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학다식 아키비스트의 수시 건호스. :: '영화' 태그의 글 목록

'영화'에 해당되는 글 6건

  1. 2017.02.23 게이머
  2. 2017.02.20 소오강호
  3. 2017.02.17 마하 2.6 풀스피드 2
  4. 2017.02.09 칠드런 오브 맨 - 스포일러 약간?
  5. 2016.09.11 인천상륙작전
  6. 2016.05.29 엑스맨:퍼스트 클래스
영화.2017. 2. 23. 22:48



무료한 금요일 밤. 케이블 TV에서 킬링타임 용으로 본 영화. 그것도 무려 군대 안에서 선, 후임이 옹기종기 휴게실에 모여 군것질하며 보았다. 내 기억엔 이렇게 평화롭게 휴식한 때가 없었던 거 같다.

그리 멀지 않은 미래, 사람들은 피 튀기는 FPS게임과 '닌텐도 위'로 매일매일 운동하는 
것으로는 성에 차지 않았나 보다. 실제 사람이 역할을 수행하는 공간을 만들고, 그 안에 연기자들인 진짜 사람을 아바타 삼아 서로 죽고 죽이는 게임에 열광하게 된다. 배틀로얄 보다는 헝거게임과 비슷한 느낌이라고 할 수 있겠다.

주인공은 그 지옥같은 게임의 랭킹 1위를 고수하고 있는 플레이어의 아바타로 계속되는 무의미한 살육에 지쳐 있다. 해서 게임을 탈출할 기회만을 엿보던 중, 우연한 계기로 자신의 플레이어와 만나게 되고, 이 게임을 만든 개발자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탈출을 감행하게 된다.

영화 '게이머'는 정말 순수한 액션 영화이다. 스토리 자체도 큰 특징이 없이 옛날 비디오용 액션 영화를 보는 것 같이 진부하고 식상하다. 결국 액션에 초점을 두고 봐야하는 영화인데, 그 액션도 썩 탄탄하지가 않다. '게이머'라는 영화제목에 걸맞게 사이버세상에서 진짜 사람들의 피 튀기는 혈투를 보여줄 것 같지만, 정작 그런 장면은 한 두 번 뿐이다.

그나마 주인공이 게임을 탈출하는 후반부에서는 이도 저도 아닌 우직한 맨주먹(정말로 아무런 기술 없는 맨주먹) 액션을 선보인다. 중국 무술 영화나 이종격투기 등의 영향으로 현란한 액션을 보여주는 요즘 영화와는 다른, '람보' '코만도'로 대변되는 예전 액션영화들의 향수가 어렴풋이 느껴 지기도 한다. 


대부분의 부분에서 밋밋함을 보여주는 영화지만, '300'에서 레오니다스 왕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제라드 버틀러의 카리스마는 여전히 빛을 발한다. 허나 그것만으로 두시간 조금 안되는 시간동안 관객을 붙잡을 만한 매력은 없는 것 같다.


안 보고 지나쳐도 무방한, 그저그런 영화들 중 하나이다.


p.s

제라드 버틀러는 자꾸 어중간한 액션 영화에서 모습을 비추는 것 같습니다. 조금 아쉽네요. 사극이나 시대극에서 활약하면 더욱 돋보이겠지만, 작년에 이미 갓 오브 이집트로 너무나 거하게 말아먹었습니다. 이 영화 최근 개봉한 조작된 도시의 예고편을 보고 기억난 영화입니다. 심은경과 안재홍(걷기왕과 족구왕의 크로스오버) 그리고 지창욱이 나오는 영화인데 예고만 봐서는 비슷한 설정같기도 하네요. 저도 참 별영화 다봤습니다.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워크래프트 : 전쟁의 서막  (0) 2017.03.08
곡성 - 스포일러  (0) 2017.03.02
라이프 오브 파이 - 스포일러 가득.  (0) 2017.02.22
소오강호  (0) 2017.02.20
마하 2.6 풀스피드  (2) 2017.02.17
Posted by 건호스
영화.2017. 2. 20. 21:46



