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학다식 아키비스트의 수시 건호스. :: 안시성
영화.2018. 10. 9. 23:06


#안시성 예고편에서 폭망의 기운을 스멀스멀 뿜어내는 작품이었기에 별 기대 안했건만, 오히려 추석 연휴 승자가 되고 평도 나쁘지 않아 궁금증을 증폭시킨 영화. 무엇보다 당연히 재미없다고 하실줄 알았던 어머니께서 먼저 보시고는 응 괜찮다 하시기에 더욱 의문을 품을 수 밖에 없었다.

꽤 재밌었다. 무엇보다 호쾌하다. 기존 사극에서 우리는 항상 쌈 자체를 싫어하는 선량한 민족 어쩌구.. 하던 것에 비해서, 침략 당하긴 했지만 호전적인 성향을 지니고 자신감 있어 보이는 역동적인 고구려인의 모습이 보여 매우 좋았다.

요약해서, 공성전은 킹덤오브헤븐, 각개전투(?)는 300, 전개는 드라마 대조영의 안시성 전투 부분을 섞어 놓은 것 같은 영화이다.

특히나 좋았던 부분은 두번째 전투씬. 양만춘이 적의 공성탑 야습에 고구려의 아싸씨노.. 아니 고구려의 캡틴 호크아이로 각성하여 활, 환두대도, 단검을 모두 이용하며 모든 것을 불태우는데, 끝장나게 멋지다. 와우저라면 왠지 호드를 위하여를 외치고 싶은 기분이 들겠지만 기분탓이니 넘어가시라.
김성수 감독의 무사 이후로, 우리나라 영화에서 냉병기 액션이 가장 멋지고 시원시원하게 표현되지 않았나 싶다.

이외에 창, 칼, 도끼, 기마술 등 다양한 액션부페를 맛깔나게 준비해두어, 감독이 정말 고민 많이 했다는 것이 느껴진다.

특히나 공성병기와 방어병기는 예전 삼국지 읽을때 수록되어있던 고대 중국 그림체스러운 삽화랑 똑같이 생겼다. 특히 사다리 차나, 대륙의 기상답게 인력으로 돌을 날리는 인력 투석기의 묘사가 매우 좋다. 이런 면을 보자면, 고증의 경우 역사적 사실에 집착하기 보다는 선택적으로 고증하기를 택한 듯 싶다.
연기는 예고편에서의 우려보다 특별히 거슬리지 않다. 가끔 지나친 현대극 말투나 국어책 읽기가 거슬리지만, 조인성의 경우 눈을 희번득 거리며 포효할때는 장군포스가 느껴져, 조금만 더 다듬었다면 인생작품이 되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아 그리고 엄태구는 목소리가 원래 이런거야? 밀정때랑 발성이 똑같은데? 같이 본 여자친구가 갑자기 부하 따귀 때릴거 같아 무섭다 하더라.
단점도 분명 존재하는데, 특히 첫번째 공정전의 경우, 이전 사극들에서 잘 없었던 성벽 위 밀집대형 전투 등을 보여주다가 난데없이 킹덤오브헤븐에서 이미 보여주었던 밧줄로 무너뜨리기가 너무나 똑같이 나온다. 이전까지 나름 독창적인 액션을 보여주다가 왜 이런 안이한 연출을 했는지 아쉽다. 특히 무너질때 구도도 킹덤오브헤븐 본 사람이라면, 안떠올릴 수가 없을 정도로 비슷하다.

그리고, 토산 점령이 클라이막스가 되어야 할텐데 생각보다 너무 쉽게 점령되고, 그 뒤의 방어전도 그닥 절박해 보이지 않아 맥이 빠진다. 밤낮을 안가리고 공략하지만 왠지 주변에는 시체하나 안보이고 깔끔한 모습이라, 깊이 느껴지지 않는다.

영화 명량과 비슷한 점을 많이 보이는 작품이다. 기적적인 승리를 바탕으로 한 점, 선택적인 고증, 전투에 집중한 전개 등

그래도 부디 흥행에 성공하여, 아직 극화되지 않은 우리나라 역사의 드라마틱한 부분들도 발굴되었으면 한다. 생각보다 아직 멋지게 이야기되지 않은 역사들이 많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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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건호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