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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2016. 10. 30. 16:04

 

아버지의 추천으로 간만에 오산나들이겸 다녀왔다. 2,000원에 도록까지 챙겨주는 과분한 가격에 실로 눙물.

공산주의 예술(?)이 가진 특유의 느낌을 역시 잘 받을 수 있다. 지난 5월 덕수궁미술관에서 있었던 변월룡전을 보았다면 더욱 깊이가 더해질 전시.

대체적으로 린민들이 건강한 모습으로 노동하는 그림에서는, 활기차고 강건한 사회주의 이상향 같은 것이 그림에서 잘 느껴진다.

남성 여성 모두 붉으스름한 볼에 웃음이 만연한 노동에 대한 미화와 노동자들에 대한 찬양등이 엿보였다.

풍경이나 동물들을 주제로 한 그림에서는 사진을 찍은듯한, 호랑이의 경우 정말 털 하나하나 살아있는듯한 어마어마한 디테일을 느낄수 있었다.
왠지 당의 전폭적인 지원하에 작가들이 그림에만 집중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가끔 선전물 같지 않은 반동적인(?) 그림들도 있어 이질감과 함께 더욱 눈이 가는데, 특히 정온녀의 '여인 누드'의 경우 다른 미인도와는 다른 매우 현대적인 세련된 미인상이라 북한에 들어가기 전에 그린 작품이 아닐까 혼자 추측해보기도 했다.

설령 사회주의 선전물의 용도였다고 하더라도, 목가적인 풍경안에서 노동자와 농민들이 땀흘려 일한 성취와 수확의 즐거움을 누리는 모습을 보며 나 또한 마음이 편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좀 더 많은사람들이 관람할 수 있었으면 좋을 거라는 아쉬움이 매우 큰 전시회. 11월 25일 까지이니 근처에 사는 분들은 나들이겸 들러보는 것도 꽤 좋을 듯 싶다.

P.S 바로 위층의 김효순 사진전도 놓치지 말 것.
Posted by 건호스
영화.2016. 9. 17. 20:08

#밀정 #김지운 #공유 #송강호 #이병헌 #엄태구

작년 영화 '암살'이 천만관객을 넘어 흥행에 성공하면서 독립물(?)의 포문을 열고 '덕혜옹주' 와 함께 올해 그 바톤을 이어받은 영화.

암살과 비슷한 배경과 소재 덕인지 자연스럽게 비교가 되고 있다.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밀정을 휠씬 재미지게 보았다. 굳이 분류하자면 '암살'은 호쾌한 액션 블록버스터로, '밀정'은 티비속 명화극장에서 흘러나오는 고전 첩보영화 같은 느낌이었다.

혼란한 왜정시대,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게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주는 스릴과 이에 따른 몰입감이 상당한 영화다. 정보원들이 모호한 정체성에 고민한다는 점에서 왠지 본시리즈가 생각나기도 했다. 이용하고 이용당하며 자신의 정체성에 의문을 갖는.

김지운 감독은 이번에도 절정의 영상미를 선사한다. 우아하고 아름답게 표현된 배경은 오히려 우리에겐 지독하게 힘든 시기였다는 점에서 역설적이다. 음악 선곡 또한 탁월하다. 적재적소에서 영화의 분위기를 잘 살려준다. 볼레로가 특히 인상깊었다. 의열단원들의 그토록 기다리던, 인고의 시간을 견뎌내고 벌이는 축제같은 느낌이랄까.

의열단과 일본 양쪽을 두고 고민하는 정출의 모습에서는 '카게무샤' 도 많이 생각났다. 일본 전국시대, 다케다 신겐의 그림자 무사를 하던 좀도둑이 결국에는 신겐에게 동화되고, 다케다가와 함께 그 운명을 같이하는 내용이다.

극 중 정채산의 말대로 '마음의 빚' 때문에 점차 생각한적도 없는 의열단 쪽으로 마음이 기울고 동화되어가는 정출의 모습과 비슷했다는 생각이 든다.
 
역시나 송강호는 그 이름값을 톡톡히 하고, 공유 또한 '부산행'과 함께 이 작품으로 올해 최고의 흥행배우가 될 듯 싶다. 아마 영화를 본 모두가 동의하겠지만, 정채산 역의 이병헌이 관객의 예상보다 훨씬 더한 씬스틸러였다. 배역에 120% 들어맞는 그 무게감은 대체불가능이란 단어를 자연스레 떠올리게 했다. 진짜 악랄하고 냉철해 보이는 하시모토 역의 엄태구도 이 영화를 통해 확실히 주목받을 듯.

독립물에서 관객몰이를 위해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애국심에 기댄 진부한 신파장면은 없다. 정출의 행보를 따라가며 영화에 몰입하다보면 마지막엔 헬조선이니 하는 생각 따위는 이미 지워져있다. 조용히 자신의 이야기를 펼치다 그 끝에 묵직한 울림을 전달한다.
 
이 세련되고 우아한 영화는 자연스럽게 순국선열과 호국영령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갖게 만드는데, 이러한 점은 일단 울리고 보려는 다른 영화들이 꼭 배워야할 점이라 생각된다.

원래 올해의 영화로 곡성을 점치고 있었지만 그 옆에 한자릴 더 놔야할것 같다. 독립물, 첩보물로써 두고두고 곱씹을 고전이 되지 않을까 예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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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건호스
전시.2016. 9. 16. 14:54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샤갈달리뷔페전 #추석 #가족나들이 각자의 개성이 독특한 세 거장의 작품이 모인 전시.

어떠한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밝은 내일에 대한 의지가 보이는 샤갈. 이제는 왠지 빈지노를 떠올리게 되는 달리. 그리고 시류에 영합하지 않는 뚝심있는 외길인생 마이웨이 뷔페 선생.

각자의 작품에 각각 자신이 세상과 삶에 맞서는 방식이 녹아든 것 같았다.
희망, 조소, 신념.  학교를 졸업하고 오춘기(?)를 겪고 있는 나에게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 지 세 거장이 그 방향을 알려준 듯 싶다.

냉소하지 말고 희망을 잃지 않으며, 비난에 굴하지 말고 당당하자. 내 자신에 확고한 믿음을 갖고 묵묵히 걸어나가자.
좌절할 필요 없고, 울고 싶으면 울고, 싫으면 싫다고 하고, 누가 뭐라 한다면 난 원래 이렇다고 맞받아치자.

앞으로도 내가 날 지켜나갈 수 있기를 빈다.
Posted by 건호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