판타지 장르에서 J.R.R 톨킨이 있다면, 무협소설에서 그 정도 위치에 올라있는 사람으로는 김용을 꼽을 수 있다. 이 영화는 그의 소설 '소오강호'를 원작으로 하여 제작되었다.
사실, 본편이라 할 수 있는 이 영화보다 2편격인 '동방불패'가 훨씬 유명하다. 영화의 제목인 '소오강호'는 극 중 은퇴를 앞두고 있는 두 노고수들이 부르는 노래로,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를 함축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때는 명조 신종 만력 시기
궁에서 은밀히 보관하고 있던 초절정 비급인 '규화보전'이 괴한에게 도둑맞는 일이 벌어지고, 동창에서는 자신들에게 화가 미칠까 두려워 은밀히 '규화보전'을 찾아 나선다. 한 편, 이 사실을 알게 된 강호의 고수들은 저마다 '규화보전'을 얻어 초절정 고수가 되기 위해 은밀히 비급을 찾아 나서고, 강호에 일대 혼란이 일어나는 것이 영화의 주된 내용. 의리는 온데간데 없고, 음모와 배신이 판을 치는 강호의 모습을 보여주며, 이를 통해 헛된 욕망에 휘둘리는 인간의 추악한 면모를 꼬집는 듯하다. 음울한 내용이 될 수도 있으나, 영화는 중간중간 유쾌함을 잃지 않는다.

마치 우리나라 탈춤에서 양반의 권위를 풍자했듯이, 권위를 내세우며, 정의로운 척 하지만 속은 시커먼 창공이나, 화산파의 사부들이 종종 우스꽝스럽게 묘사되고 있다.

요즘 특수효과라 하면 컴퓨터 그래픽을 바로 떠올릴 정도로 CG가 보편화 되었지만, 사실 90년대만 해도 컴퓨터 그래픽은 지금처럼 흔한(?) 것이 아니었고, 이 영화 '소오강호' 에서도 CG 대신, 중국 특수효과 장인이 한 땀 한 땀 정성 들여 수놓았을 아날로그적 특수효과를 마음껏 볼 수 있다. 아련한 향수와 함께, 되도 않는 어설픈 CG를 즐겨 쓰는 지금의 중국영화들 에서는 느낄 수 없는 나름의 무게가 느껴지는 듯하다. 하긴 그것도 어언 십년 전쯤 일이고, 지금은 국내에서 인기가 없어 그렇지, 가끔 유투브 등지에서 최신 영화들의 컴퓨터 그래픽을 보면, 절대 만만하게 볼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2편인 '동방불패'를 제작할 때 '소오강호'를 찍었던 배우들의 네임벨류가 제작자의 성에 차지 않았는지, 주연이고 조연이고 할거 없이 죄다 갈아치운다. 이건 거의 숙청이라고 표현해도 될 정도다확실히 2편이 흥행을 하긴 했지만, 1편을 보면 이 배우들의 속편은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기도 하다. 그렇게 2편에서는 임청하와 이연걸이라는 홍콩영화의 황금기를 떠올리게 하는 배우들이 나온다.



 

- 주제가 소오강호

滄海一聲笑(강호를 바라보며 웃 누나 )

滄海一聲笑

,

,

,

,

,

,

,

창해에서의 한 바탕 웃음,

넘실넘실 해안의 물결.

파도 따라 떠올랐다 가라 앉았다 하니

오늘 아침만 기억날 뿐이네.

푸른 하늘의 웃음

세상의 조류속에 퍼지네.

누가 지고 누가 이길지는 하늘만이 알 뿐,

강산의 웃음은 안개 비와 같고

파도는 활기차게 넘실대니

이 험악한 속세에서 너무나도 아름답구나.

맑은 바람이 웃으니 적막함이 드러나고,

씩씩한 기백은 마음속에 저녁노을을 남기네.

