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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2016. 5. 29. 16:09

엑스맨 : 

퍼스트클래스


3편으로 모든 이야기를 끝내고, 울버린으로 살짝 방향을 
틀어 명맥을 유지하나 싶던 엑스맨 시리즈가
이제 아예 프리퀼로 돌아왔다. 그것도 3부작 예정으로!
[프로페서x와 매그니토 그들의 왕년(?)으로 돌아가보자.]
영화의 배경은 아직 소련과 미국이 2강 체제를 유지하며, 세계를 자유진영과 사회주의 진영으로 양분했던
냉전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영화를 보기 전에 여러 소개글이나 리뷰글에서 다들 이구동성으로 
'007시리즈 스타일의...' 하는 터라 어떤 식으로 연출했기에 그런 말들을 하나 궁금했는데,
간지나는 옷을 빼입고 세계 각지의 경치 좋은 곳을 골라다니며(?) 복수를 하러 다니는 초반부 에릭의 모습이나,
그 뒤 CIA의 지원을 받아 첩보활동을 하는 돌연변이들의 모습을 보니 충분히 이해가 되더라.
대체 역사물의 분위기도 풍긴다. 
3차 대전 발발 직전까지 갔다고 회자되는 쿠바 미사일 사태를 배경으로, 그 뒤에서 세계멸망을 막기 위해
엑스맨이 은밀히 활동했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냉전을 배경으로 했다고 해서 너무 진지하게만 흐를 것 같다 생각할 수도 있으나,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파고드는 의외의 유머들이 많다. 감독의 전작 [킥 애스: 영웅의 탄생]을 자연스럽게 떠올리면 될 듯.
냉전, SF, 대체역사, 유머 이 키워드만 놓고 보자면 웨스트우드(지금은 사라졌지만...)의 명작 게임 시리즈.
'레드얼럿'이 생각난다. 물론 의도한 것은 아니겠지만 두 작품들의 분위기가 대체로 비슷한 편이다. 
극 중에서, 엠마가 염력으로 대신(?) 러시아 장군과 놀아주는 모습에서, '레드얼럿2' 소련군 시나리오 중 
나오는 영상에서 실수로 미녀와 희희낙락거리는 러시아 장군의 모습이 유출되는 장면이 떠올라 많이 웃었다.
돌연변이들의 한창 때 모습이다보니, 가끔은 하이틴 영화를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줄 때도 있다.
[이런 장면만 따로 놓고 보면 그냥 청춘영화.] 
미스틱이 그 중심에 있다. 
어릴 적 부터 소꿉친구(?) 찰스와는 우정과 애정사이의 그 미묘한 관계에서 갈팡질팡 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물론 찰스는 미스틱의 푸르딩딩한 피부 때문에 친구 이상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CIA에 들어가서 천재이나 발에 손이 달린 행크를 만나며 서로 상처를 치유하며 잘 되는가보다 싶지만,
행크 또한 미스틱의 푸르딩딩한(...)피부를 보자 거부감을 나타낸다.
같은 돌연변이들에게도 상처받고 결국 미스틱이 택한 사람은
돌연변이로서 너 자신을 인정하고 그 모습이 컴플렉스가 아니라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니 그것을 숨기지 말고 당당히 보이라고 말하는 에릭이다.
[위쪽과 아래쪽. 어느 것이 진정한 아름다움일까?] 
어떻게 보면 그냥 4각관계 연애사 이나, 다르게 보면 영화의 핵심 주제라고 할 수도 있다. 
영화 속 돌연변이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이나 외형적 모습때문에 
이익을 얻는 쪽 보다는, 상처를 받고 살아 온 게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번 작을 본 관객들이 매그니토에게 큰 매력을 느끼는 이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엄친아, 엄친딸, 우월한, 여신미모, 종결자, 완전체 등의 말들이 난무하는 완벽만을 추구하는 세상에서 
살고 있는 평범한 개인인 우리들 또한, 돌연변이들과 다르지 않은 내면의 컴플렉스를 가지고 있고 
그로 인해서 더욱 매그니토의 사상(?) - 있는 그대로의 자신의 모습을 인정하고 당당해져라! - 
