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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그영화 그대사2017. 3. 30. 16:20











Posted by 건호스
영화.2017. 2. 14. 20:51



이혼 후 밀양으로 내려온 신애는 얕잡아 보이지 않기 위해서, 제법 재산이 있는 듯한 행세를 한다

그러나 이를 알고 있던 웅변학원 원장이 신애의 아들을 유괴하고, 아들은 결국 죽고 만다. 신애는 자식을 잃은 슬픔에 몸부림친다. 넋이 나간 상태로 살다가, 우연히 시선이 닿은 교회에 들어가 통곡하는 신애. 그 뒤로 종교를 통해 안정을 되찾은 듯이 보인다


하지만 여기서 끝난 것이 아니다. 굳게 마음을 먹고 죄인을 용서하기 위해 교도소로 찾아갔건만, 사형수인 웅변학원 원장은 너무나 편안한 표정과 말투로, 자기도 교도소에서 하느님을 만났으며, 심지어는 하느님께 구원받았다고 말한다.

피해자인 신애는 아직 고통속에 살고 있는 것에 비하여, 너무나 대조적으로 평안한 가해자의 모습

비록 모든 사람에게 종교는 평등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 영화는 종교적 모순과 이에 따른 갈등을 보여주고 있다. 피해자인 신애가 마음을 열어 용서하기 전에, 신이 먼저 그 가해자의 죄를 사하고 죄책감을 덜어줄 수 있는지에 대해 관객도 같이 고민해보게 한다.

이후 신애는 우연히 길가에서 양아치에게 얻어맞는 학원원장 딸과 눈이 마주치지만 이를 방관하고 지나간다. 그 후로, 신에 분노하고, 신을 부정하기 위한 신애의 행동이 이어진다.


- 부흥회에서 김추자의 거짓말이야 틀기.

- 조용한 교회에서 마구 책상을 두드리고 소리 지르기.

- 집회에서 난동, 다른 집회가 진행 중인 아파트 창문에 돌 던지기.

- 신실한 약국주인 장로 유혹. 신에게 보여주기 위해 밖에서 하자(?) 제안하나, 장로는 하느님이 보고 계시는 것 같   다며 끝내 거부하고 실패하자 신애는 구토를 한다.

- 다음으로 송강호를 유혹 하려하나 송강호 또한 거부.

- 차들이 마구 다니는 도로 한복판으로 걸어가기. (허나 죽지 않음.)

- 이 모든 것들이 실패로 끝나자, 마지막으로 칼로 손목을 그어 자살 시도를 한다.


허나 죽지 않았고, 퇴원 후 들른 미용실에서 웅변학원 원장의 딸과 조우한다. 신애의 머리를 다듬어 주며, 죄송하다는 말을 차마 꺼내지 못하는 등, 눈물 짓는 모습으로 보아 죄책감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신애는 눈물 짓는 아이를 보았으나, 용서의 말이나 위로 따위는 없이, 그냥 미용실을 뛰쳐나온다. 집에서 자르다 만 머리를 혼자 손질하고, 그 곁에는 전과 같이 송강호가 거울을 비춰준다. 그 둘을 뒤로하며 영화는 마당에 자라는 새싹을 비춰주며 끝.


영화상에서 묘사되지는 않았지만, 이 소녀의 남은 인생은 충분히 가혹할 것을 추측할 수 있다. 이른 나이의 소년원에서 수감생활을 했으며 학교는 이미 중퇴한 상태이다. 소년원에서 미용기술을 배우긴 했지만 아버지는 이미 죽었고, 미성년자로서 연고자 없이 살아갈 이 소녀의 일생이 얼마나 험난할지는 쉽게 예상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신은 가해자에 대한 징벌 없는 용서를 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더 가혹할 수도 있다. 영화상에서 학원원장의 딸은(범죄에 완전히 가담하지는 않았으나, 아버지의 지시로 망을 봤다.) 자기 아버지의 죄로 인하여 정상적인 아이들이 누렸어야 할 일상에서 박탈당했다

비록, 사형당한 학원원장은 개인적으로는 구원을 받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그 죄는 살아남은 딸이 전부 혼자서 짊어지고 가야한다. 또한 후반부의 장면을 통해 딸이 충분히 죄책감을 느끼고 있음을 알 수 있고, 이는 신애가 용서하지 않는 한은 해소될 수 없는 것이다. 자신이 받아야할 벌을 세상에서 대신 받고 있을 딸의 모습을 보며, 웅변학원 원장은 저승에서 피눈물을 흘리고 있을지 모른다.