백성들의 웃음, 더이상 적막하지 않고,

씩씩한 기백은 멍하니 웃기만 하네


p.s

주말만 되면 특선으로 틀어주던 더빙판 중국영화들이 그립습니다. 거실에 자리펴고 누워서 황비홍같은 무협영화보면 얼마나 재미있었는지 몰라요. 적벽대전 시리즈 이후로, 국내에서 제대로 흥행한 중국(홍콩?) 영화가 있었는지 기억이 잘 안납니다. 언제 이렇게 위상이 추락한 걸까요? 좀 아쉽습니다.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게이머  (0) 2017.02.23
라이프 오브 파이 - 스포일러 가득.  (0) 2017.02.22
마하 2.6 풀스피드  (2) 2017.02.17
밀양 - 생각 정리 (스포일러)  (2) 2017.02.14
칠드런 오브 맨 - 스포일러 약간?  (0) 2017.02.09
Posted by 건호스
영화.2017. 2. 17. 15:44



군 복무 시절, 아직 훈련소에 있을 때 주말에 장병 위문 차원에서 시청하였던 영화입니다. 공군이 멋지게 나오는 영화라면, 두 말할 것 없이 톰크루즈가 나오는 탑건이 있는데, 왜 이 영화를 틀어주었는지는 좀 의문입니다. 아마 젊은 친구들이 오래된 고오오오오전은 싫어할 거라 생각했었나 봐요. 그렇게 보게 된 이 영화는 끔찍합니다.

프랑스 영화니까 당연히 라팔 등의 최신예 전투기가 치열하게 도그파이팅을 벌이는 영화를 상상하셨겠지만, 별반 그런 것 없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공중에서 치열하게 추격전을 벌이기는 했던 것 같은데, 대규모 공중전이 일어날 배경이 없는 요즘 세상의 특성상 당위성이 많이 떨어집니다.


모든 이야기의 시작이 되는 첫번째 전투는 에어쇼 도중에 벌어집니다. 한 대가 이상한 기동을 하고 그 근처에 있던 주인공과 주인공의 친구가 이를 저지하러 가죠. 주인공의 친구는 격추 직전까지 몰리나, 주인공은 미사일이 발사되기 직전 불꽃 튀는 것을 육안으로 확인하고, 적기를 먼저 날려버립니다.

하지만 상부에서는 과잉대처를 했다고 이야기하고, 주인공은 난처하게 되는데요. 이를 연구하는 여자 박사가 있는데, 이런 말썽쟁이 천재 파일럿과 여자 박사라는 구도는 탑건 에서 나왔던 그대로입니다. 그냥 둘이서 그림 좋게 티격태격하다가 어느 순간 사랑에 빠져버려요.

두번째 공중전은, 주인공의 말을 믿어주지 않는 박사를 뒤에 태우고, 직접 당시의 급박한 상황을 주인공과 친구가 재연하는 장면입니다. 박사는 이 일이 있은 뒤, 비디오 판독도 열심히 해서 주인공이 무죄라는 것을 밝혀내죠.

다시 기억을 되짚어 보자면, 두번째 행사가 다시 열리는데 여기서 또 악당들이 작당을 합니다. 그런데 우리의 주인공 일행이 이를 간파하고 먼저 출격해서, 이를 격추시키는 것으로 영화의 대미를 장식합니다.

아마 기억을 쥐어짜서 다시 떠올려보자면, 프랑스 전투기를 탈취해서 사고를 일으키고, 이를 이용해 자기들 전투기를 팔려는 기업의 속셈이었던 것 같습니다.


정말 이게 끝입니다. 너무 오래된 기억이라 믿지 못하시겠다면, 영화를 보면 잘 아시게 될 겁니다. 이야기를 전개만 하다가, 나중에 수습이 안되니까 급하게 막을 내린 것을 보는 기분 이에요.

푸른 창공에서 비행기가 기동하는 모습은 물론 멋집니다. 예전 탑건이 그랬고, 아쉬운 작품이었던 우리나라의 리턴투베이스가 그랬고, 이런 류의 영화가 많지 않은지라 이런 장면들은 가치가 있습니다. 허나 이외에는, 전투기를 등장시키기 위해 덧붙인 사족같이 느껴진다고 할까요? 탑건 또한 이러한 문제가 있었지만 크게 도드라지진 않았어요. 프랑스 국내가 아닌 해외 파병 중에 발생한 일로 이야기를 전개했다면 어땠을까요왜 태양의 후예’ 도 가상의 국가를 만들었지 않습니까.


