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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12.18 강철비
  2. 2017.04.24 무사
영화.2017. 12. 18. 21:37


세계유일의 분단국가, 냉전의 분위기가 아직도 남아있는 곳, 한반도.

분명히 역사적인 아픔이지만, 또한 매력적인 소재가 되기도 한다. 특히 냉전시기를 벗어난 뒤에 소련이라는 '거대한 적' 이없어 한동한 표류하던 첩보물을 생각하면 더더욱.

공교롭게도 한국영화의 전성기를 새롭게 연 '쉬리' 또한 이런 한국의 특수한 상황을 영리하게 이용한 영화였다.

사실 지금까지도 한국영화 흥행순위를 보면 적지않은 영화들이 이 분단국가의 상황을 소재로 하고 있다.

때문에 강철비는 각자 나름의 강점으로 분단국가 소재를 통해 흥행을 이끌어낸 영화들과는 또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과제를 태생적으로 안고 있다.

사실 예고편만 보았을때는, 송강호와 강동원의 '의형제'와 비슷한 내용의 영화 혹은 좀 더 심각한 '공조' 겠거니 하고 지레짐작했다.

쉬리, 태풍, 베를린, 용의자, 공조 등등등 수많는 한국형 첩보영화 내지는 액션 블록버스터들에서 분단국가의 특수한 상황이 액션의 배경으로만 이용되었다면,

강철비는 반대로 그 한반도를 둘러싼 배경이 영화의 주가 된다. 첩보와 액션을 통한 스릴과 서스펜스가 아닌, 한반도라는 특수한 상황이 주는 국제정세와 특유의 외교적 긴장감에서 오는 그 서스펜스를 자신의 주 무기로 관객을 공략한다.

그리고 이 시도는 물론 매우 신선하며, 영화 자체를 더욱 세련되보이게 한다. 누군가 현실의 국가정세와는 좀 동떨어졌다고 잘 정리해서 반박하셨길래, 굉장한 고증이라고 말하기는 좀 어렵지만, 여태껏 이런 정치 혹은 외교스릴러 느낌의 영화가 별로 없었기에 매우 만족스럽다.

적재적소에서 각자의 역할을 잘 연기하는 배우들은 흠잡을 곳이 없고, 역시나 액션을 주로 담당하는 정우성은 멋지다. 또 역시나 죽는 역할이었던(???) 김갑수와, 대사도 별로 없었지만 냉혈한 악역을 잘 표현한 조우진은 은근 씬스틸러였다. (혼자 응급처치하고 쫒아올때는 무슨 터미네이터인줄...)

초반 폭격 이후 모던워페어(?) 씬에서부터 시작하여, 거의 관객의 멱살을 잡고 끌고 간다. 전체적으로 늘어지는 부분없이 일촉즉발 전쟁위기의 긴장감을 잘 드러냈다고 본다.

사족이지만, 기존 영화에서 엑스트라로만 기능하던 특수부대들이 그래도 나름의 역할을 하는 모습으로 나와 이런 점도 칭찬할 만하다 생각된다.

스타워즈 팬으로 이런말이 뼈아프지만 에피소드8 보다 몇배는 흥미진진하더라.

그리고 배경음악이 진짜 끝내준다. 모처럼 명량 이후 한국영화중에, 진짜 영화에 잘 들어맞는 ost였다고 생각한다.

특히 엔딩음악이 완전 멋짐이라능 것이 마구 폭발한다. 내가 본 것이 첩보스릴러인지 아니면 정우성 주연의 캡틴 리퍼블릭 : 시빌워 였는지 헷갈리게 할 정도로 멋있다. 요즘 급식표현으로 하자면 '지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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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건호스
영화.2017. 4. 24. 23:04



무려 멀티플렉스가 없던 시절. 어릴 적 영화의 흥행을 가늠하는 내 나름대로의 척도는 영화 포스터에 붙은 연장여부였다. 연장없이 한차례 상영만으로 끝나고 곧바로 다른 영화로 교체된 작품은, 흥행에 실패한 작품이고 생각보다 한 두 차례 연장을 하는 작품은 그럭저럭 성공한 작품. 그리고 정말 긴 시간동안 내려오지 않는 작품은 어마어마한 흥행을 하는 작품으로 생각되었다. (애니메이션 이집트왕자가 정말 길게길게 상영했다. 기억을 되짚어 보면, 부모님과 보러 간 극장에서, 심지어 자리가 없는데도 계단에 쪼그려 앉아서 보기도 했다.)

 

그런 영화들 중, 연장을 어느정도 하나 싶던 영화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리고 흥행에 실패했다. 나중에 중학생이 되어서야 동네 비디오가게에서 그 영화를 만날 수 있었는데, 지금 DVD까지 따로 소장하고 있는 김성수 감독의 시대극, ‘무사가 바로 그 영화 되시겠다.

