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학다식 아키비스트의 수시 건호스. :: 종말의끝 (스포)
영화.2020. 2. 16. 22:40

#넷플릭스 #종말의끝
학생이 프레젠테이션 잘하고 있는데, 교수가 다 안듣고 그정도면 됐다고 잘라버린 느낌.

소설 '더 로드' 와 소설을 각색한 비고 모르텐슨 주연의 '더 로드' 와 이야기 구성과 전개가 매우 흡사합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재난, 믿을 수 없는 사람들, 갈등하는 가족 등. 다른 부분이라면 부자관계가 아닌 딸을 사이에 둔 사이 나쁜 장인과 사위 관계라는 점이겠네요.

사실 나쁘지 않습니다. 장인과 사위의 갈등을 이런 아포칼립스 물에 적용하는 것도 신선했고, 거기에 학대받던 인디언 소녀가 합류해서 유사가족이 되는 점도 좋았어요.
이런 비슷한 설정으로 정말 잘 해낸 영화가 바로 '로건' 이었죠.

그런데 아쉬운 점이라면 이렇게 잘 쌓아올린 설정들을 영화 스스로 걷어찰때가 많다는 겁니다. 샘의 친구는 뭔가 수상쩍지만 아무일 없이 지나가고, 리키는 설마 했더니 정말 떠나버립니다.

고구마 먹던 주인공이 드디어 눈치도 좀 생기고 사이다 먹나 싶은 장면 이후도 정말 무미건조해요. 둘의 화해와 장인어른의 죽음, 이를 통해서 어떤 역경속에서도 세대와 세대를 이어가며 인생을 이어나가야 한다는 주제가 전해져야 하는데, 전혀 감동적으로 와닿지 않습니다.

앞에서 혼란속의 상황을 묘사하는데 시간을 너무 들였는지, 정작 힘줘야할 저런 장면들에서 그냥 빨리말하고 넘기려는 모습들을 보여요.

이런점들이 폭발해버린 게 바로 마지막 결말인데요. 재난에서 탈출하는 와중에 번개불에 콩궈먹듯 했던 대사가 영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대사일줄이야.

둘이서 미래를 헤쳐나가겠다는 결의와 서로의 사랑을 다시 확인하는 시점을, 도망가며 빽미러도 쳐다보며 후다닥 말하고 거기서 엔딩크레딧을 올립니까.. 적어도 관객이 그 미래를 상상하게, 여운을 느끼게는 만들어줘야죠. 탈출은 하고, 피곤에 찌든 두 남녀의 얼굴도 보여주고, 또다시 왔던길을 되돌아가야하는, 지평선 저너머로 끝도없이 이어진 도로를 보여주며, 앞으로의 험난한 미래를 충분히 상상할 시간을 주었어야 합니다. 터미네이터 1탄 마지막 생각해보세요. 사라코너가 폭풍이 펼쳐진 앞길로 들어가던 장면이요. 단 5분만 더 투자했어도 잘 빚어낸 아포칼립스 영화가 되었을 겁니다.

끝까지 시덥잖은 재난의 정체나 까지 않고 원인미상으로 남긴 것까지도 좋았는데, 왜 다된밥에 뜸들이는걸 못참아 망쳤을까요...아아 정말 아쉬울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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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건호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