이럴때는 차라리 고질적인 한국드라마식 스토리가 잘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탑건도 청춘물(목표를 두고 경쟁하는 남자들, 운명적인 만남, 아픈 과거 등등)에 전투기와 파일럿이라는 멋진 요소가 결합된 모양이었으니까요. '태양의 후예'를 보면서도 병종만 바뀐 탑건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P.S

너무 오래전에 본 영화인지라, 세부적인 내용은 다른 정보를 믿으시는 게 더 정확합니다. 하지만 감상은 대체로 저와 비슷할거에요. 그리고 미라지 2000 이라는 기종에 대한 홍보가 몇몇 부분에서는 많이 티납니다. 기술적인 강점을 설명하는 대사가 있다던지, 이러한 것들은 군의 지원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장르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지만, 영화가 좀 더 잘 빠졌다면 다른 홍보 없이 전투기의 이미지도 좋아지지 않았을까 합니다.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라이프 오브 파이 - 스포일러 가득.  (0) 2017.02.22
소오강호  (0) 2017.02.20
밀양 - 생각 정리 (스포일러)  (2) 2017.02.14
칠드런 오브 맨 - 스포일러 약간?  (0) 2017.02.09
걷기왕 - 스포일러  (0) 2017.02.08
Posted by 건호스
영화.2017. 2. 9. 23:40



칠드런 오브 맨은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2006년 작품입니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은 위대한 유산’, ‘이투마마’,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그리고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그래비티로 유명한 감독입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아무래도 중학교 때,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를 통해서 처음 이름을 알게 된 감독 이구요. 분수대 키스신으로 유명한 위대한 유산이 알폰소 쿠아론 감독 작품이었는지는 저도 찾아보면서 알게 되었네요.

 

매우 좋은 평가를 받았음에도 흥행은 그리 좋지 않은 정도를 넘어서 완전히 망했습니다. 제작비 7600만 달러를 들여서, 전 세계 흥행이 겨우 약 7000만 달러 정도였습니다. 그다지 큰 손해는 아닌 것 같아 보이지만, 흔히 손익분기점을 제작비의 2배 정도로 보기 때문에, 칠드런 오브 맨의 경우에는 약 15000만 달러 이상을 벌었어야 수익을 낼 수 있었습니다. 그런 면에서 7~8000만 달러 정도의 손해를 보았다고 할 수 있겠네요.

 

개인적으로는, 아마 영화의 내용이나 분위기가 밝은 편이 아니고, 볼거리가 풍부한 영화도 아니어서 일반 관객들에게 크게 어필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사실 그런 이유로 우리나라에는 극장에서 상영하지 못하고 바로 DVD로 발매 되었습니다. 제가 SF에 관심이 많아서 당시에 SF 관련 커뮤니티 등을 자주 둘러봤는데, 당시에 평가가 좋은 SF 작품이라고 몇 번 언급이 되었던 것이 어렴풋이 기억이 나네요. 해리포터 감독의 숨겨진 명작이라면서 말이죠. 그때는 제가 제대로 정보를 얻은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인류가 전부 불임이 되고 아이가 없다는 것을 인류가 전부 늙고 노인이 되었다는 설정으로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니, 그때의 기억이 좀 황당하게 다가옵니다.

 

그래도 다행히 매우 늦긴 했지만, 10년 뒤인 작년 9월 국내에서도 개봉하게 됩니다.

 

지금 와서 영화를 보면, 영화가 굉장히 앞서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저 출산과 인구 고령화야 당시에도 많이 논의되던 사회적 문제였지만, 영화의 갑작스러운 난민 증가는, 아무래도 IS로 인한 지금의 대규모 유럽 난민 사태를 떠올릴 수 밖에 없게끔 합니다. 무대가 영국인지라, 게다가 영국이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국가를 유지하고 있다니! 브렉시트 문제 또한 안 떠올릴 수가 없죠.

