 반지의 제왕 시리즈로 촉발된 에픽, 판타지 영화 붐은, 너도나도 영화의 클라이막스를 대규모 군대의 전투씬 으로 가득 채웠죠. 오늘 살펴볼 트로이도 그러한 에픽 영화 붐이 일던 2000년대 초반 즈음에 나왔습니다. 국내에서도 해외에서도 나름 꽤 흥행한 작품이었는데요.

 

당시 제가 있던 모 커뮤니티에서는 호메로스의 일리아드오딧세이아등의 원작이라 할만한 고전의 방대한 내용을 2시간 남짓한 내용에 담는 것은 무리가 아니냐면서 엄청 비판했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 중학교 2학년(네 그렇습니다. 폭풍의 중2병 시기이죠.) 이었던 저는, 그렇게 까지 재미없지는 안았음에도 머리를 쥐어짜면서 이 영화를 비판하려고 애썼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그리 나쁜 영화는 아니었어요. 사실 신화를 배제한 염세적이고 현실적인, 트로이 신화의 재해석이라 볼 수 있는 영화이지요.

 

우선 신들의 존재 자체가 수시로 부정당하거나, 굉장히 적게 표현됩니다. 아킬레스의 어머니마저 영화만 봐서는 여신인지 아닌지 분명히 알 수가 없게 모호하게 표현되죠.

또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영화 속에서는 파리스의 철없는 로맨스는 그닥 큰 전쟁이유가 아닌 것 같아요. 그리스 세계의 맹주가 되려는 아가멤논의 야심과, 파리스를 빌미로 잘 나가는 트로이를 조지려는 그리스 애들이 못마땅한 트로이의 어차피 벌어질 수 밖에 없는 전쟁으로 묘사됩니다. 너무 과한 해석인가요?? ㅋㅋㅋ

 

제 기억이 분명하다면 총 엑스트라 75,000명이 투입된 거대한 규모인데요. 한때는 이러한 영화 광고를 잘못 이해하고, 마치 한 화면에 동시에 정말 사람들이 몇 만명씩 드글드글 모여 있는 것으로 오해했습니다. 반지의 제왕이나 300과는 다른 정적인 전투를 묘사하고 있습니다. 지루하고 답답하죠. 감독판에서는 극장판에서 잘린 잔인한 장면들이 더욱 추가되었다고 하네요. 아마 호쾌한 액션으로 눈을 즐겁게 하기 위한 의도가 아닌, 그저 몇 마디 말에 많은 사람들이 허무하게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 전쟁의 허무함을 드러내려 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꽤 많은 전투씬이 있습니다. 인트로의 아킬레우스의 일기토 장면, 초반 해변 상륙 장면, 그리고 파리스와 메넬라오스의 결투 후 전면전, 트로이의 역습, 그리고 마지막 함락 등.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서사물에 기대되는 것들은 충분히 보여줍니다.

 

그 중에서 가장 명장면은 아킬레우스와 헥토르의 결투 장면이겠지요. 정말 천재적으로 싸우는 아킬레스와, 영화에서 보여지는 모습대로 모범생다운 정석적인 느낌으로 결투를 벌이는 헥토르. 영화의 두 주인공의 특성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장면이 아닐까 합니다. 결투 이전의 대사에서도 보여지죠. 그래도 헥토르는 명예롭게, 고통없이 보내줬다고 하지만, 아킬레스는 그 말에 어린애 죽여 놓고 다 소용없는 말 하지 말라며 냉소합니다.

 

사실 두 배우 말고도 낯익은 배우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아라비아의 로랜스의 피터 오툴, 그리고 이 영화에서는 사망하지 않은(맡은 배역이 제 명에 못살고 사망하는 거로 유명합니다.) 오딧세우스 역의 숀 빈, 레골라스 올랜도 볼룸과 해리포터 시리즈에서 매드아이 무디로 등장하고 사극에도 많이 나오는 브렌던 글리슨(돔널 글리슨 아버지 입니다.) 등등

 

이 영화도, 일리아드도, 읽은 지 너무 오래되어서 섣불리 글을 쓰기가 조심스러워 집니다. 다시 말씀드리면, 괜찮은 영화입니다. 그래도 주요 인물들을 어떻게든 등장시키려고 노력합니다. 사실 원전을 그대로 영상으로 재현하려면, 대하드라마 말고 영화로는 도저히 방법이 없을 겁니다. 각색이 필수일 수 밖에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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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건호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