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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01.18 듀크 뉴켐 3d - 아토믹 에디션
게임.2017. 1. 18. 00:57


soon 이라고 했지만 듀크를 다시 만나기까지는 어마어마한 시간이 걸렸다.

영원히 못 만나는 줄 알았다.




듀크 뉴켐 3d - 아토믹 에디션


이제는 저만큼 이나 나이를 먹은 장성한 청년인 고전게임, '듀크 뉴켐 3D' 가 올해 제가 플레이 했던 많은 게임들을 제치고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제작사인  3D 렐름은 그 후속작인 '듀크 뉴켐 포에버'를 통해 다른 의미로 더욱 유명한 기업입니다. 한때 나로호 발사와 더불어 '나로호 발사 성공이 먼저냐? 듀크 뉴켐 포에버 발매가 먼저냐?' 하는 유머도 인터넷에서 본 기억이 납니다. 제 기억이 확실하다면 게임 역사상 가장 긴 제작기간을 가진 게임으로 알고 있습니다.

 

유명한 고전게임 정도로만 기억하고 있던 저 게임을, GOG.COM 이라는 스팀과 비슷한 게임 판매 사이트를 알게 되면서 다시 접하게 되었습니다. 클라이언트 속 가지런히 정렬된 고전게임들은 저를 추억에 젖게 만들었습니다. 그 순간, 제 눈에 들어온 게임이 바로 저 '듀크 뉴켐 3D' 이었습니다. 커피 한잔이 될까 말까한 저렴한 가격에 저는 미련없이 구매버튼을 눌렀습니다. 당시에는 저 스스로에게 무슨 가학적인 재미라도 들린 건지, 어떤 게임이든 최고 난이도로 플레이하려 했습니다. 당연히 이 게임 또한 그러했고, 나중 에야 알았지만 최고 난이도인 4단계에서는 적이 무한정 리스폰 되는 극악한 특성이 있었습니다. 가장 어렵게 플레이 하는 것이 제작자의 진정한 의도를 파악할 수 있는 길이라는 말도 안되는 생각을 하며, 마치 입시공부를 하듯 억지로 억지로 전진하였습니다. 하지만 1스테이지도 넘어가기 전에 수십번을 죽고 나서야, 저의 마음이 누그러졌고 그보다 낮은 3단계의 난이도로 타협을 하였습니다.

 

말 그대로 실사를 방불케 하는 그래픽이 흔한 지금 에야 별 감흥이 없지만, 당시에는 둠을 성공적으로 계승했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알고 있습니다. 이 게임에 쓰인 엔진인 '빌드엔진' ID소프트웨어의 퀘이크가 나오기 전까지 2.5D 그래픽의 황혼기를 화려하게 장식했습니다. 둠에서 발전한 모습을 찾아보자면 수중 표현과 점프, 그리고 위 아래를 내려다 볼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겠습니다.

 

당시에도 말이 많았고, 지금 이대로 표현 했다간 판매금지도 각오 해야할 매우 높은 수위의 표현과 분위기가 특징이자 매력입니다. 다크나이트 이후로 죄다 놀란병에 걸린 듯 영화, 게임 할 거 없이 모두 고뇌하는 요즘 영웅들과는 다릅니다. 게임 시작부터 목표는 단순합니다. 자신이 아끼는 차를 박살낸 외계인들을 단죄하러 가는 주인공. 이게 전부입니다. 그리고 그 주인공은 매우 열받아 있는 상태입니다. 마치 전철 막차 안에서 소주 한 네댓병 거나하게 드신 아저씨만큼 걸걸한 입담을 과시하며 외계인들을 사정없이 박살냅니다. 그 호쾌함에 어느덧 플레이어의 스트레스도 통쾌하게 날아가버립니다. 분위기를 120% 살려주는 메탈풍의 배경음악과 함께 사이다가 따로 필요 없는 청량감을 선사합니다.

 

너무나 친절하고 쉬워서 문제가 되는 요즈음의 RPG 보다 훨씬 어려운 레벨 디자인 또한 매력입니다. 도심 한복판, 그랜드 캐니언 같은 황무지, 우주기지, 외계인 소굴 등 다양한 배경과 게이머의 도전욕구를 자극하는 미로처럼 얽힌 레벨 구성. 그리고 숨겨진 비밀 장소를 찾아내는 것 또한 소소한 재미입니다. 모든 역경을 이겨내고 스테이지를 끝내는 문을 쾅 두드릴 때의 성취감도 꽤 짜릿합니다, 물론 스테이지 마지막의 통계에서, 끝끝내 발견하지 못한 비밀 장소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는 살짝 찜찜한 기분도 같이 듭니다.

 

반대로 당시 고전게임 특유의 불친절함이 오히려 플레이를 피곤하게 만드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제가 멍청한 지는 몰라도, 가끔 길 찾기가 너무 어려워 아무것도 없는 맵 한복판을 이리저리 돌아다닐 때가 많습니다. 그렇게 헤메다 결국 공략을 찾아보고는 '이걸 어떻게?' 하는 황당한 것들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여성 비하적 표현 또한 문제삼을 수 있지만, 이미 주인공부터 빨간 메리아스에 청바지 대충 입는 아재 캐릭터입니다. 이런 아재들이 다 그렇지 뭐 어쩌겠습니까. 게임의 컨셉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정리하자면, 지금 다시 즐겨도 충분히 그 가치를 느낄 수 있는 진정한 고전입니다.


p.s 어느 회사 입사지원서에 감상문 쓰라길래 썼던 글입니다.

     그리고 이제야 깼습니다.


     어디서 메가톤 에디션을 사야 나머지 확장팩도 깨고 그래야 월드 투어도 사서 할

     마음이 생길 텐데요.


     즐거운 체험이었습니다. 듀크 상아재의 화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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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건호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