 

칠드런 오브 맨을 구글이나 네이버에 검색하면 자동완성으로 롱테이크가 붙을 정도로 이 영화의 롱테이크 장면 또한 매우 잘 알려져 있습니다. 어쩌면 그래비티의 우주 롱테이크 장면은 이 영화를 통해 다져진 내공이 발현된 것이 아닌가 생각되는데요. 유튜브 등에서 제작과정을 담은 동영상 등을 찾아보면, 촬영을 위해 자동차를 이리저리 개조한 모습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초반부 폭도와의 자동차 추격 장면과, 후반부의 시가전 장면 등 그 외에도 많은 부분이 롱테이크로 촬영되어 좀 더 현실적이고 몰입감을 더해주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마치 일인칭 슈팅(FPS) 장르의 게임을 할 때 느끼는 몰입감과 비슷한 느낌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저 출산이 이렇게 무시무시한 일인 줄 몰랐습니다. 영화에서 테오의 대사를 통해 느꼈어요. ‘100년 뒤면 볼 사람도 없을 텐데 왜 모으나?’ 그 대사를 생각하니까 소름이 돋더라구요. 항상 핵폭발이나 좀비, 외계인 같은 엄청난 대재앙만 떠올렸었는데, 생각해보니 그런 것들이 없어도 인간의 수명은 한정적이란 말이죠. 다음 세대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이렇게 쓸쓸하고 무서운 일일 줄이야. 그런 점에서 칠드런 오브 맨이 그린 세계는 디스토피아적 미래가 아니라 가장 현실적인 포스트 아포칼립스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아이가 태어나지 않는다는 점만 빼면 사실 지금 현실과 별다를 것도 없네요.

 

이 외에도, ‘칠드런 오브 맨이 구축한 미래에 대해서는 흥미로운 호기심이 계속 떠오릅니다. 자살약이나, 영국 본토도 다 통제하지 못하는 정부의 모습, 그리고 맨 마지막 장면에서 좀 의문이 드는 것이, 유일하게 체제를 유지하는 국가가 영국이라면 과연 미래호는 어디서 온 걸까요? 여행도 여행증을 구해야만 다닐 수 있는 사회에서, 배가 움직인다?

 

초반부 미술관장의 호화로운 모습도 이질감이 느껴지는 부분입니다. 실체가 불분명한 인간 프로젝트도 그렇고, 철저히 통제된 사회 또한 그렇고, ‘28일 후의 영국처럼 고립된 지역이거나, 아니면 이퀼리브리엄리브리아처럼 국민들이 국가에 통제당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전으로 다른 세계가 오히려 멀쩡하다면 그때는 브이 포 벤데타브이같은 인물이 등장하지 않을까 하는 망상도 해봤습니다. 그러고 보니 소설 ‘1984’의 작가인 조지 오웰도 영국인 이었네요.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도 생각났습니다. 작 중 절대로 일어날 수 없는 일, 설국열차에서는 기후 변화, ‘칠드런 오브 맨에서는 아기 출산과 같은 일이 기적이자 희망이 되는 요소인 점. 그리고 한 때는 별반 정의롭지 않던 주인공이, 어떠한 일을 계기로 주도적으로 변하는 모습. 비슷한 유형의 장르여서 그런지 은근히 닮은 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영화에서 가장 인상깊은 장면은, 시가전이 한창인 와중에 테오와 키가 아이의 모습을 사람들에게 보여주자 군인, 민간인, 피쉬당 테러리스트 할 거 없이 경외하는 표정으로 싸움을 멈추는 모습일 겁니다. 영화의 주제가 가장 잘 드러나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파괴 아닌 생명을, 전쟁 아닌 평화를 통해 우리가 잊고 있는 생명의 소중함을 되새기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어야 한다고 말이죠.