에 동조하게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또한 왜 돌연변이들이 엑스맨과 브라더후드로 갈라서는지에 대한 이유도 된다.
찰스가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 독심술이라는 
삶에서 플러스 알파가 된다고 할만한 돌연변이 능력을 가지고 있는 반면에 
에릭의 삶은 시련의 연속이었다. 유태인으로 태어나 가족이 나치에게 학살당하고,
평생을 자신의 능력 때문에 고통받고 살아오며 복수만을 꿈꾸는 기구한 운명이다.
그래서인지 찰스는 인간과의 공존을 주장하고, 에릭은 인간은 적이고 진화에서 도태된 종이며, 
따라서 더 우월한 돌연변이가 세상을 차지해야 한다 생각한다.
솔직히 말하자면, 찰스의 생각은 좀 두루뭉술하다. 
영화 마지막에 아군이건 적이건 돌연변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미사일을 날리는 인간을 보고서도
그들을 옹호하는 찰스는 내가 인간 이기는 하나 납득하기가 쉽지는 않다. 
'왜 인간과 공존해야 하는가?' 에 대한 분명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아마 다음에 나올 속편에서도 '프리퀼의 진정한 주인공은 매그니토!' 하는 식으로 점점 기울지 않을까 
우려된다.
[결국 갈라설수 밖에 없는 두 사람.]
집단이기주의, 군중심리와 같은 인간의 기본적인 본성에 대한 비판도 보인다.
EBS에서 보았던 어떤 실험에서,
원숭이나 다른 동물들 앞에 바나나를 놓고 그것을 집을 때마다,
다른 쪽의 동족에게는 전기 충격기를 연결해 놓고 비명소리가 들리게끔 장치를 해놓았다.
원숭이의 경우 바나나가 먹고싶지만, 자신이 바나나를 집으면 다른 쪽의 누군가가 고통받는다는 것을
인지하자 절대로 바나나를 건드리지 않았던 것에 비해 인간의 경우, 비명소리가 들리자 실험에 대해 
강한 반감을 표시하면서도 '단지 누군가가 시켜서 하는 것' 이기 때문에 그 사실을 알면서도 실험을 계속했다.
자신의 책임이 없다고 인지할 때 인간이 얼마나 무서워질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
'더이상 명령만 따르는 것들에게 당하진 않겠다' 
라는 매그니토의 말은 그래서 영화 속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명대사일 듯 하다.
그런 군중심리로, 사회적 소수자들을 차별하고 왕따, 공인에 대한 악성댓글 등을 저지르는
책임없는 익명의 다수가 휘두르는 폭력에 대한 강한 비판처럼 생각되기도 한다.
[더이상 명령만 따르는 것들에게 당하진 않겠어!]
영화를 보며, 자기가 갖고 있는 컴플렉스를 인정하고 당당하게 살자는 생각,
혹여 그런 것 때문에 비난이나 조롱을 받더라도 절대 상처받지 말자는 생각을 했다.
한편으론 내가 다수 중 하나가 되어 나와 다른 소수를 억합하고 있지는 않았었는지 
나 스스로 돌아보기도 했다.
블록버스터적인 볼거리와 재미, 재치있는 유머, 전달하려는 주제의식.
이 모두를 다 갖춘 흠 잡을 곳 없는 훌륭한 프리퀼로서, 엑스맨 시리즈를 다시금 부흥시키고
시리즈물에 대한 헐리우드의 자신감마저 느끼게 만드는 정말 엄청난 영화다.
P.S - 울버린의 카메오 출연. 대사가 하나인데 압권이다. 역시 울버린.
[중간에 빼먹어서 죄송합니다. -_-;;;] 
P.S 2 - 세계를 뒤에서 조종하는 악당으로 나온 케빈 베이컨 참 멋있는 배우인데
글을 쓰다보니 악역에 대한 이야기가 빠져버렸다. 악당 역할을 잘 연기해서 
영화의 밸런스를 잘 맞춰준 듯.
P.S 3 - 허리에 총을 맞은 찰스 자비에의 명대사. 
'다리 쪽에 감각이 없어'
'잘 들으세요. 선생은 아이를 가질수가....'
이거 분명히 누가 심영 패러디 할 것 같다.
P.S 4 - 미스틱이 참 이쁘다고 생각했었는데
네이버 연관검색어에 이미 배우이름이 뜨는 걸 보니 
나만 그리 생각했던 게 아닌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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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건호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