 

무사의 배경은 원명교체기로, 주인공 일행은 명나라에 파견간 사신이지만, 첩자로 오인 받고 졸지에 귀양을 가게 된다. 꼼짝 없이 이역만리 타국에서 고생하다 죽게 생겼지만, 귀양지로 가던 도중 원나라 기병의 습격을 받고, 명나라 군사들은 죽임을 당한다. 다행히도 고려인들의 생명은 고려인들에게 맡긴다며, 원나라 군대는 그들은 사막에 버려 두고 간다. 이제 그들의 목표는 무사히 고향, 고려로 돌아가는 것.

 

물론 이 영화는 서역에서 중국을 거쳐 고려까지, 동아시아 관광투어를 보여주는 것이 목적이 아니므로, 일행들에게는 안된 일이지만, 이렇게 순탄하게 귀향하지는 못한다.

 

주인공이 억울하게 생고생을 한다는 점에서 이 영화보다 먼저 나왔던 글래디에이터가 그리고 각자 개성을 가진 개개인이 무리를 이루어 목적을 향해 나아간다는 점에서 이 뒤에 나온 반지원정대가 연상되는 부분이 많다. 현실감이 잘 느껴지는 처절함과 한 명의 주인공에 포커스가 맞춰진 것이 아닌, ‘주인공들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영화를 보지 못하신 분들은 두 영화가 적절히 섞여 있다고 생각하시면 되겠다.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이자 매력은 바로 치밀하게 잘 짜여진 액션이다. 무술영화도 무협영화도 아닌, 시대극으로서 묵직하고 처절한 느낌의 액션을 보여준다. 정우성이 연기한 여솔 정도를 빼면, 딱히 압도적인 무용을 자랑하는 캐릭터는 없다. 전투에 들어서면 주인공들도 다들 처절하게 싸우고, 아슬아슬하게 이긴다.

 

팔다리가 잘려 나가고 피가 터지는 등, 제대로 묘사된 특수효과가 그 묵직함과 액션의 진지함, 현실성을 잘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초반부 부사의 시체에 침을 뱉던 색목인의 목이 여솔의 창에 단번에 날아가는 명장면, 화살이 살에 그대로 픽픽 박히는 묘사 등 지금 봐도 수준급이다.  

 

당시에도 화려한 캐스팅이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더 화려하다. 전면에 내세운 정우성, 장쯔이, 주진모, 안성기부터 박용우, 유해진, 정석용, 박정학 그리고 무술영화 팬에게 인지도 있는 우영광까지. 이름은 정확히 몰라도 자주 본 듯한 배우들을 많이 만날 수 있는 영화이며, 특별히 누구를 흠잡을 수 없이 잘 어우러진 연기들도 좋다.

 

이 영화의 인상깊은 역할로 가남 역의 박정학이 많이 언급된다. 우직한 부관으로서, 말수도 적지만 남자다운 캐릭터로서, 예전에 읽었던 신문기사의 리뷰에서는 무려 반지의 제왕의 아라곤에 비유하기도 하였다. 작중 들고 다니는 칼도 무식하게 큰 것이 가남이라는 캐릭터의 성격과 잘 어울려 더더욱 임팩트 있게 다가온다. 이 영화 이후로, 사극에서 진중한 호위무사나 부관역할로 은근히 많이 등장 하셨던 것 같다. 드라마 해신의 능창, 태왕사신기의 고우충 같은 역할. 나 또한 이 영화를 통해 은근한 팬이 되어, 해당 배우 분께서 비중 있는 역할로 많이 등장하기를 고대했었다.

 

스포일러지만, 마지막에 안성기와 장쯔이를 뺀 나머지 등장인물들이 모두 혈전 끝에 죽는다. 결국 공주를 구출해 환대를 받으며 고려로 돌아가겠다는 꿈도, 뛰어난 무장을 얻어 칭기스칸의 영광을 다시 찾아보겠다는 꿈도 모두 이뤄지지 못한 채 말이다. 영화의 등장인물들이 더욱 안쓰러운 것은, 이미 그들의 희망이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것을 그들 스스로도 어느정도 자각하고 있는 듯이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쩌랴. 실패했다고 인생을 게임처럼 다시 시작할 수는 없다. 억울하지만 삶을 포기할 게 아니라면, 끝까지 계속 살아가야 하지 않는가. 때문에 하나씩, 등장인물들이 죽어 갈 때 더욱 마음이 아팠다.

 

기가 막히고, 말도 안되는 악조건이 계속 나타나도, 버티고 헤쳐 나가며 희망을 잃지 않는, 고달픈 영화 속 인물들의 삶은 결국 영화를 보고 있는 관객들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내 과도한 애정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다. 몇 번을 봤지만 특별히 이 영화의 부족한 점을 찾지 못하겠다. 잘 만들어진 시대극이고, 한국 영화사에 기억될 액션장면들을 가진 영화이며, 비운의 명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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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건호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