 

엔딩 크레딧의 마지막에 나오는 ‘Shantih(샨티)’ 라는 단어는 산스크리트 어로 평화를 뜻하는 단어라고 합니다. 생명의 소중함과 평화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기는 시간이 되었기를 바라면서, 이만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P.S

'노예12년' '마션' '닥터 스트레인지' 등으로 요새 자주 나오는 추이텔 에지오포가 나옵니다. 선한 듯 선하지 않다는 점에서 닥터 스트레인지에서 맡은 모르도 역할과 비슷하지 않나 싶어요. 아무튼 반가웠습니다.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하 2.6 풀스피드  (2) 2017.02.17
밀양 - 생각 정리 (스포일러)  (2) 2017.02.14
걷기왕 - 스포일러  (0) 2017.02.08
족구왕  (0) 2017.02.02
불청객 - 스포일러  (0) 2017.01.31
Posted by 건호스
영화.2016. 9. 11. 12:02


제목부터가 부제를 달 필요도 없이 깔끔하다. 무슨 설명이 필요한가?

올 여름 말도많고 탈도많고 예고편에서 망작의 기운을 뿜어내던 그 화제작.

인천상륙작전을 봤다.

작년 영화'연평해전'때와 마찬가지로 이 영화를 주제로 양측 진영(??)의 첨예한 대립과 혈투가 다시금 시작되었다.

시시한 예고편에 애초에 기대를 버리고 봤더니 사실 꽤 재밌었다. 이 영화를 닦이급의 망작반열에 올려놓는 것은 좀 부당한 처사라 생각된다.

진지하게 이야기해서, 와우저가 아니었음 그저 그렇게 잊혀졌을 전쟁닦이(워크래프트)보다 훨씬 낫다. 적어도 이 영화는 난도질 당한 편집없이 기승전결이 자연스럽게 흘러가고, CG등 특수효과가 최고는 아닐지언정 균일한 수준으로 다듬어져는 있다.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신파요소들을 빼면 생각보다 군더더기도 덜하다. 애초에 영화의 지향점이 '라이언 일병 구하기' 나 '태극기 휘날리며' 같은 진지한 전쟁물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엽문' 이나 감독의 전작인 '포화속으로' 와 비슷한 부류라 하겠다.

그냥 한국판 영화 '진주만'이다.

가장 인상깊은 배역은 이범수가 연기한 림계진이었다. 입체적인 면모고 뭐고 없는 진짜 순도 120% 나쁜놈이다. 아니 그렇게 나쁜놈이고 순수하게 나쁜일에 노력하는데, 상부에서 지원도 못받지 맨날 실패하지.. 보는 내가 주인공보다 더 연민을 느끼게 했다.

굳이 점수로 평가하자면 6점 더 세분하자면 6.5점 정도 줄수 있겠다. 재미는 있다. 많은 기대를 하지말자. 그저 전쟁 액션 블록버스터로 장르를 정의하면 의외로 괜찮게 보인다.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라라랜드  (0) 2016.12.13
신비한 동물사전  (0) 2016.11.26
밀정  (0) 2016.09.17
살아 있느냐가 아닌, 어떻게 사느냐의 문제.  (1) 2016.07.17
엑스맨:퍼스트 클래스  (0) 2016.05.29
Posted by 건호스
영화.2016. 5. 29. 16:09

엑스맨 : 

