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학다식 아키비스트의 수시 건호스. :: '곽도원' 태그의 글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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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12.18 강철비
  2. 2017.03.02 곡성 - 스포일러
영화.2017. 12. 18. 21:37


세계유일의 분단국가, 냉전의 분위기가 아직도 남아있는 곳, 한반도.

분명히 역사적인 아픔이지만, 또한 매력적인 소재가 되기도 한다. 특히 냉전시기를 벗어난 뒤에 소련이라는 '거대한 적' 이없어 한동한 표류하던 첩보물을 생각하면 더더욱.

공교롭게도 한국영화의 전성기를 새롭게 연 '쉬리' 또한 이런 한국의 특수한 상황을 영리하게 이용한 영화였다.

사실 지금까지도 한국영화 흥행순위를 보면 적지않은 영화들이 이 분단국가의 상황을 소재로 하고 있다.

때문에 강철비는 각자 나름의 강점으로 분단국가 소재를 통해 흥행을 이끌어낸 영화들과는 또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과제를 태생적으로 안고 있다.

사실 예고편만 보았을때는, 송강호와 강동원의 '의형제'와 비슷한 내용의 영화 혹은 좀 더 심각한 '공조' 겠거니 하고 지레짐작했다.

쉬리, 태풍, 베를린, 용의자, 공조 등등등 수많는 한국형 첩보영화 내지는 액션 블록버스터들에서 분단국가의 특수한 상황이 액션의 배경으로만 이용되었다면,

강철비는 반대로 그 한반도를 둘러싼 배경이 영화의 주가 된다. 첩보와 액션을 통한 스릴과 서스펜스가 아닌, 한반도라는 특수한 상황이 주는 국제정세와 특유의 외교적 긴장감에서 오는 그 서스펜스를 자신의 주 무기로 관객을 공략한다.

그리고 이 시도는 물론 매우 신선하며, 영화 자체를 더욱 세련되보이게 한다. 누군가 현실의 국가정세와는 좀 동떨어졌다고 잘 정리해서 반박하셨길래, 굉장한 고증이라고 말하기는 좀 어렵지만, 여태껏 이런 정치 혹은 외교스릴러 느낌의 영화가 별로 없었기에 매우 만족스럽다.

적재적소에서 각자의 역할을 잘 연기하는 배우들은 흠잡을 곳이 없고, 역시나 액션을 주로 담당하는 정우성은 멋지다. 또 역시나 죽는 역할이었던(???) 김갑수와, 대사도 별로 없었지만 냉혈한 악역을 잘 표현한 조우진은 은근 씬스틸러였다. (혼자 응급처치하고 쫒아올때는 무슨 터미네이터인줄...)

초반 폭격 이후 모던워페어(?) 씬에서부터 시작하여, 거의 관객의 멱살을 잡고 끌고 간다. 전체적으로 늘어지는 부분없이 일촉즉발 전쟁위기의 긴장감을 잘 드러냈다고 본다.

사족이지만, 기존 영화에서 엑스트라로만 기능하던 특수부대들이 그래도 나름의 역할을 하는 모습으로 나와 이런 점도 칭찬할 만하다 생각된다.

스타워즈 팬으로 이런말이 뼈아프지만 에피소드8 보다 몇배는 흥미진진하더라.

그리고 배경음악이 진짜 끝내준다. 모처럼 명량 이후 한국영화중에, 진짜 영화에 잘 들어맞는 ost였다고 생각한다.

특히 엔딩음악이 완전 멋짐이라능 것이 마구 폭발한다. 내가 본 것이 첩보스릴러인지 아니면 정우성 주연의 캡틴 리퍼블릭 : 시빌워 였는지 헷갈리게 할 정도로 멋있다. 요즘 급식표현으로 하자면 '지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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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건호스
영화.2017. 3. 2. 22:02





"왜 그렇게 안절부절 못하고 의심을 품느냐?
내 손과 발을 보아라. 틀림없이 나다! , 만져보아라.

유령은 뼈와 살이 없지만 보다시피 나에게는 있지 않느냐?"

루카의 복음서 24: 37~39


심히 호불호가 갈리는 영화, 곡성을 어제 막 보고 왔다. 잠시 허황된 악평들에 감상을 망설였으나, 영화를 본 지금 되돌아보면 그 악평 또한 영화의 주제와 뜻을 같이하는 감상자들의 고도의 영화평이 아니었나 싶다.

내가 진실로 다시한번 말하건데, 너희는 절대 악플에 현혹되지 마라. 틀림없이 재미있다. 
점차 이야기를 쌓아 나가면서 관객의 호기심을 증폭시키고, 마지막까지도 그것을 쥐락펴락하는게 정말 뛰어나다. 임필성 감독이 잠을 설치고 봉준호 감독이 급체를 했다길래, ‘언플쩌네하고 생각했는데, 과장 좀 보태서 집에 가는길에 택시기사도 못 믿고 대문 열자 마자 십자가부터 찾았다. 계란 한판 가까워지는 나이에 불 끄는 걸 망설여 했다면 말이 될까. 그 정도다. 이 영화.

