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학다식 아키비스트의 수시 건호스. :: 남한산성(영화)
영화.2017. 10. 22. 22:02

 '살아서 죽을 것인가? 죽어서 살 것인가?'

굳이 원작 소설이 아니더라도 치욕적인 역사의 한 장면으로 한국인의 뇌리에 깊이 박혀있을 내용. 사극이라 부르기도 민망한 요즘의 드라마나 영화와는 완전 반대로 가는 작법을 택했다.

무엇보다 가장 눈에 들어오는 것은 역사를 잘 모르는 사람이 봐도 공을 들인 티가 나는 고증과 디테일. 단지 구색만 맞추려는 것이 아닌 그 시대 한복판을 재현하겠다는 의지가 보인다. 마치 연극처럼 여러장으로 영화가 나뉜 것 또한 특이한 부분.
덕분에 영화화한 연극을 보는 기분이 많이 든다.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장면들도 서두르지 않고 끝까지 밀고 나가는 점 또한 매우 칭찬할 만하다.

매우 고전적이고 또한 한국 사극을 논할때 고전으로 불릴 자격이 충분한 영화다.

영화는 사는 길을 말하는 최명길에 조금 더 힘을 실어주는 듯 하면서도, 김상헌의 입장 또한 충분히 이해가 되게끔 공정한 시선을 유지한다. 그 때문인지 오지않는 근왕병을 밤새 기다리는 김상헌의 모습이 가장 강렬하게 다가왔다.

마지막 최명길에게 너도 나도 다 없어져야 새 시대가 올 것이라고 하던 장면에서는, 그렇게 척화를 외치던 이유가 되려 무능한 지배층에 대한 자조와 환멸이 아니었나 싶은 생각마저 들게 만들었다.

영화 초반 대사가 튀거나 어색한 연기가 있어 살짝 아쉬웠다. 그런 면 없이 일관됨을 유지하던 이병헌의 연기가 돋보였다.

트렌드에 전혀 맞추지 않은, '사는 법' 대신 '죽는 법'을 택한 그 용기와 뚝심이 만들어낸 멋진 작품에 박수를 보낸다.

p.s 고수는 산발에 거지꼴을 해도 잘생겼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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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건호스