퍼스트클래스


3편으로 모든 이야기를 끝내고, 울버린으로 살짝 방향을 
틀어 명맥을 유지하나 싶던 엑스맨 시리즈가
이제 아예 프리퀼로 돌아왔다. 그것도 3부작 예정으로!
[프로페서x와 매그니토 그들의 왕년(?)으로 돌아가보자.]
영화의 배경은 아직 소련과 미국이 2강 체제를 유지하며, 세계를 자유진영과 사회주의 진영으로 양분했던
냉전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영화를 보기 전에 여러 소개글이나 리뷰글에서 다들 이구동성으로 
'007시리즈 스타일의...' 하는 터라 어떤 식으로 연출했기에 그런 말들을 하나 궁금했는데,
간지나는 옷을 빼입고 세계 각지의 경치 좋은 곳을 골라다니며(?) 복수를 하러 다니는 초반부 에릭의 모습이나,
그 뒤 CIA의 지원을 받아 첩보활동을 하는 돌연변이들의 모습을 보니 충분히 이해가 되더라.
대체 역사물의 분위기도 풍긴다. 
3차 대전 발발 직전까지 갔다고 회자되는 쿠바 미사일 사태를 배경으로, 그 뒤에서 세계멸망을 막기 위해
엑스맨이 은밀히 활동했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냉전을 배경으로 했다고 해서 너무 진지하게만 흐를 것 같다 생각할 수도 있으나,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파고드는 의외의 유머들이 많다. 감독의 전작 [킥 애스: 영웅의 탄생]을 자연스럽게 떠올리면 될 듯.
냉전, SF, 대체역사, 유머 이 키워드만 놓고 보자면 웨스트우드(지금은 사라졌지만...)의 명작 게임 시리즈.
'레드얼럿'이 생각난다. 물론 의도한 것은 아니겠지만 두 작품들의 분위기가 대체로 비슷한 편이다. 
극 중에서, 엠마가 염력으로 대신(?) 러시아 장군과 놀아주는 모습에서, '레드얼럿2' 소련군 시나리오 중 
나오는 영상에서 실수로 미녀와 희희낙락거리는 러시아 장군의 모습이 유출되는 장면이 떠올라 많이 웃었다.
돌연변이들의 한창 때 모습이다보니, 가끔은 하이틴 영화를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줄 때도 있다.
[이런 장면만 따로 놓고 보면 그냥 청춘영화.] 
미스틱이 그 중심에 있다. 
어릴 적 부터 소꿉친구(?) 찰스와는 우정과 애정사이의 그 미묘한 관계에서 갈팡질팡 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물론 찰스는 미스틱의 푸르딩딩한 피부 때문에 친구 이상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CIA에 들어가서 천재이나 발에 손이 달린 행크를 만나며 서로 상처를 치유하며 잘 되는가보다 싶지만,
행크 또한 미스틱의 푸르딩딩한(...)피부를 보자 거부감을 나타낸다.
같은 돌연변이들에게도 상처받고 결국 미스틱이 택한 사람은
돌연변이로서 너 자신을 인정하고 그 모습이 컴플렉스가 아니라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니 그것을 숨기지 말고 당당히 보이라고 말하는 에릭이다.
[위쪽과 아래쪽. 어느 것이 진정한 아름다움일까?] 
어떻게 보면 그냥 4각관계 연애사 이나, 다르게 보면 영화의 핵심 주제라고 할 수도 있다. 
영화 속 돌연변이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이나 외형적 모습때문에 
이익을 얻는 쪽 보다는, 상처를 받고 살아 온 게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번 작을 본 관객들이 매그니토에게 큰 매력을 느끼는 이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엄친아, 엄친딸, 우월한, 여신미모, 종결자, 완전체 등의 말들이 난무하는 완벽만을 추구하는 세상에서 
살고 있는 평범한 개인인 우리들 또한, 돌연변이들과 다르지 않은 내면의 컴플렉스를 가지고 있고 
그로 인해서 더욱 매그니토의 사상(?) - 있는 그대로의 자신의 모습을 인정하고 당당해져라! - 
에 동조하게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또한 왜 돌연변이들이 엑스맨과 브라더후드로 갈라서는지에 대한 이유도 된다.