결국, 신은 피해자인 신애에게서 용서의 권리를 앗아가지 않았다.

그것을 깨닫고 다시 삶을 시작한다는 의미에서 영화 마지막에 새싹을 비춘 것은 아닐까?


P.S

학교 과제 발표를 위해 영화에 대한 생각을 요약 정리했던 것을 글로 다시 옮겼습니다. 때문에 좀 어색한 면이 있네요. 과제를 위해 여러번 영화를 반복해서 보면서,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어 나름 즐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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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건호스
영화.2016. 9. 17. 20:08

#밀정 #김지운 #공유 #송강호 #이병헌 #엄태구

작년 영화 '암살'이 천만관객을 넘어 흥행에 성공하면서 독립물(?)의 포문을 열고 '덕혜옹주' 와 함께 올해 그 바톤을 이어받은 영화.

암살과 비슷한 배경과 소재 덕인지 자연스럽게 비교가 되고 있다.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밀정을 휠씬 재미지게 보았다. 굳이 분류하자면 '암살'은 호쾌한 액션 블록버스터로, '밀정'은 티비속 명화극장에서 흘러나오는 고전 첩보영화 같은 느낌이었다.

혼란한 왜정시대,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게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주는 스릴과 이에 따른 몰입감이 상당한 영화다. 정보원들이 모호한 정체성에 고민한다는 점에서 왠지 본시리즈가 생각나기도 했다. 이용하고 이용당하며 자신의 정체성에 의문을 갖는.

김지운 감독은 이번에도 절정의 영상미를 선사한다. 우아하고 아름답게 표현된 배경은 오히려 우리에겐 지독하게 힘든 시기였다는 점에서 역설적이다. 음악 선곡 또한 탁월하다. 적재적소에서 영화의 분위기를 잘 살려준다. 볼레로가 특히 인상깊었다. 의열단원들의 그토록 기다리던, 인고의 시간을 견뎌내고 벌이는 축제같은 느낌이랄까.

의열단과 일본 양쪽을 두고 고민하는 정출의 모습에서는 '카게무샤' 도 많이 생각났다. 일본 전국시대, 다케다 신겐의 그림자 무사를 하던 좀도둑이 결국에는 신겐에게 동화되고, 다케다가와 함께 그 운명을 같이하는 내용이다.

극 중 정채산의 말대로 '마음의 빚' 때문에 점차 생각한적도 없는 의열단 쪽으로 마음이 기울고 동화되어가는 정출의 모습과 비슷했다는 생각이 든다.
 
역시나 송강호는 그 이름값을 톡톡히 하고, 공유 또한 '부산행'과 함께 이 작품으로 올해 최고의 흥행배우가 될 듯 싶다. 아마 영화를 본 모두가 동의하겠지만, 정채산 역의 이병헌이 관객의 예상보다 훨씬 더한 씬스틸러였다. 배역에 120% 들어맞는 그 무게감은 대체불가능이란 단어를 자연스레 떠올리게 했다. 진짜 악랄하고 냉철해 보이는 하시모토 역의 엄태구도 이 영화를 통해 확실히 주목받을 듯.

독립물에서 관객몰이를 위해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애국심에 기댄 진부한 신파장면은 없다. 정출의 행보를 따라가며 영화에 몰입하다보면 마지막엔 헬조선이니 하는 생각 따위는 이미 지워져있다. 조용히 자신의 이야기를 펼치다 그 끝에 묵직한 울림을 전달한다.
 
이 세련되고 우아한 영화는 자연스럽게 순국선열과 호국영령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갖게 만드는데, 이러한 점은 일단 울리고 보려는 다른 영화들이 꼭 배워야할 점이라 생각된다.

원래 올해의 영화로 곡성을 점치고 있었지만 그 옆에 한자릴 더 놔야할것 같다. 독립물, 첩보물로써 두고두고 곱씹을 고전이 되지 않을까 예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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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건호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