연기, 연출, 음악, 촬영, 소품, 아니 뭐하나 빠짐없이 다 좋다. 한국적인 무속신앙과 기독교 적인 요소의 결합으로, 더없이 독특한 분위기의 엑소시즘(?) 오컬트 영화가 됐다. 
배경 또한 실제 곡성군인데, 딱 봐도 첩첩 산중 시골오지 깡촌임을 잘 표현했다. 이러한 지역적 선택은 무척 탁월했다. 고립된 지역이 가지고 있는, 그 특유의 외지인에 대한 배척과 의심이 자연스럽게 관객에게 이해된다.

영화에 대한 찬사는 이쯤하고,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주인공의 의심에 대해서 이다. 영화 내내 주인공은 그 누구도 끝까지 믿지 못한다. 처음엔 후배의 귀신에 대한 소문, 아이를 데려간 병원도 믿지 못하며, 성당의 신부도 믿지 못하고, 일광(황정민 무당)또한 믿지 못한다. 물론 일본인은 말할 것도 없고 마지막에 무명(천우희)의 말도 결국 저버리고 만다. 

신부의 대사를 잠시 떠올려보자.


'누구는 대학교수다 누구는 스님 이라한다. 확실히 직접 봤느냐? 교회에서 해드릴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병원을 믿으세요.'


곽도원은 봤다고 말하지만, 자기 딸에게 일본인이 해를 끼치는 장면을 자기 눈으로 직접 보았다 하긴 어렵다. 의심과 추정만 있을 뿐. 천우희가 곽도원을 붙잡으면서 '죄없는 사람 의심하고 함부로 집에 가서 피해주고 죽이지 않았느냐' 고 묻는데, 곽도원은 '그야 내 딸이 먼저 아팠으니까' 라고 답한다. 하지만 딸이 아픈 것이 일본인의 짓이라는 확실한 증거는 사실 없었다고 봐야하지 않을까. 곽도원을 비롯한 마을 사람들 모두가 '이것은 일본인의 짓이다' 라고 의심하고 그것을 확신했다. 

악마를 잡아 가족을 구하려 했다 항변해도 이미 사람으로서 해선 안될 짓을 했다. 분명 일본인을 죽일 의도로 찾아갔으며, 결국 죽이고 시체마저 유기한다. 그들도 악마와 다르지 않은 짓을 저지른 것이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저 천우희의 마지막 물음이 결국 악마에게서 벗어날 수 있는 열쇠가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만약 마을사람들이 일본인을 의심하지 않았다면? 외지인이라는 편견없이 그를 믿었다면? 

악마는 일본인의 모습으로 '말해도 믿지 못할 것이다.'라고 했는데 결국 그 악마가 활개칠 수 있도록 만들어준 것은, 주인공과 마을 사람들의 의심이 아니었나 싶다. 그 의심 자체가 거대한 유혹이고 미끼였다.

유독 일본인을 의심하고 막대하는 것에 가책을 느끼던 부제만이 그나마 마지막까지 악마를 처단(?)하러 갈 수 있었던 이유라고 생각한다. 그 또한 그가 악마라는 의심을 완전히 떨치지 못했기에 당하고 말았지만. 동굴에서 부제와 일본인이 대면 할 때, 처음과는 다르게 일본어로 서로 능숙하게 대화한다. 분명 처음 집에서 마주 쳤을 때는 몇가지 단어로 더듬더듬 이야기 했던 것 같은데 말이다. 좀 과한 해석일지 몰라도, 이미 그 부분에서 부제 또한 악마에 홀렸다는 증거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만약 시체를 유기한 것에 가책을 느끼고, 회개하며 성당에서 얌전히 기도 드렸다면 살지 않았을까?



여유 있게 피칠갑 된 곽도원과 가족들의 사진을 찍는 일광. 이렇게 또 한번 악마는 승리를 자부한다.

 

지금 우리도 끊임없이 서로를 의심하고 모함하고 헐뜯고 편을 가른다. 다 같이 합심해서 살아도 힘든 세상이다. 악마도 죽일 수 있는 것이 아니지만, 신 또한 그러하다. 곽도원에게 그러했듯 악마는 또다른 누군가에 눈에 찾아들 것이고, 누군가를 다시 유혹할 것이다. (주님?!)도 우리가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기 위해, 부단히 우리 곁에 올 것이다. 믿자. 절대 현혹되지 말자. 양심에 옳은 일을 하고, 그것을 의심하지 말자.

"둘째는 그와 같으니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 하셨으니(39),

이 두 계명이 온 율법과 선지자의 강령이니라. ( 22:39-40)."


네 이웃을 사랑하라 했던 구절이 성경에 있던 것 같아 찾아보니 정확히는 저 말이었다. 일본인에 대한 의심 부분에 더하여 말하고 싶은 부분이다. 

일본인의 집에 들러 효진이(곽도원의 딸)의 신발을 발견하고 주인공은 딸을 다그친다. 일본인을 만난적이 있는지, 없는지, 그 대답을 하는 대신에 딸은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다' 라고 말한다. (희대의 명대사 뭣이 중헌디가 여기서 나온다.) '말해도 믿지 못할 것이다.' 라고 이야기한 일본인의 대사와 연달아서 생각해보면, 결국 이러한 사건이 일어나게끔 악마에게 힘을 실어준 것은 마을사람들의 편견과 의심, 배척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P.S

작년 5월이었음에도, 올해의 한국영화가 나왔구나 하는 느낌을 영화관을 나오며 지울 수 없었다. 물론 그 생각은 해가 바뀐 지금까지도 변함없다. 실로 대단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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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건호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