찰스가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 독심술이라는 
삶에서 플러스 알파가 된다고 할만한 돌연변이 능력을 가지고 있는 반면에 
에릭의 삶은 시련의 연속이었다. 유태인으로 태어나 가족이 나치에게 학살당하고,
평생을 자신의 능력 때문에 고통받고 살아오며 복수만을 꿈꾸는 기구한 운명이다.
그래서인지 찰스는 인간과의 공존을 주장하고, 에릭은 인간은 적이고 진화에서 도태된 종이며, 
따라서 더 우월한 돌연변이가 세상을 차지해야 한다 생각한다.
솔직히 말하자면, 찰스의 생각은 좀 두루뭉술하다. 
영화 마지막에 아군이건 적이건 돌연변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미사일을 날리는 인간을 보고서도
그들을 옹호하는 찰스는 내가 인간 이기는 하나 납득하기가 쉽지는 않다. 
'왜 인간과 공존해야 하는가?' 에 대한 분명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아마 다음에 나올 속편에서도 '프리퀼의 진정한 주인공은 매그니토!' 하는 식으로 점점 기울지 않을까 
우려된다.
[결국 갈라설수 밖에 없는 두 사람.]
집단이기주의, 군중심리와 같은 인간의 기본적인 본성에 대한 비판도 보인다.
EBS에서 보았던 어떤 실험에서,
원숭이나 다른 동물들 앞에 바나나를 놓고 그것을 집을 때마다,
다른 쪽의 동족에게는 전기 충격기를 연결해 놓고 비명소리가 들리게끔 장치를 해놓았다.
원숭이의 경우 바나나가 먹고싶지만, 자신이 바나나를 집으면 다른 쪽의 누군가가 고통받는다는 것을
인지하자 절대로 바나나를 건드리지 않았던 것에 비해 인간의 경우, 비명소리가 들리자 실험에 대해 
강한 반감을 표시하면서도 '단지 누군가가 시켜서 하는 것' 이기 때문에 그 사실을 알면서도 실험을 계속했다.
자신의 책임이 없다고 인지할 때 인간이 얼마나 무서워질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
'더이상 명령만 따르는 것들에게 당하진 않겠다' 
라는 매그니토의 말은 그래서 영화 속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명대사일 듯 하다.
그런 군중심리로, 사회적 소수자들을 차별하고 왕따, 공인에 대한 악성댓글 등을 저지르는
책임없는 익명의 다수가 휘두르는 폭력에 대한 강한 비판처럼 생각되기도 한다.
[더이상 명령만 따르는 것들에게 당하진 않겠어!]
영화를 보며, 자기가 갖고 있는 컴플렉스를 인정하고 당당하게 살자는 생각,
혹여 그런 것 때문에 비난이나 조롱을 받더라도 절대 상처받지 말자는 생각을 했다.
한편으론 내가 다수 중 하나가 되어 나와 다른 소수를 억합하고 있지는 않았었는지 
나 스스로 돌아보기도 했다.
블록버스터적인 볼거리와 재미, 재치있는 유머, 전달하려는 주제의식.
이 모두를 다 갖춘 흠 잡을 곳 없는 훌륭한 프리퀼로서, 엑스맨 시리즈를 다시금 부흥시키고
시리즈물에 대한 헐리우드의 자신감마저 느끼게 만드는 정말 엄청난 영화다.
P.S - 울버린의 카메오 출연. 대사가 하나인데 압권이다. 역시 울버린.
[중간에 빼먹어서 죄송합니다. -_-;;;] 
P.S 2 - 세계를 뒤에서 조종하는 악당으로 나온 케빈 베이컨 참 멋있는 배우인데
글을 쓰다보니 악역에 대한 이야기가 빠져버렸다. 악당 역할을 잘 연기해서 
영화의 밸런스를 잘 맞춰준 듯.
P.S 3 - 허리에 총을 맞은 찰스 자비에의 명대사. 
'다리 쪽에 감각이 없어'
'잘 들으세요. 선생은 아이를 가질수가....'
이거 분명히 누가 심영 패러디 할 것 같다.
P.S 4 - 미스틱이 참 이쁘다고 생각했었는데
네이버 연관검색어에 이미 배우이름이 뜨는 걸 보니 
나만 그리 생각했던 게 아닌 듯.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라라랜드  (0) 2016.12.13
신비한 동물사전  (0) 2016.11.26
밀정  (0) 2016.09.17
인천상륙작전  (0) 2016.09.11
살아 있느냐가 아닌, 어떻게 사느냐의 문제.  (1) 2016.07.17
Posted by 건호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